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느림의 미학 938 일엽지추(一葉之秋)라!

김흥만 2025. 11. 7. 15:42

2025.  11. 6.  08;00

붉게 물든 벚나무 이파리 한 장이 나풀거리며

머리 위떨어진다.

 

이렇게 또 한 해가 가는 건가.

으스스하고 쓸쓸해지는 감정을 감추고,

땅바닥에서 힘 없이 나뒹구는 붉은 낙엽 한

장을 주워든다.

 

일엽지추라(一葉之秋)라,

풍성하고 화려했던 계절은 저 멀리 가고

이젠 쇠락(衰落)의 계절이다.

 

지루하던 여름이 지나가기가 무섭게 추위가

찾아오는 바람에 가을이 실종된 줄만 알았다.

 

한동안 더위와 추위가 뒤죽박죽 되더니

제행무상(諸行無常)의 자연은 사람을

속이지 않았고, 늦게나마 제대로 된 가을을

만들어 보냈다.

             <   Calligraphy로 만든 낙엽  >

하늘에서 끼룩 대는 소리가 제법 요란하다.

수십 수백 마리의 기러기 떼가 역 V자 편대를

만들어 북쪽 예봉산 방향으로 날아간다.

 

끼룩 대는 소리는 선두에서 무리를 이끄는 

대장을 수시로 바꾸기 위해 보내는 신호인

모양이다.

 

갑자기 한 마리가 무리에서 이탈하여 천천히

비행을 하기 시작했고,

또 다른 기러기 두 마리가 편대에서 벗어나 

먼저 이탈한 기러기를 에워싸고 보호를 하며

숲 속으로 스며든다.

 

저 기러기는 외롭지 않겠지.

같이 따라간 두 마리의 기러기가 홀로 떨어

졌던 기러기가 기력이 회복되거나 죽을

까지 곁을 지켜줄 테니 말이다.

                    <   벚나무 잎   >

사람들은 나이를 먹을수록, 

가을이 점점 깊어질수록 외로움을 탄다.

더 심해지면 다수의 군중 속에서도 고독을

느끼고 두려워한다.

 

스스로가 '홀로 있는 것' 보다 '외톨이'가 되는

것을 더 두려워하고 경계하는 게 아닐까.

 

어제는 CT 촬영을 할 때 발생하는 조영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스테로이드 주사

처방이 나왔다.

 

부작용을 피하고자 맞은 스테로이드 주사가

또 다른 부작용을 일으켜 어지럽고, 딸꾹질이

심하고, 얼굴이 붉어지고 열이 나는 홍조현상

으로 밤새 잠을 자못했다.

 

부작용을 피하고자 맞았던 주사로 인해 또

다른 부작용이 생겼으니 헛웃음이 나온다.

 

새벽녘 겨우 잠들었고 꿈속에서 '고독사'한

친구를 만나 껴안고 엉엉 울었다.

생명이 다할 때쯤 혼자서 얼마나 무섭고

외롭고 힘들었을까.

 

혼자 있기에 느끼는 고독(孤獨)과 외로움,

우울(憂鬱)은 비슷한 의미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조금씩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고독(solitude)'이 혼자 있음을 인정하고

혼자 있어도 괜찮다고 여기는 마음이라면,

 

'우울(depression)'은 마음의 에너지가

완전 바닥난 상태로 가까운 사람이 다가와도

부담스러움을 말한다.

 

그렇다면 외로움은 무엇일까.

외로움(loneliness)이란 누군가에게 다가

가고 기대고 싶다는 신호가 아닐까.

 

12;30

가을은 외로움의 계절이다.

오전 일과가 끝난 후 매일 나가는 당구장에

오늘도 친구 여러 명이 모였다.

 

11월 22일 진천중학교 송년회에 30여 명이

모일 예정이고,

12월 3일 고등학교 송년회에는 이미 80여

명이 신청했고, 참가하겠다는 숫자가 점점

늘어난다.

 

당구장에서 우리는 4명씩 당구대를 2~3개

정도 쓰는데, 하루 종일 혼자 당구를 치며

노는 사람이 매일 4~5명이나 된다.

 

오후 한 시반쯤 단골식당에는 나 홀로 식사를

하는 사람이 4인용 식탁 6개를 점유했고,

우리 일행은 뻘쭘하게 서서 혼밥족이 식탁을

비우기를 기다린다.

 

인간은 누구나 혼자이다.

어떤 이는 '혼자 잘 놀 줄 알아야 잘 죽는다'

라고 하며 '홀로 있음'을 인정하고 건강하게

끌어안는 법을 배우라고 했다.

 

그래도 나는 혼밥과 홀로 당구를 즐기지는

못하겠다.

 

내가 외로움과 고독, 우울감을 느끼지 못함은

많은 친구들과 함께 교감을 즐기는 여유와

교만이 아닌가.

 

붉게 물든 단풍 사진에다가 캘리그래피

(Calligraphy)로 글자를 넣으며 세월 흐름을

아쉬워하니 나도 이젠 가을을 타는 모양이다.

 

                 2025.  11.  6.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