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7. 1. 06;00
용문의 도일봉을 오르려고 중원계곡 산장에 전화하니 며칠간 200mm이상 비가 와
계류를 6번 이상 건너야 하는데 많이 위험하다며 오지 말라고 한다.
새벽 5시 23분 대치동에서 출발한다는 전화를 받고, 조정경기장 정문에서 기다리는데
문성이 차가 오면서 멈췄다.
아차! 사고구나!
급히 발걸음을 옮겨 차로 가니 우림 레미콘차가 급차선 변경을 해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사람은 다치지 않고 범퍼에 약간 생채기가 났다.
백운봉으로 행선지를 변경 합의하고, 양평에서 설렁탕과 콩나물 해장국으로 식사를 한다.
설매재로 길을 잘못 들어 헤맨 후 사나사 주차장에 도착해 산행을 시작한다.
백운봉은 양평을 지날 때 왼쪽으로 보이는 매우 뾰족한 자태로 보이며 일명 경기도의
마터호른이라고 불리는 산이다.
이 봉은 용문산(1,157m)에서 남서로 지금도 성터가 남아있는 '함왕봉'을 경유해 우뚝 솟은
봉우리다.
코스는 우리가 오늘 올라가는 '사나사' 코스와,
세수골에서 용천계곡을 타고 올라가 홤왕봉으로 경유하는 코스,
운필암터와 형제약수를 경유하는 코스 등 다양하지만, 정상부는 세미 클라이밍을 할 정도로
매우 위험한 코스다.
지팡이와 장갑은 필수로 세미 클라이밍을 할 때 다치지 않는 장비이다.
오늘도 안개가 심해 조망은 좋지 않겠다는 생각이 퍼뜩 든다.
고려 때 창건했다는 사나사에서 물을 한잔하고 등산로로 접어든다.
잡초가 무성해 등산로가 선명하지 않고 계곡엔 아직 겨울 분위기로 얼음이다.
절을 벗어나 바로 계류를 넘는다.
며칠간 많은 비가 쏟아져 물소리가 대단하고 계류의 굉음소리를 들어가며 아슬아슬하게
건넌다.
수량이 엄청나 이래서 도일봉에 오지 말라고 한 모양이다.
습기가 너무 많아 숨을 몰아쉬어도 힘들다.
현재 고도 300m, 150m에서 시작했으니 겨우 150m 고도를 올렸다.
1.5L 페트병에 얼린 시원한 물을 마신다.
아! 폭포다.
5m정도의 높이지만 수량이 많아 너무 멋있다.
많은 비에 여기저기 셀 수 없이 많은 폭포가 생겼다.
인영이, 문성이 열심히 촬영한다.
이끼가 살포시 낀 폭포는 설악산 계곡의 폭포가 부럽지 않다.
등산객이 별로 없는 길을 택한 탓인지 갈대와 잡풀이 무성하다.
다래가 떨어질 때가 아닌데 다래열매가 많이 떨어졌고 정원수로 각광을 받는 애기사과가
지천이다.
왼쪽에 10여m 가 되는 폭포가 새로 생겼다.
너무 예뻐 '일수폭포'라 이름 짓고 기념촬영을 한다.
아름드리 고로쇠나무에서 기를 받는다고 문성이 기를 쓰는 것을 본다.
45도 이상 되는 급경사 옆으로 계류의 물은 계속되고, 자주색 산수국, 참취, 곰취가 지천이다.
썩은 참나무 등걸에 항암약재로 쓰이는 운지버섯이 한참 자라고 있다.
아직도 고도 600m라 340m 를 더 올리려면 얼마나 힘이 들까?
구수한 냄새가 난다.
옛날 약방에서 팔던 원기소 냄새라,
삼지구엽초 냄새와 비슷하며 모기와 해충을 쫓아주는 누리장 나무의 냄새구나.
너덜지대와 몸을 많이 숙여야 하는 잡풀지대를 지나 계류를 이리저리 넘나든다.
배낭을 열어 빨간 토마토를 먹는다.
허기는 약간 면했고 봉길이 배낭에 막걸리 6통과 골뱅이 무침이 있다고 한다.
삼거리 현재고도 720m, 백운봉 정상까지 거리는 820m가 남았다.
허지만 이제까지는 워밍업 단계에 해당되고 난코스가 나오는데 양손으로 보조 자일을 잡고
세미 클라이밍을 해야 한다.
장갑은 벌써 시커멓게 젖었고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다.
여기서 미끄러지는 날에는 생각도 하기 싫다.
무조건 조심해야 하는 산길이고 만만치 않은 급경사 바위지대가 이어진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조심하라며 서로를 격려한다.
