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1. 15. 08;00
하늬바람이 세상을 마구 흔들어 댄다.
빨갛게 익어가는 '남천나무' 열매를 쪼아
먹던 뱁새 한 마리가 잽싸게 하늘로 날아
오른다.
신선(神仙)이 먹는 식품으로,
남천의 잎을 쌀에 섞어 먹으면 백발이 검어
지고 노인이 젊어진다는 속설로 인해 중국
에서는 성죽(聖竹)으로 대접을 받는다.
남천(南天)은 매자나무과에 속하는 상록
활엽관목으로 남천죽으로도 불린다.
새해가 되면 열매가 달린 남천나무로 사당
이나 집을 장식하고 노인에게 선물로 쓰기도
했던 남천나무에서 숨어 놀던 뱁새가 날아
갔으니 이번엔 어느 새가 와서 쪼아 먹을까.

< 남천나무 >
'좀작살나무' 열매도 보라색 영롱한 빛으로
익어간다.
좀작살나무는 '마편초과'에 속해있는데
전라도 어느 섬이라 했던가 기억의 창고를
열어본다.
마편초과 '버들마편초'의 보라색이 섬을
뒤덮어서 유명해졌다는 신안 퍼플섬
'박지도'가 떠오른다.

< 좀작살나무 >
'쥐똥나무' 열매도 이에 질세라 빨갛게 익어
가다가 눈이 내리는 어느 날 검은색으로
바뀌겠지.
빨간 열매가 검은색이 되면 쥐똥처럼 생겨
쥐똥나무로도 불리는 남정목(男貞木)은
남자들의 정력을 좋게 한다고 했다.
위장, 면역력 강화, 혈액순환 촉진에 효과가
있어 예로부터 한약재로 쓰였다는데,
이와 비슷하게 생겨 여정목(女貞木)으로
불리는 '광나무 열매'는 색이 연하고 포도송이
처럼 달린다.
토종 약초의 대가인 최진규 선생은 그의 저서
에서 여정목이 간장, 신장, 비장, 폐장, 신장
으로 각기 불리는 오장(五臟)의 흐름을 좋게
한다고 썼다.

열매의 계절인가,
가을꽃보다는 열매가 더 눈에 띄니 말이다.
이번엔 신선이 좋아한다는 산수유 열매가
눈에 보인다.
천호식품 김영식 회장이 "산수유, 남자한테
참 좋은데~~정말 좋은데~~ 뭐라고 설명할
방법이 없네, 직접 말하기도 그렇고~ "라고
너스레를 떨던 광고는 대한민국 광고사에
명장면으로 남았다.
항산화 물질인 폴리페놀이 다량 함유되어
건강유지, 노화방지, 질병예방에 도움을
주기에 인기를 끄는 산수유 열매도 제대로
익어간다.
2012년 3월 20일 구례 산동면에서 나이가
1천 년이 넘은 할머니 산수유시목(山茱萸
始木)을 찍었으니 나의 13년 세월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 2012. 3. 20일 구례 산수유 시목 앞에서 >
11월도 어느새 중순,
낙엽이 산길을 덮는 만큼 숲은 비어 가고
구름이 사라진 하늘은 파랗다.
온갖 열매가 익어가고 가을도 익어가고,
사람도 익어간다.
새들은 이 열매들을 먹다가 떨어지면 산속의
'팥배열매'를 찾아 나서겠지.
산길에 지천으로 널렸던 도토리와 밤도 다
사라졌다.
야생동물들 먹이가 부족하니 주워가지 말라는
경고 현수막도 소용없이 동네 할머니들이 다
주워간 모양이다.
대신 밤과 비슷하게 생긴 칠엽수 열매가 여기
저기에 굴러 다닌다.
마로니에와 사촌쯤 되는 칠엽수의 열매는
'사포닌'이라는 독성물질이 있다.
다람쥐와 청설모도 이 열매는 사포닌이라는
독성물질이 있어 먹지 못한다는 걸 아는 건지,
나도 열매의 모양이 안 좋아서 촬영하지 않고
그냥 지나친다.
15;00
오후가 되자 공부에 지친 손주 녀석들이 돌아
갔고, 따사한 가을 햇볕이 거실 깊은 곳까지
들어와 눈이 부시게 만든다.
내일은 새벽기온이 영도이하로 떨어진다고
한다.
간신히 찾아온 가을이 이대로 물러날 것인가.
2025. 11. 15.
석천 흥만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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