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2. 18.
신문과 Tv가 온 세상을 시끄럽게 한다.
Tv를 끄고 잠시 눈을 감아 머리를 식히려 애를 쓰는데 별안간 창밖이 시끄럽다.
까마귀 십 수마리가 떼를 지어 울부짖기에 창밖을 무심코 내다보니 뜻밖에도 부엉이
한 마리가 외벽의 턱에 점잖게 앉아있다.
부엉이는 야행성(夜行性)인데 배가 고팠던지 대낮에 집 앞에 있는 산에서 날아온
모양이다.
집 주위에서 서식하는 까마귀들이 영역침범에 놀라 떼를 지어 몰아내려 기를 쓰고
부엉이는 가쁜 숨을 몰아쉰다.
지금 비록 혼자지만 명색이 맹금류라 사방을 지긋이 노려보며 기회를 엿보겠지.
새에 관해 문외한(門外漢)이라 올빼미인지 부엉이인지 분간을 할 수가 없어 검색을 하니
귀깃이 있으면 부엉이고 없으면 올빼미라고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집 앞에 있는 작은 산 덕분에 금년엔 꾀꼬리, 뻐꾹이도 만났고,
한겨울에 부엉이를 만났으니 길조인지 흉조인지 모르겠지만 보기 드믄 새니 길조(吉兆)겠지.
2016. 12. 22. 06;00
지하주차장에서 숨어 지내던 길고양이가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서는 나를 따라온다.
배가 많이 고픈 모양이다.
지금 내가 줄 게 아무것도 없는데 괜히 미안하다.
밤새 비를 맞으며 얼마나 춥고 배고팠을까.
미사리 제방에서 내 다리를 비비며 애교를 떨던 검은 고양이도 생각나고,
검단산 정상에서 새끼를 낳았던 누런 고양이도 생각난다.
누가 키우다 버렸을까.
아님 길고양이 어미에게서 태어나 축복을 받지 못한 고양이일까.
애처로운 눈망울을 바라보며 연민의 정을 느낀다.
고양이들에게 따뜻한 잠자리와 음식을 주지 못하니 미안하기도 하지만 버린 주인이
원망스럽다.
나의 미안함을 알았는지 고양이는 불빛 사이로 슬그머니 사라진다.
낮기온이 영상 13도나 올라가더니 밤새 때아닌 폭우가 쏟아지고 지금도 내린다.
기상청에선 밤새 40mm 이상의 비가 장맛비처럼 내렸다고 한다.
겨울답지 않은 날씨는 한반도 남쪽의 따뜻한 공기가 많은 수증기를 머금고 있어 강수량이
많으며, 중국 남동부 바닷물 온도가 예년보다 2~3도나 높아진 것이 원인이라는데
오늘은 북쪽에서 찬 공기가 갑자기 내려와 미친바람을 만들었는지 바람을 정면으로 맞는
차량이 휘청거린다.
대통령과 정치꾼, 언론, 시위꾼들로 사회가 어지러워 가뜩이나 몸과 마음이 혼란스럽고
심란한데 날씨마저 고약한 심술을 부리니 할 말이 없다.
10;50
빗방울이 사정없이 온 세상에 뿌려댄다.
신(神)은 세상을 덮어버리는 눈보다 세상을 깨끗하게 씻겨줄 비가 필요하다고
판단을 한 모양이다.
대설경보에 이은 폭우주의보가 마음을 심란하게 한다.
인간사회가 혼란스러우니 자연도 뒤죽박죽이다.
내가 비를 쫓아다니는 건가 아님 비가 나를 쫓아오는 건가.
원행(遠行)을 할 때는 늘 기후가 신경이 쓰여 강수량을 수시로 체크도 하고,
빗속을 달리며 노면이 미끄러울 것 같아 제 속도를 낼 수가 없다.
만항재(1,330m)를 넘으며 눈발이 날리다가 다시 빗방울로 변한다.
잠깐 밖으로 나오니 몰아치는 강풍에 몸이 휘청거리고, 관계 당국에 전화를 하니
두문동재에는 비가 오지 않아 괜찮을 거라고 답을 하지만 두문동재 정상인 해발 1,268m에
차를 두고 산행을 하려니 영 마음이 놓이질 않는다.
