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느림의 미학 97 시장통보다도 더 시끄러운 송광사

김흥만 2017. 3. 24. 21:30


2010.  4.  8.

남쪽까지 여행을 왔어도,

백령도 천안함 구조소식이 궁금해 시간마다 DMB방송을 보지만,

밝은 소식은 없고 어두운 소식만 들려오며 나의 춘심(春心)을 냉각 시킨다.

 

오늘은 함미에서 고'김태석'상사의 시신을 인양하였다고 하는데,

나머지 장병들도 희생당했으리라 생각은 들지만 왠지 군함의 한구석에서 살아 있는 것만 같고,

뼛속까지 스며드는 바다 속 추위에 있을 장병들,

죽을 줄 알면서도 후배들을 구하러 살신성인의 길을 걸은 고 '한주호'준위를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기만 하다.

 

아무리 슬퍼해도 꽃은 속절없이 피겠지.

환상적인 주암지 벚꽃 길을 달려 11시 반에 '송광사'에 도착한다.


관광버스 40여 대와 수백 대의 자가용차량, 천여 명이 넘는 학생, 관광객이 뒤엉켜 아수라장이니

시장바닥이 따로 없다.


불도를 닦는 도량이 아니고 시장 통이니 이일을 성철스님이나 법정스님도 알까?

정관스님 미안하네.

오늘 송광사 기행 중 실망한 부분이 많네 그려 용서 하시게.

 

당초 계획대로 지리산 노고단으로 올라갈걸.

후회한들 이미 늦었으니 조계산 자락의 송광사 경내나 둘러보기로 하고 무리를 벗어나기 위해

잰걸음으로 올라간다. 

 

모든 국공립공원에서는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유독 사찰이 있는 공원에선 '문화재 관람료'라는 명목으로 입장료를 받는데,

이곳 송광사에선 2,500원을 받는다.

이 시간에도 천여 명이 넘고 매년 80만 명에서 100만 명 가까히 다녀간다는데,

그 막대한 수입은 어디에 쓸까?

 

막걸리 두병 값에 불과한 2,500원이지만 괜히 아까운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교회나 사찰은 너무 부자들이다.


모름지기 종교와 관공서는 검소하여야 하고 그 조직을 유지하기에 적당한 자산만 있으면

되는데 틈만 나면 돈을 걷고, 돈을 밝힌다.

재정자립도가 엉망인데도 호화청사나 건립하는 지자체와 닮았는지 여기 이곳 송광사도

이곳저곳 공사판을 벌리니  닮은꼴이다.

 

일주문을 지나니 7기의 부도와 '영객송'이 나를 반긴다.

비록 중국 황산에 있는 멋진 영객송은 아니지만 수수한 멋을 풍기며 오는 손님을 맞는다.

 

 

학생들 무리를 지나치려니 예쁜 여학생이 엿을 사달라고 한다.

아마도 자기네 학교 선생님으로 착각한 듯 스스럼없이 하는 행동이 귀여우면서도

일견 버릇도 없어 보인다.


오늘 수학여행이냐고 물으니 수련회라고 한다.

수학여행과 수련회의 차이점은 교관이 있고 없고의 차이라고 학생이 설명해준다.


오늘 호젓하고 고즈넉하게 송광사 경내를 둘러보는 즐거움은 이미 사라졌다.

빨리 벗어나자.

계곡물은 완전 흙탕물이고, 환경단체 스님들은 생태계 파괴 운운하며 4대 강 살리기

반대운동을 펼 자격이 없다.

자기네 앞마당과 붙어있는 경내의 계곡도 생물이 살 수 없도록 흙탕물인데 누굴 나무라나?

 

늦은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피톤치드'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편백나무>숲이다.

 

피톤치드의 구성물질은 테르펜을 비롯하여 폐놀화합물, 알칼로이드, 글리코시트 등이다.

우리가 숲 속에서 삼림욕을 즐기는 것은 바로 이 '피톤치드'를 마시기 위함이다.

모든 식물체는 생존을 위해 각각 특유의 항균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일정한 살균작용을 하며

각종 병원균으로 부터 자기를 방어한다.

 

이러한 식물의 방출 또는 분비물질을 피톤치드라 하는데 우리가 숲 속에서 느끼는 상쾌함은

물론 트레스 완화, 심폐기능의 강화, 기관지 천식. 폐결핵 치료와 우리 피부를 소독하는

약리작용이 강하다.

