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0. 5. 05;00
기상예보에는 비 내림이 없었다.
그런데도 조금 전 내린 비에 땅바닥은 살짝
젖었고, 하늘은 어둠 속에 '는개'를 흩뿌린다.
숲 속엔 밤송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톡톡~도토리가 머리 위에 떨어지니 가을이
제대로 익어가는 모양이다.
적막이 눌러앉은 어두운 숲길엔 나 혼자뿐,
볼륨을 조금만 줄이고 가수 '에녹'이 부르는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를 듣는다.
♬ 다시 또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을 하게 될
수가 있을까,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아~~♪
~~~ 사랑이 끝나고 난 뒤에는 이 세상도
끝나고 ♬
에녹의 애절한 노래에 가슴 한쪽이 무너져
내리는 듯 먹먹해지며 슬픔이 몰려온다.
9월 23일 잠결에 들었던 애절한 노래가 생각
났고, 찾아서 다시 듣다니 아직 이 나이에도
감성이 남았나 보다.

어느새 세월이 이렇게도 흘렀나,
소슬(蕭瑟) 바람이 불고 지겨웠던 여름도
사라졌다.
돌발성 난청을 겪고 나서 골전도 이어폰을
쓰지 않는다.
건들바람을 타고 들리는 좋은 노래는 외로운
영혼을 달래주면서 기쁘게도 하고 위로도
해주며,
때로는 슬픔을 꾹꾹 눌러 담았다가 거둬
가기도 하고, 처연했던 사랑을 기억나게
만든다.
내친김에 원곡자 양희은과, 최백호가 부르는
노래도 들어본다.
양희은이 담담(淡淡)하게 부르는 노래,
최백호가 가슴이 저며들게 부르는 노래와는
달리
'에녹'의 노래는 심장을 후벼파며 나도 모르게
눈가가 촉촉하게 젖는다.
가을의 외로운 산길에서 마음을 울리는 그
노래는 고독과 허무함으로 나를 처연(凄然)
하게 만들어 간다.
잠시 후 비가 그쳤고, 사랑했던 날을 보내며
쌓였던 나의 추억여행도 멈췄다.
노랫말에는 사랑이 끝나면 세상마저 의미를
잃으며 지워지지 않는 상처만 남는다고 했다.
아련한 옛사랑의 추억이 사라지는 날,
어쩌면 바로 삶의 죽음이 시작되는지도
모르겠다.
2025. 10. 5.
석천 흥만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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