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0. 8. 13;00
천호대교 아래 한강공원은 수많은 사람들과
시간이 함께 뛰어논다.
자전거 타는 사람, 인라인 스케이터, 공을 차는
어린이, 공주패션을 한 어린이 요술공주,
벤치에 앉은 노인네는 강아지를 안고 꼬박꼬박
졸고,
유모차를 탄 갓난아기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한강의 풍경을 더 진하게 만든다.
군상(群像)을 이룬 곳엔 자유와 시간이 뒤엉켜
사람들은 함성을 마구 지르고 그 소음 속에
나는 잠시 이방인이 되었다.
한강물에서 알파파(α波)를 얻고자 들른 공원,
사람들의 소음을 피해 장대한 포플러 나무가
우뚝 서있는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고라니 한 마리가 껑충껑충 뛰어나온다.
다시 갈대숲으로 숨었다가 뛰어나오는데
이번엔 두 마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마구
뛰어다닌다.
삵과 새호리기가 있고 뱀과 참개구리를 조심
하라는 안내판을 보며 뱀이 근처 어디에
있을까 주의를 한다.

13;30
포플러(poplar) 나무가 두 줄로 서서 나를
환영한다.
포플러와 미루나무는 구분하기가 힘들다.
잎의 넓이로 포플러와 미루나무를 구분한다
는데 굳이 구분할 필요가 있을까.
포플러 즉 양버들과 미국에서 들어온 버드
나무로 미류(美柳) 나무로 불리던 미루나무는
멀리서 보면 길쭉하게 자라고 원뿔형 수형
(樹形)을 이루며 둘 다 모양이 똑같다.
팔팔 도로를 지날 때마다 줄지어 선 나무들을
보며 궁금했었지.
수변지대라 장마나 큰비가 오면 나무꼭대기
까지 물이 차올랐었는데 수십 년간 용케도 잘
자랐다.
여름의 시끄러웠던 열기는 사라졌고,
초가을의 오후 햇살은 부드럽고 건들바람이
몸으로 스며든다.
세상의 소음이 갑자기 사라졌다.
사람들 목소리, 매미 노랫소리, 풀벌레들의
떼창도 사라졌다.
갑자기 적막강산(寂寞江山)으로 바뀌다니
수직의 침묵인가,
포플러의 소실점(消失鮎)을 바라보며 잠시
회상(回想)에 잠긴다.
며칠 전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연주로 슈만의
대표작인 피아노곡 '트로이메라이'를 들었다.
♬"프라타나스 우거진 가지 위에 하나둘씩
별이 빛나고~~
노을이 타는 남극의 향기 품고~~♪"
물론 노래 속의 나무는 포플러가 아닌 '프라
타나스'나무이다.
포플러 나무 아래에 노란 '괭이밥' 두 송이가
곱게 피었다.

< 괭이밥 >
몸이 아프거나 버겁다고 느낄 때면 슈만
(Schumann)의 '트로이메라이'와 바흐
(Bach)가 작곡한 'G선상의 아리아'를 즐겨
듣는다.
화려한 기교가 없어도 담백한 선율은 단순
하면서도 아름다워 평생 수백수천 번을
들었어도 질리지 않고 마음이 평안해지며
가라앉는다.
그 곡들이 갑자기 떠오름은 한강에서 몰려
오는 알파파(α波)와 연관이 있는 걸까.
포플러 나무는 수직의 침묵을 지키고,
나는 고향집 프라타나스 가로수와 포플러
가로수를 떠올리며 어린 시절의 순수했던
동심(童心)의 세계로 돌아갔다.
2025. 10. 8.
석천 흥만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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