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8. 6. 04;00
쏴아!
세상을 침몰시키려는 듯 폭우가 쏟아진다.
저렇게 거친 빗속에서 운동을 해야 하나,
운동복을 입다가 잠깐 망설였다.
4.20분이 되자 거짓말처럼 비가 그쳤다.
밤새 100mm 이상 쏟아진다고 호우경보까지
내렸는데 고작 7.5mm로 그친 모양이다.
04;30
비 그친 숲 속으로 들어선다.
매미 울음소리 사라진 숲 속에서 귀뚜라미
울어댄다.
아무리 더워도 가을이 지척까지 다가온 모양
이다.
달맞이꽃잎에 앉았던 새까만 잠자리가 네 개의
날개를 나풀~나풀거리며 우아하게 날아간다.
조지훈 시인의 '승무'였던가.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승무를 춤추는 여승의 춤사위를 연상케 하는
부드러운 잠자리의 날갯짓을 바라보다 촬영할
타이밍을 놓쳤다.
국악출신 가수들이 노래를 부를 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손사위는 저 잠자리한테 배웠나 보다.
내가 본 잠자리 중 가장 멋지고 섹시한 검정
잠자리가 숲 속으로 사라졌다.
저 잠자리 이름이 무엇이더라,
어릴 때 자주 보던 잠자리인데 이름이 기억
나지 않는다.
고추잠자리, 왕잠자리, 장수잠자리, 밀잠자리,
된장잠자리?~~ 기억 속에 있던 잠자리를 몽땅
꺼내도 모르겠다.
인터넷을 열어 까만 잠자리를 검색한 후
'검은물잠자리'임을 알게 되었다.
수많은 잠자리 중 몸통은 물론 검디 검은
날개가 멋진 물잠자리라,
'물'자가 붙으면 주로 물가에서 산다는 건데
묘한 아름다움이 가슴으로 다가온다.
다시 나타나더니 산길 따라 나풀거리며 그냥
물 흐르듯이 흘러간다.
잠자리는 전 세계에 약 5,700여 종이 있고
한국에는 127종이 서식한다고 한다.

< 황금낮 달맞이꽃 >
내가 다녔던 상산초등학교에는 출입문이
세 곳에 있었는데 그중 청주방향 '학동이'쪽으로
들어가면 작은 연못이 있었고,
진천농고 정문으로 들어가기 전 향교방향에
거대한 느티나무를 가운데 두고 큰 연못이
있었다.
두 연못은 잠자리 천국이라,
잠자리를 잡으려는 어린이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몸길이가 10여 cm가 되는 장수잠자리를
잡으려고 작은 잠자리에 속하는 고추잠자리나
밀잠자리를 잡아 나뭇가지에 끈으로 매달아서
"바이~ 바이"하며 빙글빙글 돌리기도 했다.
잠자리는 모든 동물 중에서 비행능력은 벌새와
함께 최고급 클래스에 위치한다.
날개 네 개를 모두 따로 움직여 방향전환과
속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하고,
급선회, 급강하, 급상승, 제자리에서 정지비행
하는 호버링,
평상시 속도로 후진비행, 상하좌우 종횡무진
으로 날아다니는 비행능력이 있다.
사람들이 잠자리를 본떠 만든 헬리콥터나
다른 어떤 비행체도 잠자리의 비행능력에는
도달하지 못한다는데 최근 잠자리의 비행
메카니즘(mechanism)을 이용하여 로봇으로
재현하려 연구를 많이 한다고 한다.
도시의 산에서는 그 흔했던 나비, 무당벌레,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등을 보기가 힘들다.
방학숙제로 제일 하기 싫은 게 있었다.
국민학교 방학숙제에는 곤충채집이 있었고,
중학교 때에는 건초 3관이 나를 괴롭혔다.
그동안 야생화는 어지간히 찍었으니 이번
여름과 가을에는 잠자리에 대해 집중을 해볼까.
2025. 8. 6.
석천 흥만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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