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0
이런 늦잠이다.
조깅은 틀렸고 자전거 상태를 보니 바람이 조금 부족한 듯 에어를 주입하고 운행을 한다.
하늘이 시리다 못해 선 그래스를 쓰지 않으면 눈이 부셔 운행이 힘들겠다.
당동 생태공원으로 내려서니 지난주 등산했던 예봉산 직녀봉 승원봉 적갑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덕풍천을 따라 운행하니 물속에는 백로, 나무에는 왜가리들이 조용히 앉아있다.
쭉뻗은 자전거길을 내달린다.
옆에 잠시 정차하고 갈대주변을 보니 '닭의 장꽃'이 피었고,
'까마중'도 보인다.
힘차게 페달을 밟아 새로난 도로로 올라선다
어젯밤까지도 폭우였는데 너무나 시원하고 약간은 썰렁하다.
가을이 갑자기 찾아온 모양이다.
이제부터 20도 정도 언덕길이라, 기어변속을 저단으로 하니 조금 편안해진다.
한 사람 추월하고 신나게 페달을 돌린다.
조그만 폭포 옆에 옛 고려시절 '마애불'이 인자한 모습으로 날 반긴다.
이 마애불은 고려시대에 조각한 것으로 보이며 새 길이 나기 전엔 한적한 오솔길 옆에 있어
별로 눈에 띄지 않았지만, 공사 시에 발견되어 상숭배를 싫어하는 모종교 신도들이
빨간 페인트를 바르는 등 온갖 수난을 겪는다.
허지만 세월이 흐르니 페인트도 벗겨지고 서서히 제 모습을 찾아간다
제 종교나 잘 믿지 왜들 그러는지 모르겠다.
허지만 그 사람들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 거 같다.
마애불이란 자연암벽에 부조 또는 음각으로 조각한 불상을 말하며 인도에서 중국 한국
일본으로 전해졌다.
계속 한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힘들어 잠시 쉬는데 야생 도라지꽃이 풀 속에서 살며시 그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낸다.
오른쪽에 검단산이 선명하게 조망되고 칡꽃이 요염한 자태를 뽐낸다.
소나무 숲이 너무 울창하다.
속리산의 소나무 숲이나 불영계곡의 소나무 숲에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서울 근교 산에선
보기 드물다.
서서히 팔당댐이 보이기 시작한다.
멀리 해협산과 정암산이 보이고 수문은 5개를 열어 물보라가 심하다.
와! 멋있다.
바로 밑을 보니 물이 소용돌이친다.
처녀귀신이 잡아갈까 잠시 외면을 하고 잘생긴 청년들에게 카메라를 넘겨주며 애마와 함께
포즈를 취한다.
향긋한 커피냄새가 코를 자극ㅎ한다.
이 복장을 하고 나오면 아들이 '지구를 지켜라'라며 놀린다.
독수리 5형제 복장이라서 오늘은 팔당댐을 지키겠노라고 했다 .
꾸불꾸불 고갯길에 이어지는 길의 난이도가 심하다.
숨은 헉헉!
오늘은 도마리 까지만 운행하고 돌아가자.
나의 비상식량인 추억의 과자 크라운 산도와 눈물 젖은 삼립크림빵을 빼고 왔더니 허기가 진다.
도마리란 도로의 마지막 동네를 말하며 도마치란 마지막 고개를 말한다.
돌아서 운행을 하다 배알미리에서 너무나 빼어난 검단산을 조망한다.
배알미리는 옛날 벼슬아치들이 지방으로 부임하며 도성이 마지막으로 보이는 이곳에서 임금님에게
절을 하고 갔다 해서 배알미리라 하는데 최근 몇 년 전에 여대생 하모양이 공기총으로 사살되어
유명해진 곳이기도 하다.
주변에 막걸리 한 잔 할 수 있는 곳이 여러군데고, 검단산 종주 후에는 늘 막걸리 한 잔을 마셨지.
지금은 길이 생겼지만 몇 년 전에는 오솔길을 따라 한 시간 정도 걸어야 팔당대교가 나왔다.
배가 고프지만 힘차게 페달을 밟으니 내리막길에선 시속 38km정도가 나온다.
위험하다는 경고신호가 들린다.
주치의가 머리수술 후 넘어지면 안된다고 했으니 속도를 줄이자.
석천 흥만 졸필
'여행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느림의 미학 15 대모산(291.6m)~구룡산(306m) (0) | 2017.03.21 |
---|---|
느림의 미학 14 남산 금요포럼 (0) | 2017.03.21 |
느림의 미학 12 팔당 예봉산<683m> (0) | 2017.03.21 |
느림의 미학11 하남의 진산 검단산<657m> (0) | 2017.03.21 |
느림의 미학 10 경기의 마터호른 용문산 백운봉<940m> (0) | 2017.03.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