11;13
일기예보가 한시간전 2.1mm에서 4.5mm로 바뀐다.
당초 맑음에서 25mm~16mm~2.1mm~4.5mm로 수시로 바뀌니 당초 계획했던
두문동재~금대봉~비단봉~매봉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길을 포기하고 태백산
천제단과 장군봉을 거쳐 제일 짧은 백단사 코스로 변경을 한다.
차에서 내리니 사나운 바람은 온몸을 떨게 만들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은 산에 오르려는 의지를 꺾는다.
한쪽에선 직장인들로 보이는 많은 젊은이들이 조직의 목표달성을 위해 팀 빌딩(Team
Building)을 하는지 구호소리 요란하게 산행준비를 한다.
비와 추위에 대비해 완전무장을 하지만 왠지 마음이 무겁다.
참 묘하다.
나와 친구들이 용띠라서인지 비와 바람을 몰고 다닌다.
한 달 전 지리산에서도 모진 강풍에 고전을 했는데 오늘도 강풍에 많이 시달릴 모양이다.
빵모자를 눌러 써 귀밑까지 가렸는데도 바람소리에 오금이 저린다.
유일사 입구 주차장의 고도가 890m니 700m 정도만 고도를 높히면 정상에 설 수 있다.
금대봉~비단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은 아니라도 오늘 오를 장군봉에서 사길령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백두대간 길이다.
곧추선 낙엽송 사이로 오른다.
얼마 전 일제 강점기의 유산을 지운다고 지금 이곳에 있는 낙엽송(일본 잎깔송)을
베어낸다는 기사를 읽고 기겁을 한다.
우매(愚昧)한 인간들에 의해 이 나무들이 자칫 베어질 운명에 처했었다니 한숨이 나온다.
태백산의 매력은 울창한 삼림으로 경관이 수려하고, 다른 산에 비해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나무에 쉽게 접근을 할 수가 있다.
그동안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을 가리지 않고 10여 차례 오르며,
봄이면 진달래, 주목나무 군락지와 천제단 장군봉으로 이어지는 철쭉군락지의
아름다움, 여름엔 울울창창한 수목과 계곡을 흐르는 맑은 계류도 좋았지만,
특히 눈덮힌 태백산의 모습은 가히 선경(仙景)이었지.
오늘은 눈꽃 핀 주목나무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으려나?
밤새 내린 비로 주능선의 눈이 다 녹았다는데, 지금보다 700m나 고도가 높으니
상고대라도 볼 수 있을까 기대를 하지만 세차게 몰아치는 바람에 기대를 접고 무사히
산행을 마치는 것에 집중하기로 한다.
안개가 몰려와 세상을 감춘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안개는 서기(瑞氣)를 품은 안개겠지만 오늘은 반갑지 않다.
영험하기로 소문이 난 태백산은 안개로 속살을 감추고,
내리는 빗방울은 우리의 산행을 거부하는지 몸이 슬슬 젖기 시작한다.
유일사 코스에서 제일 먼저 만나는 주목나무에 경배를 드린다.
속이 붉어 주목(朱木)이라는 주목나무 밑에 서기만 해도 마음이 맑아지고 몸이 가뿐해진다.
태백산엔 주목나무가 3,928본이 있어 나무마다 일련번호를 매겨 관리를 하는데,
수령은 30년에서 920년까지로 평균수명 약 200년 정도이며 키는1~14m정도 크기다.
이 나무는 식용, 관상용, 공업용, 약용, 건축재, 가구재 등 다용도로 쓰이고 잎과 과실은
이뇨제로 쓰이며 최근에는 암치료제로 쓰는데 아메리카산보다도 약효가 50배 이상
뛰어나다고 한다.
모진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어 대고,
제 몸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물방울이 사정없이 얼굴을 때린다.
차가운 바람이 나무를 여위게 하더니 여유(餘裕)로운 내 가슴을 허허(虛虛)하게 만든다.
10년 세월이 흐른 지금 예전의 내 얼굴이 보고 싶고,
2009년 이 길을 오르며 따스했던 기억이 새롭게 떠오른다.
정년퇴직이라는 피할 수 없는 운명에 순응하느라 꽤나 힘들었던 때 이곳 태백산을 오르며
힘을 얻었지.
