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8. 24. 04;30
귀뚜라미와 풀벌레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미음완보(微吟緩步)로 숲속을 걷는다.
여름 막바지에 들리는 자연의 소리는 몸과
마음을 평온(平穩)하게 만드는 묘한 마력
(魔力)이 있다.
마음이 편하니 생각이 생각을 낳고, 생각은
글을 낳는다.
요즘 들어 컴퓨터를 자주 열어 생각을 정리
하고 자판을 두드리는 횟수가 점점 많아진다.
한번 생각이 들면 그 생각에 빠져들고,
깊이 생각하면 할수록 마음에 깊이를 더해
주며 스스로 마음이 다스려지는 걸 느낀다.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던 중 산길에서 만난
아주머니가 내가 운동량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며 어디 아프냐고 묻는다.
참 자세히도 봤다.
해발 96m의 산길이라 아직 힘에 부치지는
않지만 평소엔 두 번 왕복을 하다가 요즘엔
날씨가 너무 더워 한 번만 왕복을 하기에
운동량이 준 거는 사실이다.
새벽산책 포함 하루 평균 17천 여보에서
15천 여보로 2천 여보를 줄였고,
스마트 워치에 기록된 통계를 보니 주당
12만보에서 10만보로 20% 정도가 줄었다.
나는 운동선수 출신이 아니다.
단지 과유불급(過猶不及)을 알고 조금 절제를
한 거에 불과하다.
그런데 몸에 이상이 와서 줄인 거 아니냐고
묻는 대목에선 얼른 대답이 나오지 않아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얼마 전 운동선수 출신 동창 한 명이 타계를
했고, 세계적인 레슬러로 유명했던 '헐크 호건'
도 타계를 했다.
그러고 보니 70년대 초반 여자농구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김정희' 누나도 미국에서 심장마비로
소천했다.
젊었을 때 운동을 많이 해 기력이 다 소진된
탓일까.
내 주변의 운동선수 출신은 거의 다 타계를
하였으니 기진맥진(氣盡眽盡)이라는 말이
맞겠다.
05;30
집 주변에 봄부터 초겨울까지 물이 흐르는
인공수로가 있다.
빼곡하게 선 갈대 사이로 간신히 핀 '벌개미취'
한송이를 그 수로에서 발견했다.
주변에 다른 꽃 없이 홀로 핀 꽃이 처연(淒然)해
보이면서도 아름답기만 하다.

은퇴 후 친구들과 학창 시절 못 다녀온 수학
여행을 추진해 박경리 작가 소설 '토지'의
무대였던 하동 평사리~여수로 여행을 했고
카페활동을 적극적으로 했다.
그후 백마고지와 내가 군대에서 근무했던 양구
204GP 인근 을지전망대에 올라 북한쪽 김일성
고지와 스탈린 고지를 조망하고,
금강산 들어가는 길이기도 하고 민통선 안에
있는 비득~두타연 코스를 트래킹하며 '단장의
능선'과 '피의 능선' 등 DMZ를 실감하게 해
주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었던가,
어느 날 막걸리를 마시던 중 동창 한 명이
고맙다는 말은커녕 "너무 나댄다"라며 질책을
하는 게 아닌가.
'나대다'라는 말의 사전적인 의미는
'얌전히 있지 못하고 철없이 촐랑거리다'라는
부정적인 뜻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우리 민족의
나쁜 정서가 담긴 말을 그 동창에게 들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싸울 수도 없어 그냥 속으로만 삭였지만
백두산 여행, 동구릉, 문경새재 트래킹, 장수
사진 촬영 등을 주선하면서도 그 말이 신경
쓰였던 건 사실이다.
나이 탓인지 친구들도 밥의 양이 반공기로
줄었고 술을 마시는 친구도 많이 줄었다.
이젠 행동거지(行動擧止)를 절제할 때가
된 모양이다.
절제는 과유불급에서 시작된다.
성악가 출신 가수 손태진의 내지르지 않는
절제된 창법과 양지은의 꺾기와 한(恨)을 줄인
창법은 오히려 귀티가 나고 고급스럽기에
나는 그들의 찐 팬이 되었다.
갈대밭에서 홀로 핀 '벌개미취'를 보며 밥의
양이 준 것처럼 이제는 생각을 줄이고,
운동량도 줄이고, 행사추진도 줄이고 모든
것을 절제하며 단순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2025. 8. 24.
석천 흥만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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