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느림의 미학 976 조팝(조밥)나무와 이팝(쌀밥)나무

김흥만 2026. 4. 18. 09:42

2026.  4.  18.

   참 지독한 두통(頭痛)이 왔다.

머리수술 후 20여 년 만에 느닷없이

찾아온 두통은 일상생활을 위협한다.

 

그동안 두통이 와도 살짝 왔다 갔는데

이번 두통은 4일 연속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이어지고 머리를 만질 수가 

없을 정도로 심하다.

 

타이레놀 6정을 복용했어도 가라앉지

않아 두통에 잘 듣는다는 '펜잘'을

구입하는데,

 

약사가 '우황청심원'과 함께 복용을

하면 효과가 좋아진다고 복약지도를

한다.

 

작년 머리 CT 촬영 후 당초 24mm

종양이 15mm로 줄었다며 주치의가

축하인사까지 했는데 어디서부터 잘못

된 걸까.

 

2005년 철산지점장 시절 머리수술 

직전 끔찍하게 느꼈던 통증과 비슷해

괜스레 우울해진다.

 

05;30

동녘하늘에 먼동이 튼다.

어스름이 사라지고 '조팝나무꽃'이

속에서 빛난다.

            <   조팝나무  >

 

막내손주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왔는데

우리 때는 거울을 자주 보사춘기(思

春期)가 중학생 때 왔던 걸로 기억이

난다.

 

이빨 사이에 음식이나 고춧가루가 끼는

게 신경 쓰여 양치질을 자주 했어도

좁쌀밥은 툭하면 끼어 누런 치석같이

보였다.

 

전쟁이 끝나고 찾아온 보릿고개 시절,

잘사는 집도 흰쌀밥을 마음껏 먹을

수는 없었고,

 

당시 정부에서는 쌀밥만 먹으면 '각기병

(脚氣病)'에 걸린다며 잡곡을 섞은 혼식

(混食)과 밀가루로 만든 분식(粉食)을

적극 장려했다.

 

각기병이란 비타민 B1의 결핍에 의해

갑자기 다리를 폈다 굽혔다 하지 못하고,

통증, 손발 저림, 하지 마비, 구토,

혼수로 사망에 이른다는 끔찍한 병으로

쌀을 주식으로 하는 지역에서 많이 발생

하였다고 한다.

 

요즘은 보리밥이 건강식으로 알려졌다.

나는 보리가 많이 섞인 밥은 꺼끌거리며

 씹히지 않기에 지금도 좋아하지 않고,

먹었다 하면 유난히 방귀가 많이 나온

걸로 기억이 난다.

 

보리 대체 곡물로 '좁쌀'로 지은 조밥을

많이 먹었는데 알갱이가 워낙 작아 

이빨 사이에 누렇게 끼기도 했다.

 

바람을 동반한 봄비가 몇 번 내리자

하얀 꽃으로 화려하게 세상을 뒤덮었던

벚꽃이 일제히 사라졌고,

 

벚꽃이 사라진 숲 속의 빈 틈을 '조팝나

꽃'과 초록색의 풀이 열심히 메꾼다.

                         

조팝나무에 흰색의 작은 꽃이 다닥다닥

붙어 핀 모습은 멀리서 보면 솜덩이처럼

보인다.

 

쌀밥처럼 작은 꽃이 모여서 피고 하얀

꽃잎에 노란 꽃술이 박힌 것이 좁쌀로

지은 '조밥' 같다고 해서 '조밥나무'로 

불리다가 조팝나무가 되었다.

 

공조팝, 일본조팝, 꼬리조팝, 참조팝,

인가목조팝, 가는잎 조팝나무 등이

조팝나무의 종류이다.

                   <   영산홍  >

 

4월엔 조팝나무꽃이 피고, 5월이 되면

아카시아꽃과 이팝나무꽃이 핀다.

 

아직 피지는 않았지만 이팝나무 꽃잎은

넷으로 가라지며 가늘고 긴 쌀밥 알갱이

처럼 생겨 쌀밥을 지칭한 '이밥나무'로

불리다가 '이팝나무'가 되었다.

 

배고팠던 보릿고개 시절

하얀 꽃을 보며 쌀밥을 떠올렸던 우리

조상들의 애환을 생각한다.

 

임금과 효자에 관한 전설로 양반꽃으로

상징되었던 이팝나무는 아무나 심지 못

하였고 심으려면 관가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고 전해진다.

 

우리네 조상들은 이팝나무꽃이 풍성

하게 피면 풍년, 드문드문 피면 흉년이

든다고 점을 치며 '기상나무'로 부르기

했다.

 

이팝나무꽃이 피면 바로 여름이 온다.

대전이남 지역에서 자라던 이팝나무를

하남지역에서 처음 가로수로 심어

성공을 하였고 지금은 서울 등 전국의

가로수조경수로 인기가 많다.

 

이팝나무와 아카시아가 피면 이어서

밤나무가 피고 7월이 되면 조밥나물이

노란 꽃을 피운다.

 

쌀이 귀해 구황식물(求荒植物)이었던

'밥나무'의 열매가 '밥'에서 '밤'으로

바뀌었고,

 

노란색으로 피는 '조밥나물'은 모양이

조로 지은 밥같이 보인다고 해서 '조밥

나물'이 되었다.

 

이밖에도 동물들이 즐겨 먹어 이름이

붙여진 나무로 까치밥나무, 까마귀밥

나무, 꿩의 밥나무가 있으며,

 

올챙이가 즐겨 먹는 개구리밥,

고양이가 배탈이 났을 때 먹는 괭이밥,

소가 탈이 났을 때 뜯어먹는 쇠뜨기풀의

이름이 흥미롭다.

 

                2026.  4.  18.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