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느림의 미학 1005 유혹과 습관

김흥만 2026. 7. 19. 15:31

2026.  7.  18.  06;00

       어이쿠!

미끄러졌다.

난간을 잡은 팔에 상처가 나면서 80kg

의 육중한 엉덩이가 땅바닥에 떨어졌다.

 

최근 황반변성이 심해지면서 보행에

많은 조심을 했는데도 숲길에서 자빠

졌으니 난감하다.

 

좋아서 평생 신앙이 된 산행도 조금씩

줄였고,

계단길을 오르내릴 때도 조심했다.

 

약속도 가급적 가까운 곳으로 정하고,

익숙한 길로만 다니려 했는데 말이다.

 

밤새 120mm 이상 비가 내렸고,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의 유혹에 우화

(雨靴)를 신고 나왔으할 말이 없다.

 

사실 산책을 나가야 할지 잠을 더 자야

할지 한참을 망설였고,

 

친구에겐 비가 많이 오니 산에 가지

말라고 문자를 보내고 나는 숲 속으로

들어왔으니 전형적인 이율배반(二律

反)이 아닌가.

 

맞다 나에게 빗소리는 유혹이고 실행은

습관이다.

 

비가 와도 평생 습관이라 유혹을 뿌리

치지 못했고 산길을 자박자박 걸으며

십여분이 지나자 마음이 고요해졌다.

 

빗소리는 점점 더 요란해진다.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리는 날,

빗소리를 들으며 산책을 하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좋다.

 

일상의 멈춤은 아니지만,

혼자서 어둠 속을 걸으면 왠지 모르게

자유롭고 편안해지기 때문이다.

 

위로 접히는 우산을 들고 나왔는데,

우산을 접을 때 빗물에 젖을 확률이

많이 줄었지만 확연히 무게를 느낄

정도로 무겁다.

 

조금 빠르게 걸으며 무거운 우산을

펼치다가 몸이 미끄러지며 데크길의

난간을 잡다가 손을 놓쳐 버린 거다.

 

이런~

찰파상을 입은 팔에 살짝 통증이 오고, 

다행히 고관절은 이상이 없어 걸을 만

하다.

 

사실 밤새 비가 많이 내렸고,

오늘같이 비가 많이 내리는 날에는

숲 속의 산책을 삼가는 게 이성(理性)

인데, 그놈의 빗소리가 좋아 감성(感性)

에만 빠졌던 모양이다.

 

고집과 아집의 차이,

유혹과 습관의 차이는 무엇인가.

우습게도 고집과 아집, 습관과 고집은

많이 닮았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스스로 미련을 떨다가

엉덩이는 다 젖었고 팔에는 상처가 

넓게 생겼으니 할 말이 없다.

                        <   며느리밑씻개   >

 

난간을 잡고 일어나며 잠깐이지만

여러 생각이 들었다.

 

넘어졌어도 다친 데가 없으니 다행이 

아닌가.

 

내일도 오늘같이 일어나고, 여전히

식사하고, 웃으며 사람을 만나고,

산책을 즐기는 소소한 행복은 변함이

없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두 눈으로 보고, 두 귀로 듣고, 두 개의

콧구멍으로 냄새를 맡고, 손과 발이

두 개씩이라는 사실이 얼마나 행복한가.

 

삼십여분이 지나자 등판이 질펀하게

젖어 들어가고 내 몸의 많은 세포들이

바쁘게 움직이면서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길가에 무성히 자라는 '며느리밑씻개'

바라보며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생각하는 새벽이다

 

                2026.  7.  18.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