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3. 22. 05;00
낮에는 따뜻한 기온으로 올라가지만
새벽은 여전히 춥다.
꿩이 ♬꿩~꿩 ♬ 울어대는 평화로운
숲길에서 오늘은 미선나무꽃을 볼 수
있을까 가슴이 설렌다.
잠시 후 만난 미선나무는 꽃을 기다리는
나를 외면하고 오늘도 깊은 겨울잠에
빠져 있다.
2024년엔 3.14일, 2025년엔 3.26일
개화를 했는데 금년엔 언제쯤 겨울잠
에서 깨어나려나.

< 겨울잠을 자는 미선나무 >
황산은 중국의 유명한 산이 아니다.
여느 산과 달리 서울과 하남 경계에 있는
황산은 해발 96m로 옛날 가나안 농군
학교가 근처에 있었고 지금은 사방에
아파트가 들어서서 격리된 섬(島)이나
다름없다.
수년 전 어느 날 생태 이동로가 없는
이곳 황산에서 천연기념물로 유명한
'미선나무'가 자생하는 걸 우연히 발견
했고,
이 녀석들은 수년째 봄만 되면 내
가슴을 설레게 하기에 나는 미선나무를
황산의 깃대종으로 점 찍었다.
국립공원공단은 산과 국립공원마다
다른 생태계 마스코트로 '깃대종'을
정했다.
깃대종(Flagship Species)이란 특정
지역의 생태, 지리, 문화적 특성을 상징
하는 야생 동식물을 말한다.
국립공원공단이 선정한 깃대종으로
지리산의 반달가슴곰과 히어리,
설악산의 산양과 눈잣나무,
한라산의 산굴뚝나비와 구상나무,
변산의 부안종개와 변산바람꽃,
덕유산의 구상나무,
오대산은 노랑무늬붓꽃,
소백산은 모데미풀, 북한산은 산개나리,
무등산은 생강나무와 비슷한 털조장나무,
월출산은 끈끈이주걱, 월악산은 솔나리
등으로 정했다.

< 작년에 찍은 미선나무 >
국립공원공단과 달리 나는 내가 오른
산마다 스스로 깃대종을 정했는데,
울릉도의 2000살이 넘는 향나무,
두위봉의 1400살 짜리 주목나무,
태백산의 천년 주목나무,
봉화 옥돌봉의 570살이 넘는 철쭉나무,
황장산과 금원산 정상의 용담,
아차산의 명품 소나무,
검단산의 노루귀, 객산의 각시붓꽃,
백암산 백양사의 고불매(古佛梅),
망경대산의 은난초, 안면도의 금난초,
진악산의 은행나무, 운악산의 계요등,
금대봉의 요강나물, 구병산의 풍혈,
대덕산의 감자란, 태기산의 각시투구꽃,
화야산의 민백미꽃, 칠갑산의 구슬붕이,
용봉산의 벼랑소나무, 가지산의 철쭉,
복계산의 누렁이, 칠보산의 뭉치,
주흘산의 미치광이풀, 두륜산의 1500살
느티나무가 내가 정한 깃대종이다.
06;00
춘분이 지나자 낮이 길어진다.
햇살이 오래도록 정수리에 머문다고
해서 봄을 볕 양(陽)에 봄 춘(春춘) 자를
쓰는 양춘(陽春)이라 했던가.
숲의 공기와 냄새, 소리와 빛깔이 서서히
달라지고 있다.
세상에 필요 없는 계절은 없다.
혹독한 계절의 담금질은 숲 속의
동식물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겠다.
숲에서 벗어난다.
내가 이곳에 머무르지 않아도 숲 속의
무수한 생명들은 서서히 소리와 색깔이
변하리라.
2026. 3. 22.
석천 흥만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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