위험한 곳을 벗어나 편안한 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귀한 산수국과 노루오줌, 꿩의수염꽃이 보인다.
이 코스는 별로 알려지지 않아 귀한 야생화가 자주 보인다.
양지꽃도 보인다.
고도 800m.
이어지는 험한 등산로를 오르며 숨은 목까지 찼고, 문성이 좋아한다는 원추리 꽃과
비슷한 솔나리, 하늘나리도 보이지 않는다.
다행히 철 계단이 나와 힘은 들어도 덜 위험한 길이다.
또 자일이다.
바위모서리에 왼쪽 무릎이 부딪혀 자지러진다.
지난주 금요일 방태산 등산 후 바로 다음날 산악조깅 10km를 하였더니 왼쪽무릎 컨디션이
엉망이라 어제 사이클로 간신히 다스려놨는데 움직이기 힘들고 통증이 심하다.
아파서 식은 땀이 나는데 은행친구가 뭐하느냐고 전화를 한다.
산에서 다쳐 아프다 할 수도 없어 얼버무린다.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다.
무려 세 시간이나 걸려 백운봉 정상(940m)에 오른다.
워낙 더워 운행속도를 늦추고, 충분히 휴식을 취하며 올라 왔더니 평소보다 30여 분 더 걸렸다.
잠자리 수백 마리가 낮게 비행한다.
오늘 비가 많이 오려나?
안개가 심해 전혀 조망이 되지 않는다.
맑은 날이면 이곳이 천하제일 조망지라 북으로는 모산인 용문산, 함왕봉이 하늘 금을 이루고,
오른쪽으로는 문례재, 도일봉, 중원산이 보이며, 멀리로는 홍천 매화산, 갈기산, 오음산,
금물산 등이 파도처럼 보인다.
남동쪽으로는 삿갓봉, 주읍산과 멀리 치악산이 가물거리고, 남한강에 놓인 양평대교와
양근대교, 남한강 건너 양자산과 앵자봉이 보여야 하는데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다음에 오면 보일까 정말 아쉽다.
서쪽의 검단산, 예봉산, 운길산아 다음에 다시보자.
구름이 살짝 걷히며 청계산, 대부산, 유명산이 잠시 보이다 만다.
정상에는 통일암 비석이 있다.
이 비석 위에 있는 흙갈색 돌은 양평주민들이 백두산 천지에서 가져온 것이라 한다.
통일이라 참 좋은 말이지요.
빨갱이 새끼들하고 잘 융화가 되어야할 텐데.
추억의 과자 크라운산도와 초코파이로 요기를 한다.
이 높은 곳에 '붓꽃'과 '패랭이꽃'이 너무나 예쁘게 피어있다.
달맞이꽃과 개망초도 있으니 이들 외래종이 백운봉 정상을 침범하였다.
'바위채송화'도 보이고,
잠자리 떼가 계속 저공비행을 하니 비가 곧 올 거 같다.
로프를 잡고 조심스레 하산하다 미끄러지며, 오른쪽 무릎을 또 심하게 부딪친다.
삼거리에서 자리 펴고 막걸리 한잔 중 등산객 세 사람이 올라온다.
오늘 산행 중 두 번째 보는 꾼들이다.
같이 한잔하니 금방 대화가 통하고 자기네들이 싸온 밥과 음식도 내놓는다.
빈대떡도 나오고 닭똥집도 나오니 갑자기 술상이 푸짐해진다.
삼백초가 군락을 이룬 곳에서 문성, 인영이 열심히 촬영한다.
눈개승마도 가끔 보이는데 이 코스는 굴참나무와 고로쇠나무가 군락을 이뤄 장관이다.
새로 생긴 폭포 속에 굳건히 서있는 오리나무도 있다.
날씨가 습한 탓인지 새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계류에 발을 담그는 순간 온 몸이 짜릿하다.
잠시 참고 있으려니 발이 시리다가 저려온다.
계류를 건너 출발점을 찾아 사나사로 방향을 트니 빗줄기가 강해진다.
어차피 다 젖었으니 여유를 부린다.
산에서 너무 늦장을 피웠으니 오늘은 절을 볼 시간이 없다.
남한산성 입구의 '장모님 밥상'이라는 식당에서 고추장양념 돼지삼겹살로 소주 한잔과
된장 찌게로 식사를 한다.
어렸을 적 돌아가신 어머니가 비 오는 날이면 해주신 음식과 맛이 비슷해 난 이 집을
가족들과 함께 자주 찾는다.
지금 이 시간에도 비가 많이 오네.
2008. 7. 1. 석천 흥만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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