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느림의 미학 919 '맹충이'라는 놈

김흥만 2025. 8. 23. 08:36

2025.  8.  22.  08;20

한줄기 소나기가 그리운 날,

화분 여러 개가 있는 사무실 베란다에 나갔다가

깜짝 놀랐다.

 

참 묘한 일이다.

지난 4월부터 정성 들여 키우고 있는 담쟁이의

잎사귀가 몽땅 사라진 거다.

 

건너편에 있는 신XX 교회의 간섭에서 벗어

나고, 그들의 시선을 차단하려 심었던 '담쟁이'

가 덩굴줄기만 앙상하게 남았다.

 

세상을 살다 보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

스러울 때가 있다.

 

그냥 모르는 척 해주면 좋겠는데,

건너편 베란다에 수시로 나오는 아주머니들이

눈만 마주치면 아는 체하고 말 시키는 게

싫었다.

 

내가 영업을 하는 거도 아니고,

새로운 사람을 알아가는 나이도 아니기에

아무런 이유 없이 시선을 받는 게 싫은 거다.

 

나중에 알아 보니 코로나 초기 때 나라 전체가

흔들릴 정도로 파문을 일으켰던 신XX 교회

사람들이라고 한다.

 

베란다에 커튼을 설치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저들의 시선을 차단하기 위해 무슨

방법을 써야 할까.

 

2005년 2월 광명 철산지점장으로 부임했고,

지점장실 바깥 화단에 심은 담쟁이 두 그루가

성장이 빨라 그해 가을 넝쿨이 붉은 벽돌벽과

유리창을 많이 덮었던 기억이 났다.

 

고심 끝에 성장이 매우 빠른 담쟁이를 심어

일 년 정도 기르면 그때와 같이 덩굴이 철제

난간과 캐노피를 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담쟁이 네 그루 중

그루만 살아남아 황산숲에서 뽑아온 자연산

담쟁이 한그루를 추가로 심었다.

 

그 녀석들에게 매일 물을 주었고,

덩굴이 철제 난간을 타고 캐노피 쪽으로 올라

가는 모습이 듬직했는데 어느 날 잎이 몽땅

사라졌으니 황당할 따름이다.

 

여긴 8층이고,

작은 화분에는 쪽, 바랭이, 쑥, 강아지풀,

이삭여뀌 등이 초록을 자랑하며 생명력을 과시

하고 있는데 유독 담쟁이덩굴만 앙상하게

남았으니 말이다.

 

화분 주변을 관찰하다가 '맹충이' 두 마리가

담쟁이 잎사귀를 몽땅 갉아먹고 배가 불러

움직이지 못하는 걸 발견했다.

 

세상에,

맹충이가 8층인 이곳에서 발견이 되다니!

어떻게 여기에 생겼을까.

 

산에 솔잎을 갉아먹는 '송충이'가 있다면

텃밭에는 배추를 갉아먹던 '맹충이'가 있었다.

 

나무젓가락으로 맹충이를 잡아 비닐봉지에

담으며 상산국민학교 뒷산에서 전교생이

송충이를 잡던 일과 텃밭 배추 포기마다

일일이 확인하며 맹충이를 잡던 옛날이

떠올랐다.

 

노인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틀딱충, 꼰딱충,

라떼충, 맘충, 급식충, 진지충 등 충(蟲) 자가

붙은 명사나 비속어가 듣기 싫지만,

선한 백성들의 마음을 갉아먹는 인간벌레들은

충(蟲) 자도 아깝다.

 

오죽하면 쓰레기 같은 인간들을 '벌레만도

못한 사람'이라 했을까.

 

국민들이 가장 싫어하는 입시비리를 저질러

감방생활을 하다가 사면복권으로 풀려나자

마자 독립투사처럼, 개선장군처럼 활개를

치고 다니는 사람에게는 조충(蟲),

 

위안부 할머니들을 등쳐먹은 여성에게는

윤충(蟲)이라는 비속어를 내 나름대로 붙여

본다.

 

자연의 충(벌레 蟲)들은 먹이사슬에 따라

새나 다른 곤충의 먹이가 되어 이로움을

주기도 하는데,

 

벌레만도 못한 사람 충(蟲)들은 가뜩이나

무더운 날씨를 더 뜨겁게 만드는 재주를

가졌다.

 

어설펐던 12.3 게엄으로 금년봄과 여름은

이래저래 폭망 했으니 그냥 한탄이나 하는

수밖에~~

 

                2025.  8.  22.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