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느림의 미학 923 칡향(葛香)

김흥만 2025. 9. 7. 10:40

2025.  9.  7.  06;00

비 그친 숲 속은 버섯의 세상이다.

흰가시광대버섯, 여우꽃각시버섯, 개금버섯이

여기저기에서 올라오고,

내가 찾던 값비싼 댕구알버섯은 보이지 않는다.

 

숲 속 어디선가 은은한 향(香)이 나를 유혹한다.

칡넝쿨 사이에서 칡꽃이 피었고 향기가 숲 속에

제대로 눌러앉았다.

 

하늘에선 먹구름이 뒤엉켜 드잡이질을 하며

금세라도 폭우를 뿌릴 기세이고,

북쪽에선 가을을 재촉하는 바람이 불어오는데

칡 향은 쉽게 물러나질 않고 내 곁을 맴돈다.

 

나름대로 호불호(好不好)가 있겠지만,

나는 봄엔 봄처녀의 풋풋한 향처럼 남몰래

퍼지는 아카시향이 좋고,

요즘엔 성숙하고 아름다운 여인의 향처럼

깊이가 느껴지는 칡향이 좋다.

 

서양에선 라벤더향을 상품화하여 온갖

신료로 쓰는데 반해 칡꽃의 향기는 상품화가

된 게 별로 없다.

 

기껏 칡뿌리를 가미한 프랜차이즈 식품으로

칡냉면, 칡콩국수, 열무국수 정도만 보이니

말이다.

 

바야흐로 K컬처(culture) 시대라고 한다.

한국에서 만든 화장품이 미국, 유럽을 장악해

나가는데 칡의 향이 담긴 제품이 눈에 띄지

않는 게 많이 아쉽다.

 

06;30

미국과 A매치 축구경기가 궁금해 숲길에서

가던 길 멈추고 인터넷을 열었더니 우리의

영웅 손흥민 선수가 선취골을 넣었다.

 

현대차 그룹, LG에너지 배터리의 미국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300여 명이 체포 구금

되었다는 소식에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 시원

해진다.

 

옛 현인들은 주향백리(酒香百里), 화향천리

(花香千里)요, 인향만리(人香萬里)라 했다.

 

인향만리는커녕 인간세상은 범죄자들의

구린내가 진동을 한다.

 

29건의 상습체납과 자녀의 특목고 논란도

부족해 과속 12건, 스쿨존 과속 2건 등 교통

법규를 수시로 위반한 불공정한 사람이 공정을

지휘하는 공정거래위원장 후보가 되고,

 

교육감 시절 막말과 인사비리 의혹,  절대

해서는 안될 음주운전으로 벌금을 낸 전과자가

교육부장관 후보자가 된 현실에 울화(鬱火)가

치민다.

 

이 땅의 선량한 백성들은 단 하루라도 세금을

연체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보는 사람이 없어도 교통법규를 철저히

지키기에 저렇게 체면이나 부끄러움을 모르는

뻔뻔한 사람들이 고위 공직자가 되는 현실을

서글퍼하는 거다.

 

전과자, 범죄혐의자들이 권력을 잡고 세상의

윤리와 법도(法度)를 유린하고, 

 

범죄자들이 범죄를 은폐하고 처벌을 피하려

검찰을 없애려 하고 법질서의 최후 보루인

사법부를 겁박(劫迫)하고 있으니 이게 올바른

세상인가 자주 절망감을 느낀다.

 

남산 쪽에서 번개가 치고,

43분에 이동경 선수가 추가골을 넣었다.

 

전라북도 군산 쪽엔 시간당 152mm가 내리고

누적 강수량이 300mm가 넘는 엄청난 폭우로

수해를 당하고 있는 와중에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강릉엔 1mm밖에 내리지 않았으니 하늘

또한 불공평의 연속이다.

 

이래저래 불확실성의 세상이다.

진행 중인 미국과의 축구경기에서 2대 0을 넘어

소나기골을 넣었으면 좋겠고,

 

남산 쪽에 치는 번개가 온갖 잡년놈들이 권력을

잡고 악다구니를 쓰는 정치권 머리에 떨어

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니 나 또한 잡놈이

아닌가.

 

                    2025.  9.  7.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