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느림의 미학 900 나만의 상대성 원리

김흥만 2025. 6. 22. 08:47

[ Epilogue

작년 4월 20일 느림의 미학 800편으로 '설렘은

나만의 봄병'을 쓴 지 14개월 만에 오늘 900편을

썼다.

 

700편에서 800회까지는 20개월이 걸렸고,

801회에서 900회까지는 14개월이 걸린 셈이다.

 

나는 타고난 글 재주도 없고 윤색(潤色)할 줄도

몰라 필명도 여전히 졸필(拙筆)이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쓰다 보니

900회를 썼고, 당초 목표인 1,000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졸필로 고집 세운 10년 세월로 대장정이 끝날지,

1,000회 이상을 더 쓸 수 있을지 나도 모르겠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언젠가는 목표를 달성

하겠지만 그때까지 내 육체와 정신이 온전하게

유지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

 

 

2025.  6.  21.

어느새 하지(夏至),

지난 6개월 마음 졸이며 숨 가쁘게도 살아왔지.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 인간세상은 언제 그랬냐

싶게 조용한 세상으로 변했다. 

 

난 모임이 꽤 많다.

은퇴 후 20여 개나 되는 모임을 통폐합 시키고,

줄이고 줄였어도 아직 10여 군데가 남았다.

 

가급적 잊지 않으려고 일화, 이수, 이금, 삼수,

사목, 사월, 사토 등으로 모이는 날짜를 특정

요일로 정하고 휴대폰 캘린더에 메모를 한다.

 

살다 보면 돌발상황이나 변수가 생겨 부득이

하게 늦거나 참석을 못할 경우가 생긴다.

 

이수회에 일이 늦어져서 참석을 못하다고

연락을 했더니, 한 친구가 늦어도 좋다며 전철

안에서 얼른 뛰어오라고 농담을 한다.

 

전철 안에서 뛰어가면 빨리 도착하려나,

물론 불가능하다.

                     <   산딸나무   >       

 

우리나라 전철은 보기 드물게 깨끗하다.

예전에 타본 프랑스의 초고속 열차 테제베는

담배냄새가 배다 못해 구석엔 쓰레기가 굴러

다녔고, 뉴욕 지하철엔 쥐가 나온다고 했다.

 

유난히 깨끗하게 관리가 잘되고 있는 전철 안에

파리 한 마리가 들어와 뒤에서 앞으로 날아간다.

 

저 녀석이 어떻게 이곳에 들어왔을까.

모기라면 옷이 지저분한 사람에게 붙었다가

전철을 탔겠지만 수십 년 전철을 탔어도 처음

보는 파리가 참 신기하다.

 

저 파리가 시속 100km로 달리는 전철밖에서는

우리를 따라잡을 수 없겠지만 안에서는 자유

자재로 공간이동이 가능하다.

 

시간과 공간의 절대성이라 그럴까.

뉴턴(Newton)은 만유인력의 법칙을,

갈릴레이는 기울어진 탑 위에서 물체를 떨어

뜨리거나 경사로에서 물체를 굴리며 시간과

공간의 본질에 대하여 연구를 하였다.

 

아인슈타인은 빛의 속도는 광원이나 관측자의

운동에 상관없이 항상 일정하다는 '광속불변의

원리'와

 

물리법칙은 등속으로 움직이는 관찰자에 대해

항상 동일한 형태로 표현된다는 '상대성의

원리'를 탄생시켰다.

 

앞으로 날아가며 사라지는 파리와,

전철 안에서 뛰어오라는 친구의 농담 한마디에

먼 옛날 학창시절 배웠던 시간과 공간, 상대성

원리가 갑자기 떠올랐다.

 

고덕역에서 젊은 여인이 아기를 안고 승차를

했다.

나도 모르게 반사신경이 작동해 얼른 일어나

아기엄마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주변을 둘러

보았다.

 

임산부석에 앉아있던 중년남자는 자는 척 얼른

눈을 감았고,

젊은이들은 휴대폰만 들여다 보고,

반대쪽 임산부석에 앉은 할머니는 조금 민망한

눈초리로 아기엄마를 바라본다.

 

내가 한 행동은 다른 사람과 상대성인데 잘한

행동일까.

이 대목에서 나는 엉뚱하게도 나만의 '오지랖

상대성 원리'를 찾아본다.

 

우리 세대는 힘들고 어렵고 더럽고 위험한 건

남자의 몫이요,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게

기본 미덕이라고 배웠기에 몸은 자동으로

반응을 하는 거다.

 

숨을 생각하고 숨을 쉬는 사람은 없다.

끼니마다 밥을 먹는 이유를 따지며 먹는 사람도

없다.

그렇다면 양보의 의미를 따지며 자리를 양보

하는 사람은 있을까.

 

아주 예전 라디오에서 수십 년 무사고 택시

운전사가 "양보를 생각하면 이미 늦었고,

생각하기 전에 이미 양보가 되어 있어야만

사고가 나지 않는다"라고 했던 말을 떠올리며

하차를 한다.

 

                 2025.  6.  21.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