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느림의 미학 960 하늘을 가르는 새 한 마리

김흥만 2026. 2. 11. 19:57

2026.  2.  9.  04;00

  새벽 4시가 되자 자동으로 눈이 떠지고

서재에 들어와 일기예보를 확인한다.

 

헉! 이 시간에도 영하 12도라니~

오늘도 황산숲길을 걷는 새벽운동은

글렀다.

 

각방으로 다니며 난방 조절기를 켠다.

스트레칭과 절운동을 하려 방바닥에

방석을 깐다.

 

목을 풀어주려 안마기 위에 앉아서 눈을 

감고 침잠(沈潛)에 잠긴다.

 

나 어릴 때 아버지도 새벽 4시면 잠자리

에서 일어나 부엌의 아궁이에 군불을 

지피셨다.

 

올망졸망하게 누워 자는 자식들 추울세라

지핀 군불로 방안에 온기가 돌 때가 되면

들어와 라디오를 켜셨다.

 

뉴스와 일기예보를 들으시고 이어서

'미국의 소리' 방송을 청취하셨지.  

 

나도 아버지의 DNA를 물려받아서인지

늦잠을 자지 못하고 새벽 4시면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예전엔 108~216배를 했는데 요즘은 많이

하지 않는다.

 

54회 정도 절운동과 스쿼트(Squat)를

하고 환기를 시킬 겸 창문을 여는데 서재

창문이 혹한에 꽁꽁 얼어붙었다.

 

방안에 온기가 한 바퀴 돌아야 열리려나,

이십여분이 지나자 창문에 물방울이 흘러

내리기 시작한다.

 

Led 전등의 불빛을 받아 반짝이며 조금씩

흘러내리는 얼음 알갱이를 멍하니 바라

보며 감탄을 한다.

 

저 얼음 알갱이야말로 바로 순수(純粹)

아닌가.

 

08;00

백수의 일상은 변화가 없다.

깨자마자 난방과 운동을 하고,

식사 후 8시면 알바사무실에 나간다.

 

이어서 알바일을 오전에 끝내고,

당구장에 나가 친구들과 담소와 게임을

즐긴다.

 

사람들은 변화가 없는 평범한 삶을 진부

(陳腐)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사람들은 이렇게 평범한 삶이

행복하다는 걸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잠자리에서 잠이 깨고 눈을 뜬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는  왜 모를까.

평범함 속에 감춰진 행복을 말이다.

 

뜰안에 있는 산수유나무 열매가 몽땅

사라졌다.

어제도 빨갛게 달려있었는데 누가 따간

걸까.

 

새들이 다 먹었을 리가 없는데,

열매들이 마른 풀숲으로 떨어져 보이지

않았던 거다.

 

산수유나무의 꽃눈이 제법 커졌다.

동아(冬芽)가 커지면서 열매를 다 밀어낸

모양이다.

 

영하 10도를 밑도는 강추위가 계속되어도

봄은 저만치서 살금살금 다가왔다.

 

굳이 제행무상(諸行無常)을 말하지 않아도

겨울과 봄은 연결된 게 아닌가.

 

24년 12월 3일 어설픈 비상계엄 후 신경을

많이 쓴 탓인지 몸과 마음이 많이 아팠다.

 

1년이 지나면서 마음을 비웠다.

내가 그렇게도 싫어하는 사람들이 권력을

휘둘러도 그들이 나라와 국민을 위한다면

받아들여야겠지.

 

싫은 세상도 살다 보면 살아진다.

마음이 편해지니 통증도 확연히 줄었고,

거의 느끼지 못하기에 병원에 가는 횟수가

많이 줄었다.

 

아랫녁에선 매화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

온다.

어느새 새해도 한 달이 후딱 지나가고

2월이다.

 

특별한 일상도 아닌 하루하루 평범한 나의

일상이 오늘도 내일도 계속 이어지겠지.

 

시린바람 타고 하늘을 가르는 새 한 마리가

길을 걷는 사람들 모두를 쓰다듬는다.

 

               2026.  2.  9.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