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9. 9. 08;00
집 앞 수로에 핀 '왕고들빼기'가 가을바람을
타고 마구 흔들린다.
보통의 고들빼기는 10여 cm 이내인데,
이 왕고들빼기는 1m 가까이 자라 당당한
모습을 보여준다.
관행상 식물에게 왕(王) 자는 같은 DNA에서
제일 큰 놈에게 이름을 붙인다.
좀부들, 좀씀바귀, 좀현호색 등에는 '좀'자를
붙여 작은 식물임을 뜻하지만,
왕둥굴레, 왕벚꽃, 차전초로 불리는 왕질경이,
지팡이를 만드는 왕호장근, 왕바랭이 등
왕고들빼기 이외에도 왕자가 붙은 식물은
거의 다 크다고 보면 된다.
식물에 키와 덩치가 크면 왕자가 붙는데 반해
사람에게 왕(王) 자가 붙으면 옛날에는
임금이요, 현대에는 대통령이라고 할까.
요즘의 대통령은 예전 왕보다도 더 큰 권한이
주어지고 많은 정치인들의 로망이기도 하다.
우리 어렸을 때 어른들이 장래 희망을 물으면
대통령부터 시작해서 장관, 국회의원 등이
제일 많이 나왔다.
어머니의 외사촌으로 60년대 농림부 양정국장
으로 계셨던 '서정선' 아저씨가 세단 승용차를
타고 진천에 내려오면 온 동네가 떠들썩했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한때 고위 공무원이 되는
꿈을 꾸기도 했다.
6~7년 전 손주들 유치원 졸업식장에서 장래
희망을 담은 동영상을 틀어주는데 대통령을
하겠다는 유치원생은 한 명도 없었고,
소방관, 경찰관, 의사, 군인 등을 많이 희망
했던 걸로 기억이 난다.
요즘 손주 녀석들과 만나면 장래 진로에 대해
자주 이야기를 나눈다.
중학생인 큰 녀석은 수학 영재로 아직 진로를
정하지 않았고,
운동을 잘하는 초등생 막내는 공군 사관학교로
목표를 특정하였다.

< 왕고들빼기 >
인생에 무엇이 정답인지,
무엇이 좋고 나쁜지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언젠가 때가 되면 목표가 결정되겠지만
나는 손주들이 잘할 수 있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을
해준다.
다행히 대통령을 하겠다는 희망은 이야기
하지 않는다.
이 나라에서 왕, 즉 대통령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경계인이 아닌가.
교도소 밖에선 헌법에서 정한 절대권한을
행사하지만, 교도소 담장 안으로 떨어지면
범죄인이 되는 거다.
초대 대통령은 강제로 하야(下野)를 당한 후
이국땅에서 쓸쓸하게 생을 마감하였고,
다음 대통령은 부하가 쏜 총에 맞아 서거
하였으며,
이후의 대통령들 중 5명이나 감옥에 수감되고,
한 명은 자진(自盡)을 하는 비극이 발생하였다.
요즘 인기를 끄는 드라마 '폭군의 세프'에서
요리경연에 진 요리사의 팔을 자르고자
'개작두'가 등장을 하였고,
예전 중국 드라마 '포청천'에서 용작두, 호작두,
개작두로 범죄인을 처단하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용(龍)작두는 왕족을 처형할 때,
호(虎)작두는 벼슬아치를 처형할 때,
개(犬)작두는 일반 범죄인을 처단할 때 사용
했던 걸로 기억이 난다.
집권당에서 법원을 겁박하고 검찰을 없애려
한다.
이들 사법기관이 없어지고 제 역할을 못하면
힘없는 선량한 백성은 누가 보호를 해즐까.
사람들은 착한 사람을 보고 "법이 없어도
산다"라고 새빨간 거짓말을 한다.
법이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법이 보호를 해줘야 살기
때문이다.
세월이 흘러 지금의 권력자들이 권력의 끈을
놓치는 순간 어느 작두가 춤을 출지는 자명
(自明)한 노릇이 아닌가.
왕이나 대통령은 엄청난 무게를 가진 이름이다.
잘 나갈 때 겸손하고 붕당(朋黨)과 자기편만
챙기지 말고 진정으로 국가의 안위와 국민을
위해 권력을 사용했으면 좋겠다.
2025. 9. 9.
석천 흥만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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