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느림의 미학 912 때로는 매미가 사람보다 낫다.

김흥만 2025. 8. 2. 12:39

2025.  8.  2.  05;30

숲 속이 조용하다.

예년(例年) 이맘때 같았으면 매미 울음소리가

새소리를 압도하였을 텐데 별로 들리지 않는다.

 

워낙 뜨거운 여름이라 매미가 활발하게 활동을

하지 못하는 건가.

허긴 매미도 저보다 못한 사람들이 많은 인간

세상에 환멸을 느낀 모양이다.

 

요즘은 사람다운 사람을 보기가 참 어렵다.

어제 경제부총리의 한미 관세 협정 타결에

대한 기자회견을 보며 구역질이 났다.

 

부총리나 관계장관이 고생한 건 국민들이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회견 중 대통령에 대한 충성발언을

들으며 북한의 김일성 왕조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보는 거 같아 짜증이 났다.

 

꼭 그렇게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를 불러

야만 했을까.

연말이 되면 배우들이 상을 많이 받는다.

감독, 스태프 등 관계자 이름을 수십 명 부른

 수상 소감을 말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총리나 부총리급이면 예전 삼정승에 해당한다.

정 3품 이상 당상관이면 사모를 쓰고 임금은

매미와 비슷하게 만든 '익선관'을 썼다.

 

옛 선비들은 매미의 오덕(五德)에 대해

문청염검신(文淸廉儉信)이라 하며 칭송했다.

 

매미는 관(冠)의 끈이 늘어진 머리를 갖고

있어 문(文)이 있고,

이슬만 먹고살아 청(淸)이 있고,

곡식을 먹지 않으니 염(廉)이 있고,

집을 짓지 않으니 검(儉)이 있고,

철 맞춰 허물을 벗고 절도를 지키니 신(信)

이라 했으니 말과 글을 잘도 만들었다.

 

따라서 매미의 오덕을 모방한 임금은 오덕

(五德) 즉 온양공검양(溫良恭儉讓)이라

하여 익선관을 쓰고 당상관들은 매미의

날개를 닮은 사모를 썼으니 그들이 얼마나

매미를 닮고자 했던가.

 

어설픈 12.3 비상계엄을 선포해 다수의 범죄

혐의로 대통령감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이 대통령이 된 '웃픈' 현실을

한동안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전임 대통령이 탄핵을 받았을 때나 구속이

되었을 때 가슴을 졸였지만 사람이 사람에

대해 실망하는 건 순식간이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범죄성 혐오,

민주당의 줄탄핵에 대한 반감,

불의에 대한 역겨움으로 비상계엄을 했다지만

그에 대한 지지는 어느 날부터 역겨움으로

변했다.

 

조금만 기다렸으면 정의에 의해 그의 온전한

세상과 시간이 되었을 텐데, 화를 참지 못하고

아둔하고 어리석은 사람이 되었으니 등신

(等神)이 아닌가.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며,

여소야대의 국회가 쏟아내는 악법(惡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만으로도 대통령의

소임을 하는 거라고 기대를 했는데 말이다.

 

통치란 무엇인가,

무릇 정치와 통치란 설득하고, 타협하고,

막히면 돌아가고 물 흐르듯이 해야 하는 게

맞지 않은가.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생사여탈권을 쥔

대통령이 멍청한 짓을 해 사람 같지도 않은

범죄혐의자에게 대통령직을 헌납하고,

 

명령(命令)을 수행한 많은 장관과 장군이

역사의 죄인이 되고 정권이 바뀌었기 때문에

그를 지지하던 마음이 바뀐 거다.

 

새로운 사람이 장관이 되고자,

청문회가 진행될 때마다 국민들은 지저분한

장면에 놀라고 실망하고 분개한다.

 

갑질 등 잘못한 사람은 염치가 있어야 하고,

부끄러우면 직에서 물러나는 게 상식이라,

그리 복잡할 필요가 없는데 세상은 이와

반대로 돌아간다.

 

어쩌면 그렇게도 사람다운 사람이 없는지

대통령부터 국무총리, 장관 등 수많은 사람이

범죄로 인한 전과자 출신이다.

 

나같이 교통범칙금 한번 내지 않고, 세금 한번

연체를 시켜보지 못하고 법을 잘 지킨 평범한

사람들은 고위공직자가 될만한 자격이 없는

모양이다.

 

잘못이 드러나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불법이 드러나도 처벌하지 않고,

범죄혐의로 재판을 받는 중 대통령에 당선

되었다고 일제히 재판을 중지 시키는 권력이

과연 민주사회의 정의일까.

 

매미의 문청염검신에도 못 미치는 인간세상,

미국과의 관세협상이 끝났으니 이제부터는

낙하산 부대꼴을 억지로라도 봐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이번엔 어떤 사람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와

고위 공직자가 될까.

나는 지금 특수임무를 명령받고 수행하는

특낙(특전사 낙하산)을 말하는 게 아니다.

 

대통령 측근으로 요직에 떨어지는 '특낙'.

어쩌다 오게 된 불시착 낙하한 '불낙',

생계형 '생낙'은 누가 타고 내려와 고위 공직자의

자리에 오를 것인가.

                    <  아차산 명품 소나무  >

 

이래저래 심란(心亂)하다.

안도현 시인은 "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거운 것"

이라 했다.

 

중복이 지났다.

세상은 초록으로 꽉 찼고 찜통 속 같은 더위가

점점 지겨워진다.

 

그래도 세월은 가는지 다음 주에는 입추와

말복이 오고, 그 다음주 8.23일은 모기 입이

삐뚤어진다는 처서(處暑)이다.

 

처서는 땅에서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고 했으니

아무리 더워도 여름은 어느 날 홀연히 사라질

것이다.

 

바람이 살짝 분다.

바람결을 타고 참매미소리가 들려온다.

 

세사상반(世事相反)이라,

지위가 높은 관리는 천하의 일에 근심을 갖지

않는데 나 같은 초야의 사람들이 도리어 근심

걱정을 하는 게 과연 정상일까.

 

세상일은 내가 걱정을 하던 하지 않던,

매미가 울던 울지 않던 유유히 흘러가는데

말이다.

 

그러고 보니 잠자리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매미와 잠자리가 우리 인간세상을 좋게 보지

않는 모양이다.

 

동편하늘에 여명빛이 올라온다.

오늘 하루는 어디에 가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보낼까.

 

백수의 하루는 이렇게 수많은 상념 속에서

시작된다.

 

                    2025.  8.  2.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