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1. 11. 08;00
20년 전 집 앞 도로에 방음용(防音用)으로
심었던 소나무와 잣나무 키가 20여 m에
달할 정도로 컸다.
며칠간 집 근처에서 전기톱과 예초기 돌아
가는 소리가 요란했었는데 창밖을 내다
보다가 뜻밖의 광경에 깜짝 놀랐다.
울울창창하게 숲을 만들어가던 소나무,
잣나무가 사람들에 의해 몸통만 남기고
가지는 처참하게 베어져 사라졌고, 은행
나무는 운좋게 잘리지 않았다.
나무도 감정을 느끼고 체온(體溫)이 있다.
산에 다니다 보면 나무에 유달리 잎사귀가
많이 남은 지역을 종종 볼 수가 있다.
유난히 바람이 센 바람골에 자라는 나무는
잎을 쉽게 떨구지 않는다.
이파리가 많고 적고의 차이가 나무의 체온을
약 5도 정도를 좌우하기에 바람골에 사는
나무는 생존전략으로 떨켜층을 줄여 잎을
많이 남겨 놓는 거다.
일자리 통계를 위한 공공 근로자들이 가지를
마구잡이로 쳐내는 바람에 벌거숭이가 된
저 소나무와 잣나무가 이번 겨울의 혹한을
이겨낼 수 있을까 은근히 걱정이 된다.

< 서양민들레 포자 >
그러고 보니 실개천가에 자라던 억새, 갈대,
달뿌리털, 기름새, 방동사니, 왕골도 모조리
사라지고, 물이 사라진 개울엔 진흙만 남았다.
개천가의 풀과 물을 의지하며 살던 백로,
왜가리, 흰빰검둥오리는 어디로 가서 추운
겨울을 보낼까.
08;10
노란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돌리는 예초기
소리가 요란하고 흙먼지가 뽀얗게 날린다.
잡초로 불리는 꽃과 풀의 입장에서는 저
소리가 생명을 빼앗는 사형집행의 소리로
들리겠다.
11월은 상실의 계절이다.
그냥 놔둬도 알아서 말랐다가 내년 봄에
재탄생을 할 텐데 세상은 사람의 욕심과
찬기운에 의해 점점 황량해간다.
찬바람이 났어도 억센 생명력으로 길가
풀숲에서 자라던 개망초, 토끼풀, 소루쟁이,
수크령, 왕질경이, 바랭이도 몸땅 잘려
나갔다.
마지막 숨을 고르며 핀 '노랑선씀바귀'
한송이가 저도 잘려나갈까 바들바들 떤다.
5~6월에 이미 사라졌을 서양 민들레 포자도
뒤늦게 우주로 유영(遊泳)할 준비를 마쳤다.

< 노랑선씀바귀 >
08;20
풍산역 근처에 포클레인 소리도 요란하다.
여름내 폭염에 시달렸던 보도블록이 힘없이
파헤쳐진다.
꼭 저래야만 할까.
국민의 혈세로 만들어진 예산이 불용예산이
될까 부끄러움을 모르는 위정자들은 멀쩡한
보도블록을 걷어내고 새 보도블록을 깔며
땅바닥에 돈을 쏟아붓는다.
기온이 0도까지 떨어졌다.
입김이 눈앞에 날아가다 사라지고 추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몸을 웅크리고 종종
걸음을 걷는다.
2025. 11. 11.
석천 흥만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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