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느림의 미학 952 핫팩과 호빵

김흥만 2025. 12. 31. 10:30

2025.  12.  31.  05;00

겨울이 되어야만 만날 수 있는 물건

가지가 있다.

 

영하 8도까지 떨어진 새벽,

그중 하나인 아이리스 핫팩 두 장을 꺼내

포장지를 뜯고 여러 번 흔들어서 방한장갑

주머니에 끼운다.

 

날이 추우면 뇌종양 후유증으로 마비되어

시린 손을 핫팩으로 녹이고,

밤에는 그 핫팩을 침대 속에 넣어 발을

따뜻하게 만든다.

 

지난 11월 어느 날 코스트코에 들렸더니

때마침 '아이리스 핫팩'을 20% 세일하기에

60개들이 세 박스를 구입해 매일 두 장을

쓴다.

 

비닐 포장을 뜯으면 핫팩 주머니에 든

철가루가 공기 중 산소와 서서히 만난다.

 

전자가 철에서 산소로 이동할 때 열이

발생하는 원리로 만든 핫팩이 나에게는

겨울철 최애(最愛)의 친구인 셈이다.

 

재료는 철가루 말고도 적은 양의 물과

소금, 숯이 들어있다고 하는데 흔들어

주면 천천히 따뜻해진다.

 

핫팩은 불처럼 갑자기 뜨거워지지 않고,

열이 조금씩 오랫동안 발생하게 만들었다.

온도는 60~70도 정도로 약 15시간 정도

유지되는데 피부에 직접 닿지 않는 게

좋다.

 

수년 전 핫팩이 피부에 직접 닿으면 온열

화상을 입을 수가 있다는 걸 간과하였다가

손등에 수포가 생길 정도로 화상을 입어

치료를 받기도 했다.

 

10;00

내가 겨울철에 가장 좋아하는 것 또 하나는

삼립호빵으로 겨울이 되어야만 만날 수

있다.

 

1971년 출시당시 버스요금 정도인 20원

으로 짜장면 한 그릇에 50원 정도 할 때니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었다.

 

1980년대에 한 개당 100원,

1990년대에는 200~300원 했는데 요즘

세일가로 사도 한 개에 1,000원~1,200원

꼴이니 버스요금 1,450원이나 비슷하다.

 

호빵은 11월 초순경 나오는데 나는 해마다

5박스를 사서 냉동을 시켰다가 먹고 싶을

2~3개를 꺼내 수증기로 찐다.

 

달콤한 호빵을 먹을 때면 떠오르는 사람

두 명이 있다.

 

중학교 수업이 끝나면 진천 양조장 골목

둘째 이모님의 잔치국숫집에 자주 들렸다.

 

잔치국수를 먹고 나면 이모님은 국숫집

옆에 있는 풍미당에서 찐빵을 사주셨는데

풍미당 찐빵맛은 삼립호빵과 비슷하였다.

 

또 한 명은 엄청 호빵을 좋아했던 포천

친구 상모가 떠오른다.

루게릭병으로 별세하기 전 24개들이 삼립

호빵 세 박스를 보냈는데 친구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다 먹었는지 끝내 확인을

하지 못했다.

 

핫팩과 호빵을 가까이하면서 떠오르는

추억과 상념들, 몇 시간 후면 2025년도

안녕이구나.

 

                2025.  12.  31.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