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4. 24. 07;00
<빨리 가려거든 혼자가라
멀리 오래 가려면 함께 가고~~>
남풍인 <마파람>이 온 몸을 부드럽게 감싸는 날,
우린 함께 봄처녀를 만나러 남도 여행을 떠난다.
우리의 넉넉한 친구들은 항상 행복하다.
다른 친구들 사회에선 볼 수 없는 사랑방, 포럼 등이 있어,
항상 친구들을 배려하고 베푸니 다들 부러워한다.
매일유업의 산뜻하고 섹시한 미모의 팀장이 우리 일행을 영접하니 숫총각인양 가슴이
울렁거린다.
매일유업 상하공장의 강당에 앉아 진지한 모습으로 경청을 한다.
1977년 사원으로 입사한 후 금년 사장으로 은퇴하기까지 34년이라는 긴 세월을
매일유업이라는 한 직장에서만 보낸 정 사장,
매일유업과 유가공업 역사의 산증인인 <정종헌 사장>이 열정을 다하여 강의를 하니,
자그마한 체구가 거대한 거인인양 강단에 가득 찬다.
난 우유나 유가공 산업에 대해 잘 모른다.
우유를 먹으면 설사 등을 하여 아직도 태반이 넘는 친구들이 우유를 가까이 하지 못한다.
나도 작년 포럼 시 <소화가 잘되는 우유>라는 저지방 우유를 알게 된 후부터 우유마니어가
되었다.
회사에서 주는 요구르트 음료와 치즈를 먹으며, 그동안 수입치즈에 입맛이 길들여진 나는
화들짝 놀란다.
유럽산이나 수입품에 비해 전혀 손색 없이 오히려 더 부드럽고 감칠 맛이 난다.
이곳 상하공장은 금년 4월 1일 부터 매일유업 그룹으로 편입되었다 한다.
고즈넉한 고창의 상하면 '구시포 해수욕장' 인근에 있어
공장의 여유로운 모습이 평화스럽기만 하다.
공장은 악다구니 쓰는 대도시 근방에만 있는 줄만 알았던 편견이 깨진다.
정종헌 사장 강의 중
제품의 세균이 3만 마리 이하인 A1 이 95%나 되고, 10만 마리 이하인 A2가 나머지
5%라는데,
선진국으로 알려져 있는 이웃의 일본도 기준이 30만 마리 이하라는 설명을 들으며
우리나라 유가공 산업의 선진화에 가슴이 뿌듯하며 깊은 감명을 받는다.
최근엔 유산균이 열흘 간 10억 마리 이상 살아있는 <연아 퓨어> 등 신제품도 나와
매일유업 7개 공장 중 6위인 청양공장 매출액이 535억에서 662억으로 127억 원 이상
증대되었고,
매출총이익도 159억 원에서 228억 원으로 69억 증대되었다니 <연아 효과>일까?
아님 매일유업 직원들의 피와 땀의 효과일까.
아무튼 연아의 광고 출연료가 올림픽 금메달 전 10억 원에서 20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니~
매일유업은 총매출액이 1조가 넘는 거대 유가공 산업체이다.
우리나라는 1884년 처음으로 젖소가 도입되었고,
1937년 경성 우유동업조합이 설립되었다.
1962년 낙농진흥 10개 년 계획이 수립되었으며,
1969년 고 박정희대통령이 시범목장을 답사하는 등 본격적인 낙농사업에
관심을 갖는다.
이후 2000년 사육두수 544천 마리로 정점을 이룬 뒤, 2009년 현재 445천 마리로 줄어들었다.
그동안 1인 당 원유 소비량이 1970년 1.4kg에서 62.3kg으로 늘었고, 우유 소비량도
34.9kg이나 된다고 한다.
화단의 가운데 며느리밑씻개 덩쿨 옆에' 괭이밥꽃'이 올라오며 봄맞이꽃이 활짝 피었다.
봄처녀를 여기서 보게 된다.
봄맞이꽃은 봄의 들판에서 잘 자라는데 잎자루는 1~2cm로 매우 작다.
4~5월 흰색으로 피며 4~10개의 꽃이 산형꽃차례를 이룬다.
류머티즘, 편두통, 인후통의 약재로 쓰인다.
3시간여를 달려 다음 일정인 <매일유업 청양공장>으로 들어선다.
정 사장의 젊음, 피와 땀, 열정을 바쳤던 공장에 들어서니 정 사장도 약간 긴장이
되는가 보다.