12;20
가을의 끝자락이 지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모진 바람이 내 몸을 휘감을까.
날짜를 보니 어느새 12월의 하순이구나.
한 해의 끝을 앞두면 아쉬움에 어김없이 쓴웃음이 나오는데, 바람이 코끝을 지나
귓가로 흐른다.
인간세상에선 음악을 들으며 명상에 잠기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리는데 산에서 바람이 내는
소리와 숲이 간직한 묵중한 소리는 저절로 명상(冥想)에 빠지게 한다.
나는 이렇게 편하게 맞아주는 산이 좋다.
서울 근교에도 북한산이나 도봉산 같은 명산이 있지만 거칠고 강한 기운을 가진 산이라
그 산의 기운이 나하고는 맞지 않는 거 같아서 자주 찾지는 않고 타의(他意)에 의해서
정해질 때만 오른다.
반면에 지금 내가 오르고 있는 태백산은 초입부터 기분이 좋아지니 나하고 궁합이 잘 맞는
모양이다.
카메라로 주변을 찍다가 다시 말이 없어지고 명상으로 깊이 빠져든다.
불처럼 타올랐던 젊음도, 깊은 좌절에 빠졌던 흘러간 세월도 발밑으로 흘리고 이제는
잃으면 안 되는 것들을 챙겨야겠다.
12;22
임도를 벗어나 잠시 휴식을 취하고 본격적인 등산로로 오른다.
여기서 한 시간이면 정상까지 오를 수 있으니 천천히 오르기로 한다.
곰곰이 옛 기억을 더듬으니 이 코스로 10번째 태백산을 오르는구나.
이제부터는 한반도의 등뼈인 백두대간 중 사길령~천제단~장군봉으로 이어지는
구간이다.
당초 계획했던 금대봉~비단봉~매봉산을 오르지는 못했어도 그 구간보다 더 높은
구간을 걸을 수 있으니 만족해야겠지.
해발고도 1,000m에 올랐는데도 산은 속살을 그대로 보여준다.
아래 세상에 비바람이 몰아치면 이곳은 두툼한 눈으로 뒤덮이던지
오늘처럼 안개바람이 몰아치면 하얀 상고대로 천상계를 만들 텐데 기대만큼이나
서운한 마음이 든다.
인간세상에선 탄핵, 하야, 체포, 국정농단, 뇌물 등을 이슈로 한 촛불집회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서울 광화문에서 시작된 촛불집회가 전국으로 퍼지고, 바람이 불면 꺼진다는 촛불이
햇불이 되어 최고의 권력자를 죽음으로 내몰려는 세상이 시끄럽기만 하다.
우리나라 국민은 참 현명하다.
국정농단이 더 이어가기 전에 폭로가 되어 차단이 되고 단죄를 할 정도로 아직은 희망이
남은 나라인데, 이 기회를 틈타 권력을 차지하려는 인간들이 역이용을 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육조단경에서는 [일등능제천년암 一燈能除千年暗 일지능멸만년우 一智能滅萬年愚]라,
한 등불이 능히 천 년의 어둠을 없애고, 한 지혜가 능히 만 년의 어리석음을 없앤다고 했다.
가뜩이나 어려운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부화뇌동하는 어리석은 중생들을 바라보면서
얼마 전 '올라서 머무르기만 해도 지혜로워진다'는 지리산 천왕봉 정상(1,915m)을 밟은 일이
우연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정치상황, 사회현황, 경제현실이 혼란스럽다.
어둠이 짙으면 새벽이 오고, 새벽이 오면 또 어둠이 오는 건 무위(無爲)의 자연현상이라
금방 훌훌 털고 일어나겠지.
칠흑같이 어두운 겨울밤도 동산에 해가 떠오르면 어둠이 물러가고 사방천지가 환하게 밝아
지는 게 세상의 이치니 말이다.
그러나 촛불이건 등불이건 그 불을 드는 손에는 지혜와 자비심이 필요하다.
지혜를 간직한 불(火)이야말로 만 년의 어리석음을 물리치는 법이다.
세상이 혼탁하고 어지럽다.
이런 난세에는 불세출의 영웅이 나타나 세상을 구할 텐데 아직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잠시 세상일을 잊고 걸으니 마음에 고요가 찾아온다.
