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4. 12.
이틀간 비바람이 몰아쳤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던가.
강풍을 동반한 봄비에 흔들리던 매화가
암향과 함께 다 사라졌다.
비슷한 시기에 피어 온 동네를 화려
하게 만들었던 벚꽃도 우수수 떨어져
땅바닥에 그림을 그렸다.
덩달아 백목련꽃도 떨어져 땅바닥에서
흉한 모습을 보여주고 조금 늦게 피는
자목련 꽃봉오리가 열리기 시작한다.
쥐똥나무 사이로 어느 아가씨의 단순
호치(丹脣皓齒)를 연상케 하는 붉은
꽃이 보인다.
'명자나무'에 마치 봄처녀의 붉은 입술
처럼 빨간 꽃이 핀 거다.
봄에 피는 꽃 중 가장 붉은 꽃으로 화려
하지 않고 청순해 보여 '아가씨 나무'로
불리기도 하는 명자나무꽃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 명자나무꽃 >
나훈아의 '명자'라는 노래가 떠오른다.
< ♬ 자야~자야 명자야! 불러샀던
아버지~~♪ >
그 노래에서 웃고 울던 엄니 아부지는
세월 흘러 모두 세상 떠나시고 노랫말
처럼 저녁별이 되었다.
명자꽃은 피는 시기에 따라
추백(秋柏), 동백(冬柏), 춘백(春柏)으로
구분하는 동백꽃과,
바닷가에서 피는 해당화(海棠花), 산에서
피는 산당화(山棠花)와 매우 비슷하다.

< 산복숭아 >
숲길에 순서를 어긴 산복숭아도 어둠
속에 활짝 피었다.
원래는 3월 중순부터 살구꽃~벚꽃~
복사꽃 순서로 피어야 하는데,
금년엔 가냉량(加冷量)과 가온량
(加溫量)이 충분했는지 개화순서를
지키지 않고 동시에 다 피었다.
복숭아꽃, 살구꽃, 벚꽃은 꽃모양이 많이
닮아 이 세 가지만 구분 잘해도 시골출신
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민들레'도 길섶 여기저기에 피었다.
꽃받침이 뒤로 젖혀지면 서양민들레요,
꽃받침이 꽃을 감싸고 있으면 토종
민들레이다.
'흰색 민들레'는 우리 토종이라도 도시
근교에서 보기 힘들며 이종교배를 허락
하지 않는 종(種)이기도 하다.
같은 노란 색갈이며 여러 갈래로 듬성
듬성 피면 '씀바귀'이고,
씀바귀를 닮았으나 수술이 노란색이면
'고들빼기'로 꽃을 구분하기가 쉽다.

< 이고들빼기 >
옛 시인들은 요즘을 화란춘성(花爛春盛)
만화방창(萬化方暢)이라 했다.
꽃샘추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산과
길섶에 온갖 봄꽃이 피니 봄이 제대로
오긴 온 모양이다.
손주들 올 때까지 꽃에 관련된 노래나
들으며 동심으로 돌아가야겠다.
2026. 4. 12.
석천 흥만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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