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느림의 미학 7 경기 제1봉 용문 도일봉(864m)

김흥만 2017. 3. 21. 19:24


2008.  10.  25. 10;30

등산지도가 우릴 반기고,

중원폭포를 지나 바로 도일봉으로 오르기로 결정한다.

 

'도일봉(해발864m)'은 말 그대로 경기도 제1봉으로 정상에서 앉은 자세로 360도 조망이

가능하며 주산은 용문산이다.

백운봉, 함왕봉, 용문산으로 이어지며 앞에는 중원산(802m)이 있고 싸리재 넘어 

산음산, 봉미산으로 이어지고, 주변에는 유명산, 어비산, 중미산 등이 있으며, 날이 맑으면 

치악산, 소백산 등이 조망되는 최고의 조망권이다.

 

계류를 이리저리 건너고 약 10여 분 후에 많은 수량을 자랑하는 중원폭포를 만난다.

높이는 10여m 정도지만, 이 지역에서는 꽤나 유명한 명소로 최근에 계단과 데크를 깔아 

안전하다.


단체가 있어 조금 시끄럽다.

작년 봄, 가을, 겨울에는 우리 일행만 있어 호젓하게 산행을 즐겼는데 여기도 많이 알려진

모양이다.

 

작살나무의 보라색 열매가 신비롭다.

 

맑고 깨끗한 계류를 몇 번 건너고  20여 분 후 도일봉 들머리에 선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약3.78km로 한 시간 반 정도 걸린다.

 

거친 숨을 몰아쉬고 하늘 한 번 쳐다보고 땅을 본다.

너덜 길의 단풍이 아름답다.

 

어제 검단산 등산 후 하산주와 저녁 소주 한잔이 부담돼 발걸음이 무겁다.

이틀 연속 등산엔 힘든 나이가 되었나 보다.

 

10여 년 전 영등포역과 시장역 지점장 시절 같이 근무했던 직장 후배직원들이 동행을 하니

힘든 중에도 너무나 즐겁다.

 

난 이 직원들과 자주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아무런 부담 없이 즐거운 이야기만 나눈다.

다들 지점장, 부지점장, 차장이 되었고 10년이라는 세월이 불교에서 이야기 하는 찰라가

되었다.

 

30여 분을 헐떡이다 보니 전망바위가 나온다.

수령 300년은 족히 되었을 황금송의 용린이 아름답다. 


이리 예쁠 수가,

다소곳하게 피어있는 '땅나리'의 자태를 보고 다들 감탄을 한다.

누가 솔나리라고도 하지만 잎이 솔잎처럼 가늘지 않아 솔나리가 아니고,

하늘을 바라보는 하늘나리는 보이지 않는다.


다시 30여 분을 올라가니 반송이 우리를 반겨준다.

우리 학교 교정에 있는 반송에 비해 잘생기진 못했지만, 래도 비싼 소나무라 반갑다.


얼마나 비쌀까?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호기심이 나니 아직도 세속의 욕심과 행원의 때를 벗기지 못한 거 같다. 

 

계속 암릉이다

쭈비~쭈비~ 쭈르르~동박새 지저귀는 소리가 너무 아름답다.


두 명이 힘들게 올라온다. 

단체가 싫어 나만 아는 등산로로 올라왔는데 여기도 이젠 알려진 모양이다.

얼음 식혜 한 잔과 하우스 귤 두 개가 꿀맛이다.   

 

급경사 너덜지대에 도시에선 보기 힘든 귀뚜라미가 한 마리 있어 얼른 찍는다.

 

아직도 고도는 700m,

암릉 길이 많이 미끄럽고, 보조 자일이 끊어진 채 방치가 되어있다.

차라리 싸리재로 오를 걸, 조금 위험해 네 발로 기어오르며 선등자의 스틱을 잡는다.


이제 고도800m이니 60여m만 고도를 높이면 정상이다.

암릉 길은 점점 가팔라진다. 


12;46

와!  도일봉 정상이다. 


일망무제라! 

거침없이 360도 조망된다.

도일봉 정상석(해발 864m)이 우릴 반겨준다.

 

 

이어지는 정상주를 마시는 맛이란 내 글 실력으로선 무엇이라 표현하기 힘들다. 

안주는 추억의 과자 크라운 산도이며, 눈물 젖은 삼립 크림빵은 오늘 메뉴에 없다.

 

 중원산 뒤로 용문산(1157m)과 백운봉(940m)이 손에 잡힐 듯 아련하다.

 

바로 옆에 쾌일산(471m)도 보이며,

양동방면으로 금왕산~고래산 줄기가 출렁이는 파도처럼 장쾌한 파노라마를 연출한다.

 

북쪽 비슬  고개 뒤로 소리산과 종자산, 북동으로는 매봉산 남으로는 추읍산, 폭산이 조망된다.

  

하산은 북릉을 타고 싸리재 방향 삼거리에서 왼쪽 중원계곡 합수점으로 결정한다.

이 코스도 워낙 알려지지 않아 원시림이다. 

다래나무 줄기가 너무 발달이 잘돼 줄기를 타고 타잔이 되는 상상도 해본다.

 

급경사에 허리를 구부릴 정도로 잡목이 많고 더덕냄새는 많이 나는데 찾을 수가 없다. 

30여 분 후에 중원계곡 합수점에 도착하여  발을 담그는 순간 온몸이 저려 섹스하다 사정하는

느낌이 든다.


14;34

도일봉은 단풍나무가 지천이다. 

 

가을 단풍은 설악산 부럽지 않다. 

계류의 수량도 풍부하고, 서울 근교의 오염되지 않은 산중 하나이다.

산행시간은 약 4시간 정도에 약 10km 정도를 걸으면 된다.

 

                                                2008.  10.  25.  용문 도일봉에서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