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
방태산에 도착,
얼린 막걸리 휴대 수량을 확인하니 5병이다.
적가리골 등산로로 접어든지 10여 분만에 삼거리가 나온다.
우측 지당골 세 시간 코스로 향했더니, 좌측 구룡덕봉쪽으로 오르자는 의견이 많다.
이 길은 네 시간 이상 걸려야 정상인데 꽤나 고생하겠다.
매봉령까지 2km, 구룡덕봉까지 1.5km, 방태산 주억봉 1.8km라 5km가 훨씬 넘는다.
길은 완경사이고 부드러운 분위기의 숲 속으로 이어진다.
계속 그늘이라 모자를 안써도 될 정도의 숲길이고, 왼쪽은 너래반석 아니 마당바위라는
표현이 더 잘어울리는 바위가 나온다.
나무다리를 건너며 저 아래 계곡은 일부러 내려가서 돌아볼만한 절경이다.
물줄기는 합수점 이전인데도 굵고 다시 나무다리를 세 번 건너자 골짜기가 훤해진다.
옛적에 분명 사람이 살았음직한 분위기다.
여기 '적가리'는 인제 지역의 3둔(월둔, 달둔, 살둔), 4가리( 적가리, 연가리, 결가리 ,
아침가리) 중 하나이다.
정감록이 뽑은 피난 십승지 중의 하나로 옛날 정정이 불안하던 시절 많은 사람들이
화전을 일구며 살았던 곳이지만, 울진,삼척 공비사건이후 모두 소개되고 텅 빈 계곡이
되었다.
다시 한번 계류를 건너 지능선길로 접어든다.
갑자기 가팔라지는 길을 오르며 숨은 가빠지고 30여 분 올라가니 다들 힘들어 한다.
잠시 쉬어가자.
뜻밖에도 등산로에 신비로운 색깔을 자랑하는 천연기념물인 '장수하늘소'를 발견한다.
가슴이 두근두근대고 휴대폰으로 촬영하지만 사진이 잘 안나온다.
잠시 쉬는 중에 태영이의 격려 전화가 와 정상주 한잔할 때 술 한잔 따라놓겠다고
약속하지만 실제 마실 땐 깜박 잊는다.
점점 고도는 높아지며 내 고도계는 1,100m를 표시한다.
매봉령이 1,250m이니 아직도 150m이상 더 고도를 올려야 한다.
숨은 턱 밑까지 차 오는데 종승이는 우리가 너무 느리다고 혼자 횡하니 가버린다.
장미과의 여러해살이 풀인 눈개승마 노린재꽃이 지천이고
단풍취 곰취 참취 미역취가 널려있다.
두 시간만에 매봉령 정상(1,250m)에 도착한다.
큰 나무 밑에 얼레지 천지다.
보랏빛 얼레지꽃밭을 지나 임도로 들어선다.
햇빛은 쨍쨍!
순간 난 천국에 온 것같은 환상 속에 빠진다.
눈 앞에 조망되는 백두대간의 오대산, 계방산, 가칠봉, 개인산, 침석봉, 숫돌봉,
종승이가 지난 주 다녀왔다는 응복산(1,155m) 등 산군을 보며 산속의 망망대해에
빠져버렸다.
산군(山群)의 풍경이 이리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하늘엔 조각구름이 떠 있고, 너무나 맑고 멋진 풍경을 보니 현기증이 난다.
여기서 '구룡덕봉'까지 1.5km라 한 시간은 걸린다.
이 높은 곳에 임도를 타고 올라온 차들이 많다.
방태산~구룡덕봉 능선은 홍천군 내면 광원리쪽에서 구룡덕봉까지 차량이 올라올 수
있는 임도라 봄마다 나물꾼들로 뒤덮이는 곳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들이 뿌리째 캐가거나 마구 뜯어가는 바람에 식생훼손이 심해져 산림청이
금지했다는데,
숲 속에 몇 사람이 나물채취를 안했다며 종승이 한 시간 전에 통과했다고 말을 한다.
발걸음은 무거워지고 그늘이 없어 많이 덥고,
구룡덕봉 정상(1,388m)에 이동통신회사의 대형안테나가 서있다.
북쪽 10시 방향에서 2시 방향으로 파노라마로 조망되는 설악의 백두대간을 보는 순간
숨이 막힌다.
안산, 대승령 ,귀떼기청, 끝청, 대청의 대간능선이 너무나 뚜렷하게 보인다.
이 맛이 고산등반의 묘미일 듯 싶다.
다시 능선길로 접어들며 듬직하게 서있는 주목나무 한 그루를 본다.
옆으로 보이는 설악의 장엄한 능선 군데군데에 태풍의 상처가 보인다.
산작약꽃이 활짝피었다.
거의 멸종되다시피 했고, 일명 '함박'이라고 하기도 하며, 나뭇잎은 감나무와 많이 닮았다.
아직도 한 시간은 더 가야하는데, 배는 고프고 양갱을 꺼내 먹으니 봉길이 먼저 가버린다.
약 30분 후 삼거리가 나온다.
현재고도 1,350m, 이제 94m만 고도를 높히면 정상이다.
종승이 벌써 정상갔다 우릴 마중나온다.
