2025. 6. 13. 07;30
우렁찬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 창밖을 내다보니
매스컴을 자주 타는 홍xx 영화감독과 영화배우
김xx가 갓난아기를 안고 산책 중이다.
어제 아침에도 이웃에 사는 이들 부부와
아기에게 인사를 건네며 행복한 웃음이
나왔는데 오늘도 아기는 건강한 울음소리를
들려준다.
이 아기의 울음소리에 자극을 받았는지 앞집
아기도 울고 윗집 아기도 마구 울어대며 때
아닌 오케스트라를 연주한다.
앞집에는 둘째 아들이 손자를 낳았고,
윗집에는 쌍둥이가 크기 무섭게 셋째 아기가
태어난 거다.
3차선 도로 하나만 건너면 바로 높지 않은
야산이라 집이 이른바 숲세권이다.
요즘 울새와 뻐꾸기 등 산새들 지저귀는 소리에
귀가 호강했는데 이에 곁들여 아기들의 우렁찬
울음소리까지 들리니 너무 행복하다.
나는 아기들 울음소리를 좋아하고,
조금 시끄러워도 아기들이 신나게 뛰어노는
소리를 좋아한다.
윗집에서 아기들이 너무 뛰어서 미안하다는
인사를 자주 건네지만 시끄러워도 조금만
참으면 되기에 편히 놀게 하라고 한다.
아기들의 할 일이 무엇인가,
부모와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신나게 뛰어
놀고 웃는 게 바로 아기들의 본분이 아닌가.
08;00
홍xx 감독 부부의 아기와 눈을 맞추고 큰길로
나오자 교통신호등이 바뀌려 하기에 뛰어서
4거리를 건넌다.
아! 옛날이여~
매일 5~10km 조깅을 하고도 가볍게 출근했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가쁜 숨이 바로 가라앉지
않는다.
내 몸에도 늙음이 찾아왔음을 실감하며
공원을 가로질러 사무실로 향한다.
벤치에 앉아있던 생면부지의 젊은이가 "좋은
하루 되세요"라고 인사를 하는 게 아닌가.
아기를 보며 행복한 하루가 시작되었는데,
공원에서 기분 좋은 인사를 받다니 오늘은 매우
행복한 날이다.

< 개망초 >
12;30
강동 성심병원 췌장 주치의가 검사결과를 보며
"현재로선 괜찮아도 6개월 후 CT검사와 MRI
검사 등 추적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괜찮다면 돌발성 난청을 치료했던 교수처럼
완치판정을 내리고 더 이상 오지 말라 하면
되는 게 아닌가.
CT, MRI 검사를 하면 조영제 부작용으로 한참
고생을 하는 것도 스트레스라,
또 검사를 받으라고 하니 슬그머니 짜증이 난다.
병원과 의사에게 한번 잡히면 죽어서나 해방이
된다고 했던 어느 작가의 글이 생각나며 쓴
웃음이 나온다.
12;40
CT와 MRI 검사예약을 진행하던 중 조금 전
진료를 했던 췌장 담당교수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검사예약을 하지 말고 그냥 가라고 한다.
휴~살았다!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의사의 말 한마디는 환자에게 지옥이 되기도
하고 빛과 생명수가 될 수도 있다.
12;50
병원에서 나와 당구장을 향해 걷다가
강동역 소공원에 핀 '개망초꽃'을 바라본다.
평소엔 무심코 흘려보낸 개망초꽃이 해맑게
웃으며 내 마음속에도 꽃이 피게 만든다.
개망초는 너무 흔해 꽃 대접을 받지 못한다.
그래도 말없이 우리의 곁에 피고 누가 돌보지
않아도 씩씩하게 잘 자라는 개망초에게 나는
위로를 받았다.
행복의 조건이 별거인가?
오늘 갓난아기는 나에게 행복한 마음을 주었고,
생판 모르는 젊은이는 따뜻한 인사를 건넸고,
개망초는 웃음을 주었다.
주치의는 나에게 필요한 검사를 병합하게
해주는 친절을 베풀었으니 오늘도 행복한
하루가 되겠다.
소소한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나와 가까운 이웃에서, 나의 내면 속에서
찾으면 되는 게 아닐까.
2025. 6. 13.
석천 흥만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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