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1. 24.
당구 월례회 참석자 24명의 명단을 보다가
이번에도 장난기가 발동했다.
나는 예전에 나의 별호를 신동(神童), 호를
석천(石泉)으로 스스로 지었다.
다른 친구들에게는 후청(喣靑), 따거, 주봉,
구당, 리처드 기어, 원뺀(大酒), 일번, 헤르만
헤세(馬頭), 머털도사,
신사, 종신(終身), 똠방, 금와(金蛙), 과묵
(寡默), 깐족이, 반성(反省), 땜빵, 걸리
(杰犁), 일심(一沁), 송학(松鶴), 담연(淡燕),
까치로 특징에 맞게 별호를 지었다.
내가 20명 넘게 별호를 짓다니,
신청자 이름을 별호로 바꾸다가 장난이
심했다는 생각이 들며 웃음이 나왔다.
조금 늦게 도착한 친구가 일번(一番)이
마음에 안 든다고 바꿔달라고 한다.
고등학교 졸업 당시 7개 반이 있었는데
각반의 1번 6명은 예전에 다 요절(夭折)
하였고 이의를 제기한 친구만 유일하게
살아있다.
아마도 키가 작은 순서부터 건제순(建制順)
으로 부여된 1번이 키가 작다는 트라우마로
남았던 모양이다.

우리는 의외로 이름이 참 많다.
엄마 뱃속에 있을 때는 태명(胎名)이 있고,
태어나서는 이름 외에 아명(兒名)이 있고,
성년이 되면 윗사람이 지어주는 자(字)와
스스로 만든 호(號)가 있었으며,
별호(別號)까지 더하면 6개가 되는 건가.
벼슬한 사람이나 관직에 있던 선비에게는
죽은 뒤 그 행적에 따라 임금이 내려주는
시호(諡號)가 있었다.
이렇듯 남자에게 자와 호는 성씨(姓氏)나
이름과 함께 자기의 정체성을 이루는 매우
중요한 영역이었다.
그와는 조금 다른 의미로 접근하는 이름이
별칭(別稱), 또는 별명(別名)이 있는데,
별호(別號)는 별명처럼 지은 호(號)를
말한다.
별호를 때에 따라서 외호(外號) 또는 화명
(花名)이라고 부를 때도 있었으며,
친구들이 별명처럼 지어주는 이름을 작호
(綽號)라고도 했다.
나이가 들면서 모임의 숫자는 줄어들고,
남은 모임에 참가하는 인원은 점점 늘어난다.
별명을 지을 때는 다소 장난기가 발동이
되어도 좋지만 호를 지을 때는 상당한 숙고
(熟考)와 고심(苦心)이 필요하다.
술을 마실 때마다 술이 달다는 일번 친구의
별호를 무엇으로 지어야 할까.
예전 술을 좋아하는 친구의 별호를 대주
(大酒), 주봉(酒鳳)으로 지었으니 이번엔
술이 달다는 주감(酒甘) 선생으로 지어야
겠다.
2025. 11. 24.
석천 흥만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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