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7. 20. 05;00
폭우가 지치지 않고 밤새 쏟아졌다.
나라 전체가 폭우로 잠기고, 무너지고, 쓰러지고,
국민들이 죽고, 매몰되고, 떠내려가고, 대피하고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집 잃은 수재민과 다 망가진 농작물은 어찌하나,
천재지변치곤 너무 참혹한 현실이 우리들
눈앞에 펼쳐졌다.
이 세상에 신(神)은 정말로 있는 걸까.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신을 얼마나 원망할까.
정말로 인간세상에 신이 있다면 그 신(神)은
인간과 자연을 좋아하지 않아 저렇게 처절한
지옥도(地獄道)를 만든 모양이다.
망월천을 건너 숲 속으로 들어가려다 방향을
바꿨다.
폭우가 그쳤으면 몸을 숨겼던 새들이 일제히
소리 내어 지저귈 텐데 오늘은 숲에서 음산한
기운만 내뿜는 거다.
어디선가 웅웅 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왼쪽 산사면에서 물이 세게 샘솟고,
돌이 흘러내렸고, 바람이 없는데도 소나무가
마구 흔들린다.
소나무는 뿌리를 깊게 내리지 않고 넓게 퍼져
생명을 유지하는데 바람도 없이 흔들리다니
산사태 나기 직전 전조현상인지도 모르겠다.
이곳을 다닌 지 십수 년이 되었어도 그동안
폭우나 폭설, 또는 해빙기에도 돌멩이 몇 개만
흘러내렸던 곳이다.
물론 기우(杞憂)로 그치겠지만 마음이 내키지
않아 숲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망월천 천변을
따라 걷는다.

< 말냉이장구채 >
05;30
참매미가 낭자(狼藉)하게 울어댄다.
금년 여름 들어 처음 듣는 매미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개구리, 맹꽁이, 새들도 다 숨었는데 참매미
딱 한 마리가 나무 위에서 마구 울어대는 거다.
저 매미의 껍질일까.
나뭇가지에 매미껍질인 선태도 보인다.
선태, 선퇴, 선각 등으로 불리는 매미껍질은
경련성 질환 등 한약재로 쓰인다.
껍질을 벗는 과정에서 저 매미는 선탈(蟬脫)의
아픔을 얼마나 겪었을까.
매미는 땅속에서 3~7년, 길게는 13~17년 정도
유충생활을 거치고 육서생활을 하며 수명은
약 2~3주일밖에 못 산다고 한다.
어쩌면 매미는 아픔의 상징이다.
껍질을 벗을 때의 아픔, 오랜 기간을 땅속에서
살다가 밖으로 나와 고작 20여 일 정도만 사니
얼마나 억울할까,
그래서 그렇게 울어대는 모양이다.
예전 보릿고개 시절 60~70년대는 시장통이나
골목에는 허름했던 대폿집이 꽤 많았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
작부는 젓가락으로 술 주전자를 두드리고 술을
마시는 한량(閑良)들은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당시 대폿집의 흔한 풍경이었다.
대폿집마다 살기가 어려워 술집에 몸을 던진
젊은 아주머니나 아가씨들이 기숙을 하며
한복을 입고 술을 팔았는데 그 당시 술집
접대부나 몸 파는 여자를 '매미'라 불렀던 기억이
난다.
배고팠던 보릿고개 시절,
어느 여자는 공장에서 공순이로 불리고,
시골에서 무작정 상경한 여자는 버스차장으로
고된 몸을 굴리고,
주전자 두드리며 노래 부르는 술집 작부는
매미로 불렸다.
미군이랑 사는 여자는 양공주로 불리고,
사창가에서 몸 파는 여자는 창녀로 불리던 그
시절에 성장했기에 나는 또렷이 기억을 한다.
06;00
매미는 전 세계적으로 1500여 종이나 된다는데,
우리나라는 참매미, 쓰름매미등 15종이 자생
한다.
쓰름매미도 마구 울어댄다.
매미가 울면 본격적으로 무덥고 나른한 여름
생활이 시작되는 건데,
이번 극한폭우가 내리기 전 이미 40도에 이르는
무더위 속에 살았다.
폭우가 그쳤으니 처서(處暑)가 될 때까지 얼마나
더위에 더 시달릴까.
2025. 7. 20.
석천 흥만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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