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느림의 미학 951 참 쓸쓸하다.

김흥만 2025. 12. 28. 15:30

2025.  12.  28.  15;00

참 쓸쓸하다.

구름 사이로 숨었던 태양이 다시 나타나

단풍잎 잔해에 따뜻한 손길을 보낸다.

 

겨울바람이 분다.

창문을 두드리는 바람소리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음산한 겨울 풍경에 무언가 모르게 몸이

위축되고 마음도 우울해진다.

 

오후 두 시부터 내린다던 비소식은

사라지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키가 자란

나무를 삭풍이 마구 흔들어댄다.

 

어제 고향친구 당구모임을 마지막으로

금년에 예정되었던 송년회 일정은 다

끝났다.

 

11월말부터 12월은 참 어수선했다.

여러 송년회를 주관한 탓인지 온몸이 그냥

나른하다.

 

사람들 심리는 참 묘하다.

12월에 못 보면 내년 초에 만나면 되는 것을

금세라도 세상을 떠날 사람들같이 송년회에

안달을 떠니 말이다.

 

너무 빨리 사라지는 세월 속에 도(道)를 닦지

않은 중생들은 무심(無心)하기가 쉽지 않아서

송년회에 더 집중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며칠 전 꿈에 본 숫자로 조합을 해 구입한

로또복권이 4자리가 맞아 당첨금 5만 원을

수령했다.

 

복권방 노인에게 돈을 받으며 좋아해야 할지

아쉬워해야 할지 묘한 생각이 들었다.

 

세상을 산다는 게 쉽지만은 않다.

누구에게나 좋은 소식이 있으면 마냥 환호를

하고, 나쁜 소식이 들리면 탄식을 한다. 

 

인생에서 좋은 날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나쁜 일이 있어도 좋은 날이 저만치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이 들면 마음이 편해

지지 않을까.

 

한 친구는 육종암 진단을 받고 "인생 참

힘들다"라고 문자를 보냈다.

 

금년에도 지인과 친구들의 나쁜 소식이 많이

들어왔고,

나는 개인적으로 췌장암의 공포에서 벗어

났으니 좋은 날과 나쁜 날이 균형을 이룬

셈이다.

 

인생팔고에서 이별의 고통을 애별리고

(愛別離苦)라 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지 않으려 하나

누구든 이별은 피할 수 없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

이라 하지 않았던가.

만나면 헤어지고 떠나면 반드시 돌아옴이

있다는 말을 음미해 본다.

 

연말이 되면 비움도 중요하다.

해마다 연말에 하는 일 중 하나는 주변의

정리다.

 

책상 위에 놓인 여러 자료와 메모장을

정돈한 다음 달력을 교체하고 서가의 책을

정리한다.

 

이어서 휴대폰을 정리하며

명단에서 생각만 해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름을 본다.

 

궂은일이 생기면 함께 걱정하고,

좋은 일이 생기면 기쁨을 서로 나누던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소통이 단절된 사람과 고인(故人)이

지인을 휴대폰에서 과감하게 삭제한다.

 

한때 2,000명이 넘었던 연락처가 이젠

880명이 남았고,

1,000명이 넘었던 카톡친구는 408명이

남았다.

 

쥐새끼같은 무리들이 권력을 휘두르는

세상이 무리 시끄럽고 인생사 거칠었어도

3일 후면 새해가 시작된다.

 

키가 175cm로 나보다 더 커진 막내 손주의

초등학교 졸업식이 12월 31일이라는 문자를

확인하며 쓸쓸했던 마음이 사라진다.

 

           2025.  12.  28.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