어지러운 세상에서 함께 평화로운 삶, 행복한 삶, 자유로운 삶을 살려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허무와 좌절에서 벗어나고 현재의 삶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 치면 칠수록
만족스러운 지혜를 찾기가 어렵다.
테백산은 어지럽기 만한 세상사에 지친 마음을 달래줄까.
이렇게 백두대간 길 한 번 밟고 세상으로 돌아가면 잡념 없이 편하게 살 수 있는 건가.
13;00
미친바람은 일행 중 5명을 중도 하산하게 만든다.
얼굴을 때리는 빗방울과 몸을 마구 흔들어 대는 광풍(狂風)에 질려버린 모양이다.
여기에서 40분이면 정상인데 다시 팀을 정비하고 천천히 오른다.
텅 빈 능선에는 떨어진 참나무잎과 단풍잎이 가득하고 그 위에 세월이 쌓인다.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흐르면 다시 온 세상이 초록으로 물들겠지.
대자연에서 삶과 죽음은 영원히 반복된다.
흥망성쇠(興亡盛衰)가 아닌 생(生)과 성(盛), 그리고 쇠(衰)와 죽음(死)이 오고
다시 생(生)이 오는 반복의 역사가 이어진다.
그동안 쌓였던 눈이 다 녹았다.
설화(雪花)와 상고대가 핀 주목나무를 기대했건만 대간 길은 질퍽거리고
앙상한 나뭇가지만 북풍한설에 내몰렸다.
오르며 멋진 풍경을 기대했지만 오늘의 기후상황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소원이라
2009년 묵향 사진작가가 찍은 사진으로 스스로 위안을 갖는다
능선을 오르며 비에 젖어 속이 빨간 주목나무를 바라본다.
땅바닥에는 숱한 생명들이 숨을 죽이고 태동할 때만 기다리고,
나는 죽어 부활하는 곳의 생명력에 경외감을 느껴야겠지.
대자연의 침묵 그리고 바람소리에 답답했던 가슴의 체증이 확 뚫린다.
낙엽이 다 떨어져 앙상한 산을 찾는 이는 우리뿐,
손에 잡힐듯하던 능선은 안개 속에서 좀처럼 가까이 오지 않는다.
산을 채운 건 맑은 공기와 바람소리, 그리고 비 내리는 산길에 거친 숨을 몰아쉬는
우리뿐이다.
주목의 기묘한 자태는 천 년의 세월을 이겨낸 모습이다.
긴 세월의 풍파와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주목의 속살은 한편으로 애처롭기도 하다.
13;14
이 생각 저 생각에 잠기다 보니 어느새 3.3km 를 올라와 천제단까지는 700m 가 남았다.
젖은 카메라 집을 주머니에 넣고 촬영을 하지만 렌즈도 비에 젖어 뿌옇고 손가락도
꽁꽁 얼어 감각이 없다.
< 동행
비바람 속에 같이 산행을 한다는 것,
같이 늙어가고 같이 간다는 것,
같이 라는 말은 쉽지도 않지만 어렵지도 않은 거지.
태어나 살아가며 인생은 누구나 홀로
걸어갈 수 없는 운명이기에,
누군가와 함께 친구와 함께 동행을 할 수 있다는 건
큰 축복이지.
힘들 때 위로가 되고
괴로울 때 힘이 돼주고,
아플 때 손을 잡아주는 동행(同行)이란
인간이 스스로 만든 최고의 걸작이리라. 석천>
수북하게 쌓였던 눈이 밤새 내린 폭우에 다 녹아내렸다.
아이젠을 차고 눈을 밟을 때 들리던 뽀드득 소리가 사라지고 빗소리와 바람소리만 들린다.
태백은 올 때마다 많은 눈으로 속살을 보여주지 않았는데 오늘은 속살을 보여준다.
봄엔 생명의 환생(還生), 여름엔 생명의 왕성(旺盛), 가을엔 생명의 쇠퇴(衰退)를
보여주더니 지금은 생명의 부활(復活)을 위해 침묵의 모드로 들어섰다.
고사목(古死木)은 침묵으로 또 다른 생명의 부활을 예고하며 흙으로 사라질 준비를 마쳤다.
고사목이 지키는 이 길에선 일체가 공(空)이니 바로 비움이다.