2만 3천여 평의 드넓은 대지 위에 4천 평이 넘는 이 거대한 공장은 2003년 2월에 준공되었다는데,
1일 집유량 250톤에, 직원 96명이 생산 운영한다고 한다.
전자동, ELS 시스템을 도입한 생산 공장엔 5명 만 보일 뿐 상차작업도 '로버트'가 한다.
고용효과가 별로라고 따지니,
하루 20만~40만 개의 생산량을 200여 명의 기사가 운송한다고 답이 나온다.
이것이 바로 고용효과인가 보다.
유난히 직원 개개인까지 따뜻하게 보살폈다고 정 사장의 인품에 대해 직원들이 말한다.
<청양>은 참 재미난 지역이다.
애국지사도 숱하게 많았으나, 국민을 잡아 먹을듯 표독한 눈초리로 노려보던 이해찬
전 국무총리도 이곳 출신이지? 아마도?
<콩밭매는 아낙네야
베적삼이 흠뻑 젖는다.
무슨 설움 그리 많아
포기마다 눈물 심누나.
홀어머니 두고 시집 가던 날.
칠갑산 산마루에
울어주던 산새소리만
어린 가슴속을 태웠소.>
한잔 술에 취한 가슴을 부여안고 흥얼대던 이 노랫말에는 콩밭 매는 한 많은 아낙네와
이 홀어머니를 두고 울며 시집가는 어린 딸인 두 여인이 등장하는 칠갑산이 있는 고장이다.
화전민의 아내로서 너무 가난해 밥이나 굶지 말라고 어린 딸을 부자집 민며느리로 보내면서,
받은 밭떼기에 얽힌 서러운 사연이 어린 구슬픈 노래 가락은 바로 우리 50~60대의 심금을
울리는 국민가요로 불리게 되었다.
두메산골 청양!
1967년 36살의 양창선씨가 국내 제1의 금광에서 낙반사고로 지하 125m에 매몰 되었다가
16일 만에 구조되는 바람에 알려지게 된 두메산골이다.
그후 그는 많은 돈을 벌어 돈 무서운 줄 모르고 살다가 오토바이 사고로 비명횡사 하였다는데
다시 <콩밭 매는 아낙네~>란 노래로 칠갑산의 청양이 유명해지기 시작하였다.
<청양고추>라!
실제로 청양고추는 경북지방의 청송과 영양의 이름을 따서 지은 고추라는데 엉뚱하게도
이곳 청양이 원산지로 오해 아닌 오해를 받고 있으니 재미있는 일이다.
바로 이런 오지에 유가공 공장이 들어섰다.
요즘 한창 피는 '개별꽃이 순백의 미를 자랑하며 피어있다.
원줄기에 줄지어 털이 돋아 있는 특징을 가진 개별꽃은 4~5월에 흰색으로 피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식용 약용으로도 쓰이며 들별꽃, 태자삼이라고도 한다
청양에서 한 시간이 넘는 거리라는데,
지난 40년간 보지 못해 전혀 기억이 안 나는 이경묵 동창의 회집이 있는 무창포로 이동한다.
공장전체가 금연지역으로 설정되어 한참이나 피우지 못했던 담배를
참지 못한 친구들이 연달아 피운다.
일부는 걸려 정학도 맞고 했는데 학창시절 화장실에 숨어서 피우던 맛일까?
무창포 해수욕장의 일몰이다.
끝없는 수평선에 거대한 불꽃이 내려앉는다.
해무가 살짝 끼어 오메가의 모습은 보지 못하지만 오랜만에 보는 고즈넉한 일몰이다.
무창포 해수욕장은 웅천 해수욕장이라고도 한다.
백사장 길이는 3㎞이며 남북으로 길고 경사가 완만하다.
앞바다에는 석대도와 암초가 산재해 물이 잔잔하고 아늑한 해수욕장을 이룬다.
해안에는 암벽과 울창한 수림, 해변에 핀 해당화가 어우러져 주변 경관이 좋다.
한 달에 4~5차례씩 해변에서 석대도까지 1.5km에 이르는 바다가 갈라지는 한국판
모세의 기적이 나타나 해산물을 맨손으로 건져 올리는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또한 신비의 바닷길과 주변의 송림,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서해안의 작은 진주로 불릴 만큼 푸른 파도와 붉은 낙조로도 유명한 곳이다.
