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9. 13. 05;00
하늘이 뚫렸나.
세차게 쏟아지는 가을비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다.
물보라를 만들며 요란하게 질주하는 자동차를
피해 숲 속으로 스며들었다.
나뭇잎에 고여있던 빗물이 제법 큰 물방울이
되어 우산을 때리는 소리가 자장가로 들리는
숲 속,
비에 젖은 숲길은 오롯이 나 혼자뿐,
매미와 풀벌레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는
숲 속은 나홀로 사색을 즐기기에 너무 좋다.
층층나무 아래 '청가시덩굴'이 외롭고, 데크를
깔다만 잔해들이 쓰레기가 되어 어지럽다.

< 9. 12일 촬영한 청가시 덩굴 >
06;30
거울 속 내 얼굴에 하얀 턱수염이 보인다.
나이가 들수록 턱수염과 눈썹은 더 빨리
자라는 모양이다.
거울 앞에 서서 새로 산 면도기로 턱수염을
민다.
전기면도기로 수염을 먼저 밀고 칼면도로
정리를 하는 습관은 수십 년째 이어진다.
며칠 전 친구가 다이소에서 들려 사준 전기
면도기가 예사롭지 않다.
다이소 물건은 대부분 저가 중국산이라
상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박스를 버렸다.
5천 원을 주고 산 여행용 면도기가 의외로
부드럽게 제모(除毛)가 잘되는 거다.
얼마 전 25년을 썼던 브라운 전기면도기의
망을 구할 수 없어 버렸고, 새로 산 브라운
면도기가 너무 예리한지 자주 상처가 생겨
혹시나 하고 산 면도기가 제법 성능을 발휘
한다.
브라운 면도기 가격이 30만~40만 원 정도
인데 브랜드도 모르는 이 전기면도기를
5천 원에 구입하였으니 대략 1/60이다.
물론 브라운 면도기는 20년 이상을 사용
하기에 얼마 전 산 전기면도기로도 내 생전
충분히 면도를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가성비가 너무 차이 나는 게 아닌가.
가성비(價性比)란 '가격 대비 성능의 비율'을
줄인 말로 어떤 품목이나 상품에 대하여
정해진 시장가격에서 기대할 수 있는 성능
이나 효율의 정도를 말한다.
5천 원짜리 면도기를 언제까지 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제모의 기능이 비슷하니 나름대로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내친김에 5천 원짜리 블루투스 스피커도
함께 사서 스마트폰과 연결해 클래식 음악을
들어보니 휴대폰으로 직접 듣는 것보다는
음질이 괜찮다.
어릴 때부터 클래식 음악을 즐겼으며,
오디오도 '마란츠', '파이오니아', '인켈' 등을
가지고 있었다.
2007년 당시 LG TV 55인치 X캔버스는 주문
생산을 할 정도로 고가였다.
당시 TV 가격만 1,000만 원 정도였으며,
200만 원짜리 홈 시어터(Home theater)
스피커를 TV에 연결하여 만든 미니 영화관에
잠시 빠졌었다.
홈 시네마(cinema)로 성능은 좋지만,
사운드가 너무 웅장하고 울려서 층간 소음이
우려되어 제대로 활용을 하지 못했고,
2년 전 TV를 바꾸며 홈시어터 스피커를 제거
하였다.
그러고 보니 코털 제거기도 생각이 난다.
3~4만 원 정도 하는 필립스와 파나소닉
제품을 써봤지만 제대로 깎이지 않아 다이소
에서 5천 원짜리를 구입해 3년째 잘 쓰고
있다.
샤워실의 알람시계도 5천 원짜리를 사서
배치하였는데 스마트 워치와 1분 1초도
틀리지 않는다.
젊었을 때는 하나의 제품을 사더라도 동일
제품군에서 가장 좋은 프리미엄급으로
구매를 했고, 자동차도 풀옵션으로 구입을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프리미엄급 풀옵션으로 사야 정이 들어 오래
쓰고 경제적이라는 사고방식에 얽매어
있었던 거다.
이제는 많이 달라졌다.
백수의 기간이 길어질수록 가격대비 가성비와
실용성을 따지게 되었다.
09;00
주룩주룩 쏟아지던 가을비가 멈추고
거짓말처럼 파란 하늘이 드러났다.
요즘 가뭄으로 국민 관심지역이 된 강릉에는
지금도 단비가 내리고 있으니 다행이다.
세면비누 같은 생활용품을 살 때도 가성비를
따지는 게 습관이 되었다.
이 비누는 우지(牛脂)가 몇% 일까,
스테아린산, 글리세린, Tio2가 얼마나 함유
되었을까.
옛날 밍크비누 제조사인 천광유지 기획실에서
근무할 때 분석했던 비누 성분을 떠올리며
어느 제품이 피부에 좋고 비누거품이 잘 날까
체크를 해본다.
LG '온 더바디 아이리스 휘핑 세면비누'로
결정을 하고 어느 곳에서 구입할까 인터넷
쇼핑몰 여기저기를 검색하며 포인트와 배송비,
할인쿠폰을 비교해 본다.
2025. 9. 13.
석천 흥만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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