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1. 12. 13;00
사진을 어디다 두었더라,
지난여름 운전 면허증 갱신 때 인화했던
사진을 찾느라 한바탕 수선을 떨었다.
설합 여기저기를 뒤져서 겨우 사진을 찾았고
마비가 풀리지 않은 손으로 간신히 내년도
알바 지원서를 썼다.
서재의 책도 청명한 날을 골라 포쇄(曝曬)를
하였고, 가을옷을 옷장에 넣었고 당장 입을
겨울옷을 꺼내 옷걸이에 걸었다.
을씨년스럽게 구석에 세워놓았던 선풍기를
분해하여 날개의 먼지를 닦고 폴리백으로
감싸 멀티룸에 넣었다.

틈 사이로 외풍(外風)이 많이 들어와 지난
겨울 내 등짝을 시리게 했던 서재의 파세코
창문형 에어컨을 철거했고,
50만 원짜리 인버터가 고장 나 골칫덩어리가
된 태양광 패널도 처분을 했다.
보일러를 거실에서 한꺼번에 조작을 하지
않고 일부로 이방저방 다니며 이상유무를
점검했다.
김장용 절임배추도 주문했으니 이만하면
겨울준비가 끝난 건가.
아!
하나가 또 남았지.
매년 통과의례인 위와 췌장 등 각종 검사가
남았구나.
아픈 데가 없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지난주
CT검사에 이어 오늘도 위 내시경 검사를
받고 나서야 비로소 겨울준비가 끝났다는
생각이 든다.
수면내시경 검사를 받았더니 약기운에 오후
내내 졸리고 침대에 눕자마자 곯아떨어졌다.
16;00
아주 짧은 가을날,
태양빛은 힘이 떨어졌고 메마른 바람이 분다.
공공 근로자의 잔인한 톱질에서 간신히
벗어난 은행나무가 쓸쓸한 소슬(簫瑟)바람에
노랗게 물든 단풍잎을 뱉어낸다.
소슬바람은 외롭고 쓸쓸하다.
퉁소와 거문고는 신명 나는 악기가 아니다.
퉁소 소(簫), 거문고 슬(瑟) 자가 붙은
소슬바람이기에 더 쓸쓸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가을은 단풍이 있어 참 예쁘다.
예뻤던 꽃은 지었지만 열매를 남겼고, 바람과
함께 150km를 날아 먼 곳에 뿌리를 내리려는
민들레 포자와 '붉은서나물'의 산발한 머리가
애처롭다.

< 붉은서나물 >
11월도 중순에 접어들었고 또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정신도 차릴 겸 내가 좋아하는 가수 배호의
'마지막 잎새'를 틀었다.
[ ♬그 시절 푸르던 잎 어느덧 낙엽 지고
달빛만 싸늘한 가지~~ 흐느끼며 길 떠나는
마지막 잎새 ♪ ]
배호의 묵직한 중저음이 마음을 울리게 한다.
해는 저녁노을을 남기지 않은 채 서산을 넘어
갔고 그 빈자리에 어둠이 몰려왔다.
2025. 11. 12.
석천 흥만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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