유성회집으로 들어가며 반가운 인사를 나눈다.
다 같이 함께 한잔 술에 회포를 풀어보자.
언젠가 스크랩한 시가 있어 몇자 적어본다.
<잠시 잠깐 다니러 온 이 세상
있고 없음을 편 가르지 말고
잘나고 못남을 평가 하지 말고
얼기 설기 어우러져 살다나 가세.
다 바람같은 거라오.
뭘 그렇게 고민하오.
만남의 기쁨이건 이별의 슬픔이건
다 한 순간이오.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산들 바람이고
외로움이 아무리 지독해도 눈보라일 뿐이오
폭풍이 아무리 세도 지난 뒤엔 고요하듯
아무리 지극한 사연도 지난 뒤엔
쓸쓸한 바람만 맴돈다오.
다 바람이라오.
버릴 것은 버려야지
내 것이 아닌 것을 가지고 있으면 무엇하리요
줄게 있으면 줘야지
가지고 있으면 뭐하노
내 것도 아닌데...
삶도 내 것이라고 하지마소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일 뿐인데
묶어 둔다고 그냥 있겠오
흐르는 세월 붙잡는다고 아니 가겠소
그저 부질없는 욕심 일 뿐
삶에 억눌려 허리 한번 못 피고
인생 계급장 이마에 붙이고 뭐그 리 잘났다고
남의 것 탐 내시요 . >
어라!
오늘 <나준채>친구의 회갑이네?
순발력 있게 준비한 꽃다발과 초코파이 케이크에 촛불을 밝히며 축하를 한다.
지독한 연기 속에 앉아 있기를 포기한 나는 밖으로 나온다.
차안에서도 피우려나, 걱정이 앞선다
알러지성 비염과 혈관성 비염이 동반되어 있는 난 담배연기를 맡는 순간 코가 막힌다.
결국은 차안에서도 마구잡이로 담배를 피어대니 화도 많이 나고 오늘 즐거웠던 기분이
확 잡친다.
나이 60이면 주위 친구나 다른 사람에게도 배려를 하고 참아야 하는데 말이다.
다음에도 이렇게 개념 없이 피워대면 난 두 번 다시 참석 안하련다.
“이제는 모일 때 마다 한 놈 두 놈씩 죽어 없어지네, 앞으로 그 속도가 더 빨라 질거야!”
재작년 1월 금요포럼을 스케치한 고 이재백친구의 넋두리이다.
이젠 공식행사이건 비공식행사이건 여럿이 모인 곳에서의 흡연은 자제하여야 할듯
보기가 상당히 안 좋다.
오늘의 행사를 마무리 하는 <전병태 회장>이 열변을 토한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오래 가려면 함께 가는 거다>라며~~
이 말은 내 지적재산권인데 신경숙 작가의 책에도 나왔다고 한다.
참으로 오묘한 말이다.
미국인 7천 명을 대상으로 9년 간 평균수명을 조사 했더니,
돈도, 재산도, 자식도 아닌~친구가 많은 사람이 가장 건강히 장수한다는 통계가 나왔다.
흡연량, 음주량부터 일하는 스타일, 사회적 지위, 경제 상황, 인간관계 등에
이르기까지 정말 세세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의외의 진실을 찾아 낸 것이다.
우선 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담배나 술은 수명과 무관하지는 않지만 이색적인 결과가 나왔다.
오랜 조사 끝에 마침내 밝혀낸 장수하는 사람들의 단 하나의 공통점은 ??...
놀랍게도 '친구의 수'였다고 한다.
친구의 수가 적을수록 쉽게 병에 걸리고, 일찍 죽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많고, 그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을수록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더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넉넉한 친구들이 조금씩이라도 기부를 해주며 이해와 배려를 해주면,
아직도 20~30년이 남은 평균수명에 70세가 되면 회비 없이 포럼을 운영하며,
남은 인생을 함께 즐겁게 마무리 하자>로 전병태 총장은 오늘 포럼의 결론을 낸다.
사실 돈을 기쁘고 멋지게 쓰기란 쉽지않다.
매일유업에서 준 푸짐한 선물이 꽤나 무겁다.
다음 건국우유 방문 시에는 더 푸짐한 선물을 주겠다는 전병태 총장의 넉넉함이 고맙기만 하다 .
무창포의 밤은 깊어만 간다
2010. 4. 24 금요포럼을 스케치하며
석천 흥만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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