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느림의 미학 175 체구망욕(體垢忘浴)과 한강의 반달

김흥만 2017. 3. 25. 12:22


2012. 1. 18  새벽 4시 

조간신문을 펼치니 국회의원들의 돈 봉투, 공직자들의 다이아몬드 주식 비리로

온통 도배가 되어 정나미가 뚝 떨어진다.

 

이 새벽에 한강의 강물을 바라보면 마음을 다스릴 수 있을까.

구름에 가려지지 않은 달빛이 참 곱다.

미처 얼지 않은 강물은 불빛, 달빛을 다 담았다.

 

문득 '해구상욕(骸垢想浴)'이란 말이 생각난다. 

'몸에 때가 끼면 목욕할 것을 생각한다.'라는 말인데, 세상이 온통 진흙밭과 똥밭이다.

서로 깨끗하게 하라고 요구를 하는데

이미 더러워진 몸을 씻으면 씻는 물이 또 구정물이 되니 씻어본들 무엇하랴.

 

씻지말고 사라져 주면 국민들이 마음이라도 편하고, 차라리 물이라도 깨끗하게

남을 텐데 말이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준엄하게 나무라니 코미디 세상 속에 사는 거다.


난 술이라도 한잔 걸치는 날이면 유난히 생각이 많아져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게 된다.

세상은 체구망욕(體垢忘浴)이어야 한다.

비록 씻지 않아도, 술이라도 한잔 걸친 후 사물을 깊이 응시하고, 세상사와 인간사를

생각하면, 사물의 이치를 깨닫게 되며, 천기(天氣)를 알게 되고 영경(靈境)이 펼쳐진다.

 

천기가 국민의 뜻이다.

즉 민심이 천심이고 천심이 민심인데 자격 없는 자들이 국회와 정부에서 판을 친다.

용기가 없거들랑 술이라도 한잔 걸치고 국민들 앞에서 이젠 제발 좀 사라져라.

 

하긴 내가 바랄 걸 바래야지.

백년하청(百年河淸)인데 바라는 내가 한심하다.

달빛 아래 그림자를 끌며 걷는 이 나 혼자이다. 

 

             반달

  

   바람이 잠든 밤하늘

   탱글탱글하던 보름달이

   그새 반달이 되어 서쪽으로 흐른다.

 

   올망졸망한 별들이

   어미 닭을 따르는 병아리들처럼

   앞서거니 뒤서거니 반달을 따른다.


   내 좋아하는 북두칠성은 교교히 별빛을 흘리고,

   이름 모를 새 한 마리 하늘을 가른다.

  

   나 또한 잠 못 이루는 밤

   너는 무슨 사연 있기에

   지나면 다 지워질 인생길인데.

 

   길모퉁이 돌아서니,

   길게 끌리던 내 그림자 어느새 앞장을 선다.

   달빛, 별빛도 시들어가니 여명이 가까웠나 보다.    석천           ]

 

사마난추(駟馬難追)라!

심란한 시국일수록 입조심을 하지 않으면 어떤 재앙이 들이닥칠지 모르는데,

입을 닫고 있으려 해도 참을 수 없어 졸필을 들어본다.

 

                                    2012.  1.  18.  새벽  한강에서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