이렇듯 피톤치드는 숲이 우리 현대인에게 주는 가장 필요한 선물이다.

 

편백나무 숲은 전남 장성의 축령산 휴양림이 유명해 암환자는 물론 각종 환자들이 치료를

목적으로 많이들 온다고 한다.

 

송광사 경내이다.

송광사는 신라 말 '혜린선사'가 창건하였다고 한다.

창건 시는 송광산 길상사였으며 100여 칸 되는 절로 30~40명의 스님들이 살 수 있는

그리 크지 않은 절이었다.

 

그 후 불일 보조국사 지눌스님의 정혜결사가 이곳으로 옮겨지면서 한국 불교의 중심으로

각광 받기 시작하였다고 하는데,

그동안 정유재란 6.25사변 등 숱한 재난을 겪었으나 지속적인 중창불사로 지금의 위용을

갖출 수 있게 되었으며, 전국의 사찰 중 국보급을 포함하여 가장 많은 문화재가 있다. 

 

송광(松廣)이라는 이름에는 몇 가지 전설이 있다.

첫째는 18명의 큰스님들이 나셔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펼 절이라는 뜻이다.
곧 '송(松)'은 '十八(木)+公'을 가리키는 글자로 18명의 큰스님을 뜻하고, '광(廣)'은

불법을 널리 펴는 것을 가리켜서 18명의 큰스님들이 나서 불법을 크게 펼 절이라고 한다.


둘째로 보조국사 지눌스님과 연관된 전설이다.

스님께서 정혜결사를 옮기기 위해 터를 잡으실 때 모후산에서 나무로 깍은 솔개를

날렸더니 그 솔개가 지금의 국사전 뒷등에 떨어져 앉았다.

그래서 그 뒷등의 이름을 치락대(솔개가 내려앉은 대)라 불렀다 한다. 


이 전설을 토대로 육당 최남선은 송광의 뜻을 솔갱이(솔개의 사투리)라 하여 송광사를

솔갱이 절이라 풀었다.

마지막으로 일찍부터 산에 소나무(솔갱이)가 많아, '솔메'라 불렀고 그에 유래해서

송광산이라 했으며 산 이름이 절 이름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한국 불교에는 일찍부터 세 가지 보배를 가리키는 삼대사찰 즉 삼보사찰(三寶寺刹)이 있다.

양산 통도사는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기 때문에 불보사찰(佛寶寺刹),

합천 해인사는 부처님의 가르침인 팔만대장경의 경판이 모셔져 있어 법보사찰(法寶寺刹),

이곳 순천시 송광면 조계산 자락에 새둥지처럼 아늑하게 자리 잡고 있는 송광사는

한국 불교의 승맥(僧脈)을 잇고 있어 승보사찰(僧寶寺刹)이라고 한다.


말에서 내리라는 하마비가 있다.

요즘말로 하면 '차에서 내려가는 장소'이리라.

옛날 말을 탄 사람들은 높은 신분이다.

 

말에서 내리라는 하마비는 아무 곳에나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왕권과 관계되는 또는 왕의 명으로

만들게 되는 장소에 하마비를 세워 왕권의 지엄함을 나타내는 것이다.

따라서 절에서는 유생들이 함부로 하는 행동에 제약을 가하기 위해 왕실 관련 기도처를

만들려고 노력들을 했다고 한다. 

 

하늘로 날아갈듯한 추녀가 각을 세우며 곧추선 대웅전이다.

호화로운 단청이 단청을 하지 않은 달마산 미황사 대웅전과 변산 내소사 대웅전과 대비된다. 

 

대웅전을 바라보며 잠시 마음을 추스르고 이번 참사로 숨진 이들에 대한 명복을 빈다. 

 

 

대웅전의 각도를 달리하니 다른 사찰에서 보지 못했던 특이한 양식의 건물이 위용을 자랑한다.

이런 특이한 건축양식을 볼 줄 알았으면 사전에 예습을 하고 올걸,

돈벌이만 바쁜지 건축물의 특징이나 양식에 대해서 설명하는 곳이 전혀 없다.

 

 

'삼나무' 한그루가 외롭다.

삼나무는 일본이 원산지이며, 일본에선 우리나라 소나무 정도의 귀한 대접을 받는다,


수피는 잔 껍질이 많고 붉은 색으로 편백나무 수피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의 비슷한데,

열매 맺는 부분이 편백나무와 달리 3~4월에 열린다.

