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느림의 미학 1000 나의 유언장

김흥만 2026. 7. 9. 19:53

   Epilogue

[ 누군가가 나의 삶에서 가장 잘한 일

  세 가지만 꼽으라면,

 

첫째는 산에 미친 것,

둘째는 글쓰기에 도전한 것,

셋째는 골프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2008년 은퇴할 때 20년 후 열어볼

타임캡슐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글쓰기, 어학공부, 악기 배우기,

우리나라 백대명산 완주였고, 조금

생뚱맞지만 75세 되는 해에 유언장을

작성하겠다고 썼다.

 

악기와 어학공부는 포기를 했고 새로

작성한 Bucket list에는 ABC(안나

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래킹,

설악산 3회, 지리산 3회, 백두산 3회를

포함시켰다.

 

그러나 버킷리스트에 목줄이 잡히면

스트레스가 쌓일 것 같아 2016. 11. 

24일 세 번째 지리산 천왕봉에 오른 후

버킷리스트를 없애 버렸다.

 

글 쓰기는 매년 50회 이상,

20년 동안 1000회 쓰기에 도전을

하였고,

2년 빠른 오늘 18년 만에 1000회를

조기 달성하였다.

 

이제부터는 특별한 목표를 세우지

않으려 하며 타임캡슐에 쓴 약속대로

75세가 되지 않았지만 미리 유언장을

남긴다.     ]

 

2026.  7. 9.

아들아!

만날 젊은 줄만 알았는데 내 나이가

어느새 70살이 훌쩍 넘었구나.

 

이젠 언제 저승으로 떠나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가 되었기에 이 글을 미리

쓰니까 이해 바란다.

 

평생 참 많이 아팠다.

건강하지 않았으면서도 건강한 척

하느라 힘들었고,

건강해지려 애썼던 게 나의 삶이었다.

 

그래도 가정과 직장이나 사회에서

무슨 일이 주어지던 최선을 다하려

했다.

 

얼마 전 무빈소 부고장을 받고 이야기

를 나눴지만 디테일하게 말은 하지

못했다.

 

나는 친구들과 백두산에서 합동 칠순

치를 치렀듯이 뜻이 맞는 친구들과

가족들이 어느 날 함께 모여서 슬프지

않은 '사전 장례식'을 치르려고 한다.

 

내가 가더라도 평소 남한테 조금도

폐를 끼치지 않고, 신세를 지지 않으려

노력한 내 삶을 존중하여 여러 사람

번거롭지 않게 하고 가족 중심 무빈소

로 간소하게 치렀으면 좋겠다.

 

물론 연명치료거부를 등록하였으니

구차하게 생명을 연장할 필요도

없고, 옷장에 세탁해 둔 양복 한 벌을

수의로 썼으면 좋겠다.

 

예전 머리수술 후 뇌사시 '장기기증'

과 '시신기증'을 하기로 등록했고,

운전허증에도 기재가 되었다. 

 

따라서 쓸 수 있는 모든 장기와 뼈,

피부 등 약 100여 명에게 줄 수

있다고 하니 기왕 주는 거 몽땅 다

주고 해부 실습용으로 기증하기

바란다.

 

약 1년 후 병원에서 유골을 받거든

검단산 정상 동쪽 2m 아래에 있는

소나무 근처에 뿌렸으면 좋겠다.

 

물론 민폐라고 생각하면 다른데도

좋으니 편하게 선택하면 된다.

 

보험증서나 통장, 카드 등은 왼쪽

서랍에 찾기 쉽게 정리해 두었으며,

너의 착한 성품을 잘 아니 엄마나

가족에 대한 당부는 별도로 하지

않겠다. 

 

포털사이트 다음과 네이버에 자전적

essay를 1000여 편 남겼으니 유작

으로 출판을 해도 좋고 안해도 좋다.

 

인터넷 비밀번호 또한 별도로 메모

하여 책상서랍에 넣어두겠다.

 

인생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다.

슬퍼하지 말고, 당당하게 치르고 

제사도 지내지 말라.

 

그것도 서운하다면 영정사진 앞에

내가 즐기던 장수 막걸리 한잔과 김이

모락모락 나는 믹스 커피 한잔이면

된다.

 

내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맙고, 든든한

내 자식으로 성장해줘서 고맙다.

 

             2026.  7.  9.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