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2. 23. 14;00
날씨가 영하로 떨어지면 차량의 배터리가
급격하게 방전이 된다.
아니나 다를까,
스마트폰에서 기아 컨넥터(connector) 앱
으로 조회를 하니 차량에 부착된 12v 배터리
잔량이 양호에서 보통으로 떨어졌다.
겨울이 되면 하루 한차례는 조회를 하여
공회전을 돌리던지 운행으로 배터리 충전을
해줘야 한다.
겨울에도 수시로 운행을 한다면 크게 문제가
없는데 어쩌다 운행을 하고 그것도 장거리는
운행하지 않고 장을 보거나 병원에 들락거릴
때 겨우 사용을 하니 늘 신경이 쓰인다.
16;00
팔당댐을 향해 운행을 한다.
진눈깨비가 눈송이로 바뀌더니 다시 비로
바뀌었다.
시속 100km 이상으로 달리는 차량들이
뽀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사라지고 나는 시속
70km로 안전운행을 한다.
황반변성으로 왼쪽눈 시력이 엉망이니 빨리
달리지도 못하고 규정속도만 지킬 수밖에
없다.
비는 다시 눈으로 바뀌고,
거무튀튀한 속살을 보여주던 검단산, 예봉산,
해협산, 정암산, 부용산도 설산으로 변해간다.

16;15
'더우개' 마을을 지나 9km를 달려와 검단산
자락 팔당 배알미리에서 회차를 한다.
배알미리는 2002년 여대생 '하모' 양을
공기총으로 청부살인을 했던 곳으로 당시
요란하게 매스컴을 장식했었다.
예전 벼슬아치들이 지방으로 부임을 하면서
한양도성 방향의 임금에게 마지막으로 절을
하던 곳이라 '배알미리'라는 지명이 붙었는데
뜻밖에 여대생 살인사건으로 유명해지게
된 곳이다.
수자원공사 정문에서 차를 돌리며 이곳에
아직도 남아있을 여대생의 지박령(地縛靈)
에게 마음속으로 명복을 빌어준다.
팔당은 팔당댐이 생기기 전 옛날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 급류를 이룬 곳으로 뗏목
이나 배가 뒤집어지는 사고가 많이 났었다.
그 원혼(寃魂)을 달래주는 당집(堂) 8곳이
있어서 팔당이라는 지명이 생겼는데,
당집이 위쪽에 있는 동네를 상팔, 아래쪽은
하팔이라 했고 지금도 당집이 몇 군데 남아
있다고 한다.
문득 고향 진천의 재미난 지명이 생각난다.
독우물이 변형된 도구머리,
우물가에 살구나무가 있어서 살구물(행정리
杏井里),
정자옆에 은행나무가 있어서 은행정이,
원나라의 황후가 되었다는 기황후의 탄생지
궁골,
천연기념물인 두루미가 교과서에 수록된
논실마을,
효자가 한겨울 백곡 저수지에서 100일 기도
중 무릎을 꿇었던 곳에서 얼음이 녹으며
잉어가 튀어나와 어머니의 병을 고쳤다는
'사지',
35년 전인 1990년대 TV인기 드라마 '대추
나무 사랑 걸렸네'의 촬영지 마을 뒤쪽 산이
용(龍)이 누워있는 모습이라 해서 어룡리로
불리다가 '어링이'로 변했고,
이밖에도 6.25 사변 때 인민군이 들어오지
않았다는 '멍심이', 농다리가 있는 '굴티
(굴태)마을'이 생각난다.
16;30
참 좋은 세상이다.
스마트폰 앱 조회로 배터리, 엔진, 타이어,
브레이크, 시동여부, 잠금여부, 공기압 등
차량에 관한 대부분의 사항을 앉아서 점검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30분 정도 20여 km를 달렸더니 배터리가
완충되었다.
이 겨울 내내 배터리 방전에 대하여 신경
써야 하니 당분간 차량은 골칫덩어리가
되겠다.
은퇴 후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거래선이
우스개 소리로
"차량은 작은마누라와 같다, 없으면 아쉽고
있으면 귀찮다"라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그분은 나이가 80대 후반일 텐데 자기
관리가 철저하니 잘 계시겠지.
생각난 김에 올해가 가기 전 안부전화나
한통 해야겠다.
2025. 12. 23.
석천 흥만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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