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4. 3. 04;30
목련꽃잎 한 장이 나풀거리며 땅바닥
으로 떨어진다.
옛 어르신들은 모진 게 사람 목숨이라
했는데 사람이 간다는 게 꽃잎 떨어지듯
쉬울 때도 있으니 다 거짓말이 아닌가.
평온하던 일요일 오후 어느 동창의
부음(訃音)을 받았다.
지난달에 이어 또 한 명의 동창이 황천
(黃泉)을 건너 피안(彼岸)의 세계로
떠난 거다.
한 명은 병원에서,
또 한 명은 목포행 배 안에서 인간의
수명을 관장하는 칠성신에게 돌아갔다.
월요일은 오래전 예정된 남산 트래킹
이라, 개나리, 진달래 활짝 핀 남산
둘레길을 걸으며 마음이 많이 무거웠다.

은퇴 후 일박산행팀으로 함께 수많은
산을 오르내렸는데 느닷없이 불귀(不歸)
의 객이 되다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동안 친구들이 별세할 때마다 서너
달씩 trauma에 시달렸는데 이번에도
영정사진에 절을 하고 저승길 배웅을
해야 하나,
아니면 부위금만 보내고 금세 망각의
길을 걸어야 하나.
영정사진을 보면 엉엉 울 것 같아서,
또 몇 날 며칠 가슴앓이를 할 거 같아서,
이 생각 저 생각에 마음이 뒤숭숭했다.
나는 매사 판단과 결정이 되면 신속하게
추진하는 스타일인데 결국은 나답지
않게 문상을 하지 못했다.
KB 철산지점장으로 현역 때니까 아마도
2006년일 게다.
그 친구는 나보다 먼저 은퇴했고,
은퇴 기념 설악산 종주를 하다가 나에게
전화를 했다.
수화기를 통해 풍선 바람 빠지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 병원진료를 적극 권유
하였고,
친구는 하산 후 바로 폐기종 수술을
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내성적인 면도 있었지만 어느 날부터
그 친구는 어울림을 꺼려하고 홀로 조금
모난 행동을 했다.
배낭이나 옷에 붙은 상표를 그대로
붙이고 다닐 때 좀 더 세밀한 관심이
필요했었는데,
막상 사망을 하고 나니 아쉬움과 회한
(悔恨)이 남는다.

1997년 국가 부도위기에 IMF구제 금융
을 받았고 나라와 전 국민이 구조조정에
시달리고 힘들었다.
1998년 주택은행에서는 외채를 상환
하기 위해 KBS와 함께 전 국민을 상대
로 '금 모으기 운동'을 주도적으로 진행
하였고, 병행하여 저축 장려로 '신재형
저축' 캠페인을 벌였다.
어느 날 명일동 모처에서 친구에게 사과
박스를 인수하였는데 박스당 일만 원권
현금이 2억 원씩 들었고,
덕분에 내가 근무하던 방이동 지점의
신재형저축 실적이 주택은행 전체 일등
이었다.
살면서 그렇게 매번 즐거움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때로는 마주하는 고통과 괴로움이 나를
무겁고 딱딱하게 만들 때가 있는데 그
때가 바로 지금인 모양이다.
잊으려 하면 할수록 잊히지 않고
생각에 생각을 더하게 되는 게 사람이다.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번뇌(煩惱)와
함께 고약한 마음은 나를 쉽게 놔주지
않으니 말이다.
벚꽃이 마침내 벙그러졌다.
봄꽃의 꽃빛발이 온 동네를 물들이는데
정작 꽃 사진을 잘 찍는 친구는 피안의
세계로 떠났으니 이번 봄은 영영 아쉬운
봄으로 끝날 모양이다.
2026. 4. 3.
석천 흥만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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