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8. 13. 04;45
하늘이 뚫렸다.
예보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이른 시각,
굵은 빗줄기가 지상으로 떨어지기 시작하며
목마른 대지를 촉촉하게 적셔 나간다.
탁탁탁!
우산을 마구 때리는 빗소리,
쏴악~쏴악!
숲의 거대한 떡갈나무에 한번 부딪쳤다가
떨어지는 빗소리.
강렬한 빗소리의 하모니(harmony)에 나는
점점 희열을 느끼며 옷을 홀딱 벗고 비를 흠뻑
맞고 싶다는 유혹을 받는다.
나는 이렇게 거친 빗소리를 좋아한다.
사락~사락 눈 내리는 소리보다 둔탁했다가
점점 드세지는 빗소리가 더 좋은 거다.
지금 빗속에서 우산을 쓰고 산길을 걷는
사람은 나 말고 아무도 없다.
숲 속에서 움직이는 사람은 오직 나 혼자뿐,
매미도 소리를 멈췄고,
새들은 어디론가 일제히 사라졌다.
찌르르 ♬~어디선가 귀뚜라미 울던 소리도
희미하게 들리다가 멈췄다.
너구리는 굴에 숨었고,
정주성 거미는 짓던 집을 포기했고,
이곳에서 살아 움직이던 동물은 다 사라졌다.
숲 속에 하얗고 둥근 알이 보인다.
당구공과 비슷한 '댕구알버섯'이다.

< 2025. 8. 10. 찍은 댕구알버섯 >
크고 둥근 모양이 공룡의 알처럼, 당구공처럼
보이는 댕구알버섯은 세계적으로 희귀한 대형
버섯이라는데 오늘도 내 눈에 포착이 되었다.
물과 토양 속 영양분이 많아야 발생하는
희귀한 댕구알버섯은 '눈깔사탕버섯'으로도
불렸다고 하는데 그만큼 황산숲 속은 건강한
모양이다.
한국일보 2024. 9. 25일, YTN 2024. 10. 12,
농민신문 2024. 9. 25일 자에 의하면,
유방암세포의 생장(生長)을 억제하는 물질과
염증 발생을 억제하는 물질이 있다는 자연산
댕구알버섯은 부르는 것이 값이라며,
1개당 1,000만~5,000만 원으로 알려졌다는데
진짜인지는 나도 자신이 없다.
반환점을 돌아 버섯이 있던 자리에 와보니 거친
빗줄기에 녹아버렸는지 사라졌다.
근처에 포자가 퍼졌을 테니 며칠 후에 또다시
발견되겠지.
이제부턴 습기가 100%인 숲 속 세상은 버섯이
주인으로 여기저기 이름 모를 버섯이 튀어
나오기 시작하는데 '여우꽃각시버섯'도 보인다.

< 2025. 8. 10 찍은 여우꽃각시버섯>
자연공부를 하면서 야생화나 나무는 어렵지
않은데, 조류(鳥類) 즉 새와 버섯류는 어렵다.
화려한 버섯일수록 독버섯으로 알려졌고,
전문가가 아니기에 식용이 가능한 버섯인지는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민주지산 정상에서 만난 잔나비걸상버섯,
통고산 정상과 두타산에 오르면서 만났던
노루궁뎅이 버섯,
펀치볼 대우산 기슭에서 만난 개금버섯,
석룡산과 일자산에서 만난 노랑망태버섯,
이밖에도 이산 저산에서 만난 큰갓버섯,
큰우산광대버섯, 흰가시광대버섯,
암회색광대버섯, 방귀버섯, 덕다리버섯,
노랑달걀버섯, 운지버섯, 큰갓버섯, 간버섯
등이 생각난다.
전국의 산에서 만난 버섯들이 식용, 약용,
독버섯, 환각버섯 등 유해성인지 알지는
못하지만 열심히 사진을 찍었고,
모양과 색깔이 신기하고 화려하기에 이 자료
저 자료를 찾아보며 간신히 이름만 알아냈을
뿐이다.
05;30
빗줄기는 점점 강해지고 이 숲 속에서 떠도는
검은 고양이가 야~옹하며 풀숲으로 사라진다.
저 고양이는 이런 빗속에서 먹이를 구할 수가
있을까,
주머니 속에 든 초콜릿 두 알을 만지작거리며
상념에서 벗어난다.
2025. 8. 13.
석천 흥만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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