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 18 새벽 4시
조간신문을 펼치니 국회의원들의 돈 봉투, 공직자들의 다이아몬드 주식 비리로
온통 도배가 되어 정나미가 뚝 떨어진다.
이 새벽에 한강의 강물을 바라보면 마음을 다스릴 수 있을까.
구름에 가려지지 않은 달빛이 참 곱다.
미처 얼지 않은 강물은 불빛, 달빛을 다 담았다.
문득 '해구상욕(骸垢想浴)'이란 말이 생각난다.
'몸에 때가 끼면 목욕할 것을 생각한다.'라는 말인데, 세상이 온통 진흙밭과 똥밭이다.
서로 깨끗하게 하라고 요구를 하는데
이미 더러워진 몸을 씻으면 씻는 물이 또 구정물이 되니 씻어본들 무엇하랴.
씻지말고 사라져 주면 국민들이 마음이라도 편하고, 차라리 물이라도 깨끗하게
남을 텐데 말이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준엄하게 나무라니 코미디 세상 속에 사는 거다.
난 술이라도 한잔 걸치는 날이면 유난히 생각이 많아져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게 된다.
세상은 체구망욕(體垢忘浴)이어야 한다.
비록 씻지 않아도, 술이라도 한잔 걸친 후 사물을 깊이 응시하고, 세상사와 인간사를
생각하면, 사물의 이치를 깨닫게 되며, 천기(天氣)를 알게 되고 영경(靈境)이 펼쳐진다.
천기가 국민의 뜻이다.
즉 민심이 천심이고 천심이 민심인데 자격 없는 자들이 국회와 정부에서 판을 친다.
용기가 없거들랑 술이라도 한잔 걸치고 국민들 앞에서 이젠 제발 좀 사라져라.
하긴 내가 바랄 걸 바래야지.
백년하청(百年河淸)인데 바라는 내가 한심하다.
달빛 아래 그림자를 끌며 걷는 이 나 혼자이다.
[ 반달
바람이 잠든 밤하늘
탱글탱글하던 보름달이
그새 반달이 되어 서쪽으로 흐른다.
올망졸망한 별들이
어미 닭을 따르는 병아리들처럼
앞서거니 뒤서거니 반달을 따른다.
내 좋아하는 북두칠성은 교교히 별빛을 흘리고,
이름 모를 새 한 마리 하늘을 가른다.
나 또한 잠 못 이루는 밤
너는 무슨 사연 있기에
지나면 다 지워질 인생길인데.
길모퉁이 돌아서니,
길게 끌리던 내 그림자 어느새 앞장을 선다.
달빛, 별빛도 시들어가니 여명이 가까웠나 보다. 석천 ]
사마난추(駟馬難追)라!
심란한 시국일수록 입조심을 하지 않으면 어떤 재앙이 들이닥칠지 모르는데,
입을 닫고 있으려 해도 참을 수 없어 졸필을 들어본다.
2012. 1. 18. 새벽 한강에서
석천 흥만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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