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9. 30. 11;00
< ♬아~~ 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
~~지나친 그 세월이 나를 울립니다. ♪ >
가수 고복수의 '짝사랑'이 생각나는 날,
모처럼 알바를 가지 않아도 되기에
빈둥빈둥거리다가 집을 나섰다.
내일이면 그렇게도 기다렸던 10월인가.
하루하루가 너무 더워서 지치는 여름이었는데,
9월도 다 지나가고 집 앞 실개천에 '기름새'가
한창 꽃을 피우며 '달뿌리털'과 함께 가을
바람에 한들거린다.
자동차 달리는 소리가 졸졸 흐르는 개울물
소리에 파묻혀 사라지고,
나는 개울가에 서서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달뿌리털'과 '기름새'를 멍하니 바라본다.

< 붉은색은 달뿌리털, 흰색은 큰기름새 >
어떤 사람은 노랫말에 나오는 으악새는
"으악"소리를 내는 왜가리라고 하는데 물론
고라니도 비슷하게 "으악" 소리를 낸다.
그렇지만 으악새는 새(鳥)가 아니고 억새풀의
경기도 방언이듯이 억새, 갈대와 함께 사는
기름새 또한 새(鳥)가 아니다.
순하고 부드럽고 하얗게 피는 억새,
뭉텅이 꽃이 억세고 지저분하게 피는 갈대와
요조숙녀처럼 하늘거리는 기름새가 피기
시작하면 제대로 가을이 온 거다.
큰고랭이, 방동사니, 억새, 갈대가 혼재된
곳에서 큰기름새가 고개를 내밀었고 나래새,
드렁새, 솔새, 개솔새, 숲개밀, 기름새,
수크령이 뒤섞여 생존경쟁을 벌인다.
그러고 보니 줄, 쥐꼬리새, 달뿌리풀도 모처럼
찾아온 가을바람에 몸을 맡기는구나.
뜻밖에 풀이름에 '새'자가 많이 붙었다는 걸
깨달으며 새삼 경이로운 자연에 감탄을 한다.

11;30
질이 떨어져 먹지 못하는 쌀이 집에 5kg이나
있어서 떡을 만들까, 그냥 버릴까 며칠 동안
망설였다.

사실 당국이나 주민들은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새는 자연에서 자연스럽게 먹이활동을 하게
하여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배설물로 주변이
더러워지거나 나무들이 피해를 입기도 하는
이유로 먹이를 주지 못하게 하는 거다.
예전 주택은행의 로고는 무지개였고,
국민은행의 상징은 '까치'였다.
그렇게도 국민들에게 길조(吉鳥)로 사랑
받았던 까치가 어느날부터 유해조수가 되어
사람들에게 버림을 받았고,
오랫동안 평화의 전도사였던 비둘기,
올림픽이나 운동회를 할 때마다, 평화를 위한
행사를 할 때마다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를
날려 보내며 함성을 질렀는데 언젠가 어느 날
부터 설움을 받는 새가 되었다.

지구상에는 약 300종에 달하는 비둘기가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낭비둘기, 흑비둘기,
염주비둘기, 멧비둘기등 4종의 텃새가 산다.
울릉도와 흑산도, 제주도에 사는 흑비둘기는
희귀한 도서종으로 천연기념물 제215호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지만, 지금 설움을 받는
비둘기는 멧비둘기 종류이다.
먹이를 줄까말까 망설이다가 비둘기 또한
귀한 생명이기에 500g을 뿌려주니 순식간에
100여 마리가 몰려들어 먹이활동을 한다.
도심에 사는 비둘기는 대개 발가락 하나
정도는 보도블럭에 끼어 다치거나 없는데
이곳 비둘기는 숲에서 사는 덕분에 발가락
등이 다 있어 건강해보인다.
쌀봉지를 들었던 내손과 마음이 편안해졌다.
비둘기가 쌀을 쪼아 먹는 걸 보며 마음에
평안을 얻고 전철에 오른다.
2025. 9. 30.
석천 흥만 졸필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느림의 미학 932 수직의 침묵이 있는 곳. (2) | 2025.10.09 |
|---|---|
| 느림의 미학 931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0) | 2025.10.05 |
| 느림의 미학 929 췌장암의 공포에서 벗어나다. (0) | 2025.09.24 |
| 느림의 미학 928 피의 침묵 (3) | 2025.09.20 |
| 느림의 미학 927 AI와 51번의 추억 (0) | 2025.09.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