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9. 17. 18;00
요즘 교체한 휴대폰에 구글 번역앱을 깔고
영어,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등으로 변환
하며 궁금했던 사항을 알아가는 재미에 푹
빠졌다.
2008년 은퇴하며 20년 후 열어볼 타임캡슐에
넣은 리스트 중 어학공부가 있었다.
1998년 영등포역 지점장 시절 계약직으로
채용한 여직원이 성내동지점 대리 시절 같이
근무했던 동료 여직원이었다.
은행 퇴직 후 15년 정도를 영국에서 살았다며
창구에서 외국인 고객에게 유창한 영어로
응대를 하는 모습에 매료가 되었다.
나 또한 타임캡슐에 올릴 정도로 영어를
잘하고 싶었기에 '오성식 생활영어' 카세트
테이프와 책을 구입해 시간만 나면 읽고
듣고 외웠다.
얼마 후 놀기 바빠 색소폰(saxophone)과
영어공부를 포기하고, 등산과 막걸리를
즐기며 뒤늦게나마 당구에 입문하였다.
최근 AI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폰으로 바꾸고,
번역과 통역을 해보니 너무나 쉽고 재미가
있다.
휴대폰이 다 해결을 해주는데
영어, 일본어, 중국어를 못하면 어떤가,
오늘따라 스트레스를 피해 공부 안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영어로 된 눈(眼) 약의 설명서에 폰의
카메라를 대기만 해도 함유된 성분 내역이
바로 번역이 되어 읽을 수 있으니 얼마나
신기한가.
잠시 눈을 쉬려고 Tv를 켜니 '100번의 추억'
이라는 드라마가 재방 중이다.

'100번의 추억'이라,
옛날 노선버스의 번호인데, 최첨단 AI 시대
에서 놀다가 타임머신을 타고 순식간에 58년
전으로 돌아갔다.
이미 만원이 된 버스 안으로 승객들을 여자
차장이 온몸으로 밀어 넣고 '오라이'를 외치는
드라마 장면을 보며 내 기억은 완전히 살아
났다.
금호동에서 청운동에 있는 학교에 가려면
51번 제일여객을 타고 광화문에서 내려 걸어
가든지 77번 우성여객으로 갈아타야 했다.
1967년 어느 날 내가 누나라고 불렀던 51번
버스 여차장의 참변을 우연히 목격했고, 그
현장의 참혹했던 광경이 지금도 생생하다.
금호동 시장 로터리가 51번 버스종점이었고,
후진하는 버스를 피하지 못한 여차장이
참변을 당했는데,
관계자가 달려와 살았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거적대기로 시체를 덮는 거를 보며 가슴이
많이 아팠었다.
아마도 보릿고개 시절 가장 많이 고생한
사람은 제 나이에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여성들이었을 거다.
누군가의 딸이자 가족이었던 여자들은 버스
여차장, 공순이로 불리는 공장에서, 또는
술집 종업원으로 힘든 삶을 살아야 하는
세상이었으니 말이다.
눈을 감고 옛 추억 속으로 빠져들자
버스회수권, 토큰, 전차표가 생각난다.
담배는 내가 처음 배울 때 피었던 6개비 짜리
스포츠와 샘, 태양, 환희, 한강, 새마을, 청자,
수정, 금관, 거북선, 솔, 한산도, 은하수, 88,
아리랑, 디스, 도라지, 한라산 등이 떠오른다.
당시 버스요금은 10원이었던가,
지금은 1,450원이니 145배나 올랐고,
동대문에서 청와대 인근 효자동까지 다니던
전차는 2원 50전으로 기억이 난다.
단골다방의 마담은 커피에 계란반숙을 넣어
주었고, 때로는 커피에 위스키를 타서 주기도
했던 그 시절,
사우디를 포함한 중동 근로자, 독일광부와
간호사 파견, 새마을 운동, 국기 하기식,
김신조 일당의 청와대 습격 도발과 예비군
창설, 4H운동, 베트남 파병 등 당시의 굵직
했던 시대상(時代相)도 함께 떠오른다.
최첨단 AI기능을 즐기다가 갑자기 올라탄
타임 머신(time machine)은 과거의 추억
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게 한다.
오늘 밤 꿈을 꾼다면 옛 장면과 첫사랑이
등장하려나,
온종일 드세게 쏟아지던 가을비가 멈췄고
창문을 통해 제법 써늘한 바람이 들어온다.
2025. 9. 17.
석천 흥만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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