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7. 27. 05;30
벌써 새벽 5시 반이네.
여섯 시에 검단산 등산을 약속했는데 새벽 세 시에 비 오는 거를 확인하고 다시 잠이 들어
기상이 늦었다.
'검단산'은 한남정맥을 이탈하는 검단지맥이다.
백제 때 승려였던 검단선사가 남한산성 칠장산에서 도를 이루지 못하고, 이 산에서
은거했다고 한다.
붉을 검(黔,또는 검을 검) 붉을 단(丹)자를 쓰며, 옛날에는 비단금(錦) 붉을 단(丹)자를 써
붉은 비단 같다고도 한 검단산은 가을 단풍이 너무 아름다워서 붙인 이름이가도 하다.
정상은 해발 657m로 바닥 0m부터 고도를 올리기에 만만한 산이 아니다.
오솔길, 암릉, 능선, 너덜, 된비알, 안부 등이 골고루 있는 산이며, 어느 길을 택해도
원점회귀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산행 코스는 산곡초교~백곰약수~ 육모정~정상인데 이 코스는 등산 중 조망이 별로이고,
애니메이션고~베트남참전탑~호국사~약수터~북릉 ~정상에 오르는 길과 애니메이션고~
유길준묘~북릉으로 오르는 길이 인기가 있다.
팔당대교에서 오르는 길도 있고, 여대생 하모 양이 공기총으로 피살된 곳이며 옛날 벼슬아치가
벼슬을 제수 받고 지방으로 부임할 때 도성이 마지막 보이는 곳으로 임금에게 절을 하던
배알미리 코스도 호젓해 좋다.
종주코스로는 팔당대교~정상~고추봉~현사봉~용마산으로 약 6~7시간이 소요되는데,
이 코스는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하며 도처에 멧돼지들이 등산로를 파헤쳐놨고, 특히 야생대마초가
많은 곳이다.
오늘은 며칠간 비가 많이 와 미끄러울 거 같아 가장 안전한 호국사~ 약수터로 결정을 한다.
무지하게 습해 땀이 줄줄 흐르고 등산로로 들어서니 길바닥은 질척이는 진흙투성이다.
06;30
오솔길로 들어서니 좌측으로 한국일보 장기영 회장, 장강재 사장 묘소가 보이고
소나무와 신갈나무가 울창하다.
상의는 벌써 다 젖었고 계류를 건너는데 물이 너무 많아 등산화 속으로 물이 들어온다.
첫 번째 휴식 장소에 의자가 놓여있어 천도복숭아와 자두로 허기를 달랜다.
현재 고도 150m 아직도 멀었다.
서서히 고도를 올리며 계류에 새로 생긴 폭포가 소리를 낸다.
07;30
산길을 이리저리 돌아 약수터에 도착해 고도계를 보니 350m이다.
약수는 괄괄 쏟아지며, 예전 화장품 원료로 쓰이는 형석광산(곱돌)을 막아 그 동굴에서
나오는 물로 한잔을 마시니 뱃속이 시원해진다.
안개 속에 한강과 조정경기장이 희미하게 조망이 된다.
날이 맑은 날엔 삼각산과 도봉산, 불암산, 수락산 등과 어울려 매우 멋있을 텐데 아쉽다.
점점 힘이 든다.
한사람이 라디오를 시끄럽게 틀고 온다.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하면서 시비가 걸릴까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두 달 전에도 이 약수터에서 담배를 제지하다 조금 시끄러웠지만 여러 사람이 내편을 들었지.
약 5분 후에 헬기장에 도착하여 정상을 보니 계속 구름 속이고 빗방울도 떨어진다.
헬기장에 큰물레나물이 활짝 피어 보기 좋다.
이제부턴 수령이 수백 년 된 소나무가 지천이다.
이 검단산을 멀리서 조망하면 소나무가 날일(日)자를 그린다고 하는데 일제의 잔재인가?
아이고! 본격적인 깔딱이다.
몇 년 전 여기서 눈에 미끄러지며 눈 위가 찢어져 열 바늘 정도 꿰맨 적이 있을 정도로
경사가 급하고 정상까지 약 30여 분 정도가 소요된다.
또 오솔길이 나온다.
9월 ~10월이면 영지버섯을 심심치 않게 채취할 수 있는 곳으로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면
두릅도 꽤 딸 수 있다.
08;30
정상(657m)이다.
평소 한 시간 이십 분이면 되는 길을 어제 카메라를 산 기념으로 촬영도 하고 천천히
올라왔더니 거의 두 시간이 걸렸다.
아직도 먼 인생길이라 급할 거 없는데 같이 동행한 친구들이 짜증났겠다.
정상에 올라온 등산객들 다들 옷이 젖었지만 표정은 평화스럽다.
안개가 너무 심해 이제부터 촬영은 힘들다.
이제 장수막걸리를 한잔해야지.
완전 얼음 막걸리라 이 맛을 무엇에 비교하랴.
우린 신선이니까 대통령도 그 누구도 부럽지 않지.
멸치와 추억의 과자 크라운산도는 내 단골안주이다.
한층 기분이 좋아진다.
술도 마셨으니 음주산행이라 조심해야겠다.
비가 많이 왔고 지금도 안개비가 내린다.
9부 능선길
22여 분 후에 멋진 소나무가 보인다.
수령 약 350년 된 반송이다.
모교 교정에 있는 반송에 비하면 어림도 없지만 감단산엔 반송이 몇 그루가 돋보인다.
안개가 너무 심해 시야가 매우 좁아 가시거리는 10m이내이고 제2봉에 도착해도 전혀 조망이
되지 않는다.
평소에는 여기가 조망이 가장 좋아 날씨가 맑으면 팔당댐에서 물을 방류하는 것도
보이는 곳이다.
북동으로 예봉산과 운길산이 보이고, 오른쪽으로 청계산, 유명산,
동으로는 정암산, 해협산, 용문산과 엊그제 다녀온 백운봉이 보이며,
남서로는 양자산, 앵자봉 남으로는 고추봉과 용마산, 남한산성과 청계산이 보일 텐데 너무나
아쉽다.
10분 후에 전망바위에 이른다.
조망은 역시 안개로 별볼 일 없고 이곳엔 팔당대교와 한강이 멋지게 어우러지며 예봉산의
반영이 한강에 비치는데 다 숨었다.
아참!
오늘이 재영이 아들 상근이란 녀석이 장가가는 날이지.
시간이 벌써 열시가 넘었다.
순간 오른 무릎이 삐끗하며 통증이 온다.
아파도 서두르자, 시간 내에 도착하려면 계곡물에 발 담글 시간도 없다.
1982년 4월 22일 주택은행 송파지점에서 근무 중 과로로 쓰러졌다.
오른팔이 마비되고, 어깨가 아퍼 꽤 오랜 세월을 고통에서 살아야 했다.
그 원인은 26년이 흐른 뒤에 밝혀졌지만, 그 인고의 세월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건강을 회복하고자 산행을 택한 것이 벌써 20년 이상 세월이 흘렀다.
그 대부분의 산행을 이곳 검단산에서 했기에, 이 산은 나에게 어머니같은 존재라
무한한 사랑을 느낀다.
검단산은 침엽수와 활엽수가 적당히 어우러진 전형적인 육산이며 산의 정기를
듬뿍 받을 수 있다.
2008. 7. 27. 검단산에서
석천 흥만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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