 

산책로 풀밭에 개불알꽃이 활짝 피었다.

 

꽃에 털이 있는 여러해살이 '양지꽃'도 노란색으로 봄소식을 전한다. 

 

겨울잠에서 막 깨어난 곰이 먹는 풀이라 하여 곰풀이라고 하는 '앉은 부채'도 보인다.

거북등같이 둥글게 벌어지며 풀잎의 모양이 부채모양이고 유독성 식물이다. 

 

오후 한 시가 넘도록 식사를 하지 못했으니 배가 몹시 고프다.

국적불명 동동주 한잔을 마시려 맛을 보니 엉터리라

서울 장수막걸리로 길들여진 우리 일행 4명은 동동주를 포기하고, 소주와 맥주로 한잔하며

피로를 푼다.

 

송광사에서 조계산을 거쳐 선암사로 이어지는 호젓한 등로가 10여km라는데,

언젠가는 다시 와 이름 모를 나무, 꽃과 대화하며 걸어야 하겠지.

 

아무리 슬퍼도 꽃처럼 갱생하여 가슴과 눈을 봄의 활력으로 재충전하자.

이제 마음을 다스리고 우리 국민들은 애국적 역량을 충분히 보여주어야 할 때이다.

 

십수 년 전 주택은행 방이동지점 부지점장으로 근무 시, 

외환위기를 넘기고자 전 국민이 자발적으로 금모으기 행사를 할 때였다.

 

창구가 워낙 붐벼 난 금에 대한 상식은 거의 없었어도 '금' 접수창구를 맡았다.

이때 창구로 슬그머니 다가온 노신사가 뒤 칸막이에서 상담을 원한다.

작은 가방에서 금붙이를 하나씩 꺼내는데 별 두개의 육군소장 계급장과 전역 시

부하들과 동료들에게서 받았던 행운의 열쇠, 작은 지휘봉, 금반지 등이 나온다.

 

인적사항을 보니 ㅇㅇ사령관과 국방장관까지 지낸 모 예비역장군이었다.

당시엔 국가에 헌납과 적정가 보상 두 가지였는데, 이 노장군은 쾌히 국가에 헌납의사를

밝힌다.

이러한 정성들이 모여서 국가의 위기를 빨리 타개하였는데,

'금 모으기' 때처럼 합심하고 성숙한 민주국가로서의 저력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사병의 순직 보상금은 3,600여만 원, 부사관들도 2억 원이 넘지 않고

또한 6개월 이내에 군인관사를 비워야 한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자기 이익을 지키려 용산에서 화염병 던지다 죽은 사람들도 7억 원을 받았다는데,

그것보다 못 하다면 제대로 된 나라가 아니다.

성금이건 예산이건 법과 규정에 매이지 말고, 국가 영웅인 천안호의 장병과 가족,

금양호의 선원과 유족에게 최고로 배려하고 보살펴야 한다.


또한 김대중, 노무현이가 철저하게 외면하였던 연평해전 영웅들과 가족도 같이 보살펴야 한다.

예산이 없다면 299명이나 되는 국회의원들 숫자를 줄여서라도 그 돈으로 유가족들이

힘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결과가 북한과 연루되는 등 최악으로 나와도,

죽음보다 더한 고통 속으로 빠져 들지라도 그들에게 반드시  응분의 대가를 주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나 정운찬 총리도 단호한 조치를 한다고 하는데,

경우에 따라선 국가의 명운(命運)이 걸린 결단이 필요하리라.

 

지도자의 결단에 국민들은 따라야 하고,

이젠 북한이나 음모론을 펴는 남한 빨갱이들 다 싫다.

제발 편안히 좀 살게 해다오.

 

난 종교를 좋아 하지도 가까이 하지도 않지만,

부처님이시여! 

조계산 산신령이시어!

전사한 장병들과 구조하다 숨진 금양호 선원들에게 극락의 세계로 인도하여 영면하게 하소서!


정파적 입장에 따른 사태해석과 음모론을 확산시키고, 불신의 증폭을 낳게 한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을 혼내서 하루라도 빨리 지옥의 연옥으로 데려 가소서!

 

                               2010.  4.  8  시장 통보다도 시끄러운

                                                   송광사에서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