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느림의 미학 1004 명징(明澄)한 세상

김흥만 2026. 7. 17. 07:57

2026.  7.  17.  06;00

        비가 그쳤다.

우울했던 하늘이 열렸다.

 

미처 빠져나가지 못했던 지상의 열기

구름되어 예봉산 허리를 감싸기

시작했다.

 

한강에서 만들어진 물안개가 산 위로

오르며 소리를 지르더니 금세 운해

(雲海)의 세상이 되었다.

 

운해가 저기를 오르면서 나에게 알파파

(alpha wave's)를 보낼 것 같아 내

머릿속을 잠시 비웠다.

 

한참을 기다려도 예봉산과 한강은 깊고

묵직한 알파파를 끝내 보내지 않았다.

 

발걸음을 어도(漁道)로 옮겼다.

용(龍)이 되기 위해 거칠게 흐르는

물줄기를 타고 등용문(登龍門)을 향해

오르는 잉어를 찾는다.

 

우렁차게 콸콸 흐르는 물소리가 가슴

속까지 시원하게 울려 퍼진다.

 

막힘없이 흐르는 물,

비록 잉어는 보이지 않았지만 나는

거칠게 흘러 내려가는 어도에서 

알파파를 받았다.

 

꽉 막혔던 생각이 뚫렸다.

머리가 맑아지고,

뿌옇게만 보였던 눈도 맑아졌다.

 

뚫린 하늘 사이로 매미소리가 내려오고

난청으로 고생했던 귀도 활짝 열렸다.

 

산곡천과 덕풍천 사이로 난

한강의 메타세쿼이아 길로 들어섰다.

 

이렇게 티끌 하나 용납하지 않고, 깨끗

하고 맑은 곳을 선비들은 명징(明澄)한

세상이라 했다.

 

나는 동적명상을 하며 소실점(消失點)

향해 천천히 걷는다.

 

떼를 지어 슬로 러닝을 하는 사람들,

목줄을 채운 강아지와 산책을 하는

사람들,

음악을 들으며 걷는 사람들이 많아졌

기에,

 

내 사유(思惟)를 방해받지 않으려

사람이 없는 연밭으로 발걸음을

틀었다.

 

물이 가득 담긴 진흙 구덩이의 연밭

에서 연꽃이 해맑은 웃음을 보낸다.

 

아!~

연꽃을 바라보며 나는 깨달았다.

 

세상을 살면서 나에게 소중한 가치는

무엇일까.

연못과 연꽃이 사람의 거울일까,

사람이 사람의 거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연꽃은 진흙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다."라고 부처님이 말씀하셨는데

말이다.

 

연꽃을 바라보며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다 보니 세상의 경계가 사라졌다.

 

잠시 눈을 감고 명상과 깊은 호흡을

했다.

비로소 안정감과 함께 마음이 편안해

졌으니 지금 내 뇌파는 약 8~12Hz쯤

되겠다.

 

나는 늙으면 늙을수록 마음이 넓어질

알았다.

그게 바로 나만의 착각이었다.

 

늙으니까 마음도 좁아지고 시야도

좁아지고 시각도 좁아졌다는 걸 이제

알게 된 거다.

 

오늘 나는 연꽃을 바라보며 마음속

도화지에 깨끗한 세상을 그렸다.

 

아무리 혼탁한 세상이고, 혼용무도

(昏無道)한 사람들이 들끓는 세상

이라도, 연꽃이 진흙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듯이 나도 물들지 않고 나

자신만의 '참나'를 지키면 된다.

 

삼국지에 나오는 제갈공명은 말년에

아들 제갈첨에게 담박명지 영정치원

(澹泊明志 寧靜致遠)이라는 글을

보냈다.

 

담박영정(淡泊寧靜)이라,

즉 <담박하지 않으면 뜻을 밝힐 수

없고, 마음이 고요하지 않으면 멀리 갈

없다. > 라며 욕심에 휘둘리지 말고

담담한 마음으로 뜻과 방향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는 글을 보낸 거다.

 

세상을 살면서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생각도 이 정도가 딱 좋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너무 많은 것은 부족함에 미치지 못한

다며 넘침을 경계하라 했다.

 

생각도 줄이고 지나친 욕심 없이 오늘

일상의 행복을 누리리라 다짐하며

연못사이로 난 좁은 길을 걷는다.

 

          2026.  7.  17.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