파리가 극성이고 그늘이 없다고 한다.
더덕냄새는 사방에서 나고 여기저기 멧돼지들이 파헤쳐놓았다.
이산의 멧돼지 개체수가 약 400여 마리란다.
풀솜대꽃을 촬영하고, 인영 문성이도 열심히 촬영한다.
꼬박 4시간이나 걸려 방태산 정상(1,440m)에 오른다.
전체 동작 그만!
영역표시를 해야지!
정상에서 쉬를 시원하게 하니 인영이 이게 무슨 나무지 하며 묻는다.
정말 보기 힘든 깨죽나무가 정상에 서있다.
이 산은 정말 여러가지 나무와 나물, 야생화, 약초의 보고인 모양이다.
300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신갈나무, 금강송, 박달나무, 물박달나무, 피나무, 가래나무
등 헤아릴 수 없다.
이어지는 능선 멀리 먼 옛날 지각변동 있기 전 바닷가에 배를 매어놓는 구멍이 있는 돌이 있는
배달은석봉(1,415m)이 보인다.
배달은석봉 바로 밑 샘터에서는 지금도 조개화석이 나오며 습지도 있다.
4년 전 이맘 때 그 쪽으로 약 12시간 종주하며 개인산으로 넘어간 적이 있지.
깃대봉, 점봉산, 삼형제봉과 또 다른 주억봉이 조망되고 몇 사람이 또 올라온다.
얼굴표정이 너무나 평화스럽다.
다들 산에만 오면 마음이 편해지는가 보다.
삼거리에서 자리를 펴고 가져온 막걸리 다섯 병을 다 마셔버린다.
맑은 하늘에 먹구름이 뭉치더니 비기 한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일기예보에 비소식이 없었는데 급경사인 지당골로 하산을 서두른다.
빗방울이 점점 굵어지며 세지더니 우박으로 변한다.
큰 것은 바둑알만한 것도 떨어지고, 모자를 썼는데도 약간 아프니 봉길이는 모자를 안써
좀 아프겠다.
다 용띠라서 비를 몰고 왔나?
아님 우리가 죄를 많이 지었는지 아무튼 모를 일이다.
나무굵기가 다 아람드리로 수령이 몇 백 년 이상 된 전나무, 낙엽송, 잎사귀가 밤나무
비슷한 가래나무 등 우박 속에서도 초록이 빛난다.
비와 우박이 섞여 급경사길이 매우 미끄러워 보조로프에 의지하고 내려오다 문성이 살짝
미끄러진다.
우박도 멎고 지당골 계류의 물소리가 너무 반갑다.
발을 물 속에 담그니 10초 이상 찬물 속에 서있을 수가 없다.
이건 숫제 얼음물이라 머리를 담그니 머리가 시리다.
이폭, 저폭을 지나 주차장에 오니 종승이 물에 빠져 한쪽 신발이 다 젖었다며 난감해한다.
저녁메뉴는 돼지고기 김치찌게및 라면이다.
종승이 직장후배가 잔대로 담근 술 한 통을 가지고 나타난다.
횡설수설하며 마시는 잔대로 담근 '사삼주'가 너무 맛있다
오대삼(五大蔘)이 인삼, 사삼, 고삼, 만삼, 현삼이라는데 난 모르겠다.
04;30
휴양림 계곡을 따라 조깅을 한다.
숙소에서 약2km 위 600m까지 고도를 높힌다.
5시가 되니 숲이 훤해지며 빛이 들어오고 '이폭포'앞에서 '금낭화'를 만난다.
다시 밑으로 뛰기 시작해 관찰로로 접어드니 동의나물, 도깨비부처, 바위떡풀이 보인다.
계곡물은 명경지수이며 어제 보지 못했던 '이단폭포'를 찾아낸 순간 너무나 멋있어
감탄사가 나온다.
혼자만 이 멋진 풍경을 보려니 술이 안깨 아직 잠자리에 있는 친구들에게 미안해진다.
매표소까지 다시 3km를 뛴다.
곳곳에 이름없는 폭포가 수 없이 많고, 용이 승천했음직한 소(沼)도 부지기수다.
용문산이 자랑하는 마당바위 정도는 어림도 없는 너럭바위가 계류에 지천으로 널렸다.
한 시간 넘게 산악조깅을 10km정도를 했는데도 너무 공기가 좋아 숨도 안가쁘다.
손은 시리지만 내 몸 속에 있는 폐가 오랫만에 신선한 공기로 호강을 한다.
방동약수를 한 모금 마시니 짜릿한 철분이 든 사이다 맛이다.
현리시내에서 청국장 한 그릇을 비우고 운두령(1,089m)에 도착한다.
계방산 정상을 보며 또 올라가고 싶은 욕심이 들지만,
감자전에 동동주 한 잔, 그리고 술 이름이 이상야릇한 '거시기주' 한잔으로 해단식을 한다.
파란 하늘에 흰구름이 흐르고, 계방산 줄기가 연두색을 벗어난 초록으로 싱그럽다.
방태산은 해발 1,444m로서 천혜의 비경을 가진 큰 산이다.
전형적인 육산으로 돌이 별로 없어 무릎에 전혀 무리가 없는 산이다.
석천 흥만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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