교언영색(巧言令色)도 들리지 않고, 내면의 덕(德)을 기르지 않아도,
고행(苦行)을 하고 참선을 하지 않아도 마음이 저절로 공(空)이 된다.
굳이 도(道)를 구하려하지 않아도,
뿌리지 않고 열매를 바래도, 법(法)을 배우지 않아도 그냥 마음이 편해지니
나는 비로소 공(空)의 위력을 알게 된다.
지독한 폭염을 기록한 여름을 떠나보낸 가을은 슬그머니 사라지고 찾아온
엄동설한(嚴冬雪寒),
이젠 가을과 겨울의 불확실한 시간이 아닌 겨울이다.
부셔지지 않은 낙엽을 밟는다.
쌓인 눈을 밟을 때는 뿌드득하며 청명한 소리가 들리는데 낙엽의 소리는 사각사각 대며
빈 숲 속에 부셔진다.
몰아치는 바람이 텅 빈 나뭇가지에 걸린다.
모자를 귀밑까지 내렸어도 귀가 시리다.
태백은 바람의 나라라 단단히 준비를 했어도 대자연을 거스를 수가 없구나.
봄, 여름, 가을을 보내고 지금은 겨울의 한복판이라,
자연의 시간은 무시무종(無始無終)이라 했다.
시작도 끝도 없는 자연의 시간에서 나는 지금 황혼의 시간에 서있다.
비늘이 쏟아질 것 같은 주목나무가 양옆에 도열한 거대한 침묵(沈默)의 숲길에 스며
들었다.
태백산은 묘한 매력이 있다.
기우는 석양빛을 받을 때나, 깨끗하고 동그란 보름달이 떠오른 한밤중에 만났으면
좋았을 나무가 엄동(嚴冬)의 한낮에 나를 만난다.
나무에서 수천 개의 비늘이 쏟아지고, 하늘에선 진눈깨비가 쏟아지고,
백지처럼 환한 대낮이지만 나무는 어딘가 우울해 보인다.
나는 나무가 속삭이는 소리를 듣는다.
눈과 귀로 보고 듣게 되니 잠시나마 무욕(無慾)의 경지에 이르게 된 모양이다.
잡념(雜念)도 거친 숨결 속에 지워지고 비탈에서 기품 있는 구상나무를 만난다.
초록색을 띤 채 곧게 뻗었던 구상나무에서 빗방울이 내 얼굴에 떨어진다.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들은 걸까.
철석같이 믿었던 사실은 다 거짓이었나?
속지 않으려고 눈을 똑바로 뜰수록, 귀를 활짝 열수록 현란한 말장난이 진실처럼
내속에 들어온다.
생각의 길을 못 열면 답답함이 몸속에 쌓여 화기(火氣)로 쌓이는 법인데,
심신(心身)의 균형이 무너지기 전에 눈을 잠시 감는다.
잠시 눈을 감고 마음을 내려놓으니 나의 내면을 돌아보고 차츰 잡생각이 사라진다.
활(taos)이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에서 유래해 주목(朱木)은 학술명으로 'taxus'라고 한다.
영국의 '로빈후드'가 주목으로 만든 활로 의적생활을 했고, 조선시대 임금 앞에 나갈 때
손에 들고 가던 패가 주목으로 만들어진 이유는 재질이 단단하고 빛깔이 붉기 때문에
사악한 것을 물리치는 힘을 믿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보통 1,000년을 살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주목으론 강원도 정선 두위봉에
1,400년 된 주목나무가 있는데 그날도 산행을 하며 비가 많이 내려 그냥 지나쳤지.
몸이 무거울수록 마음은 가벼워지니 산행은 반비례의 법칙이 적용된다.
안개는 점점 더 심해지고 바람은 천상의 오케스트라를 연주하는데, 중간에 끼어드는
굉음(宏音)은 악마의 울부짖음인지도 모르겠다.
지리산에서 들은 광풍(狂風)소리가 여기서도 들리니 날을 잘못 잡은 모양이다.
지혜로움은 나 자신 스스로에 대한 믿음에서부터 시작된다.
자연을 벗 삼아 오른 지 두시간만에 마음은 고요하고 깨끗해진다.
어느 스님이 말했다.
번뇌가 없는 무념(無念)은 평화로움을 만들어내고,
고정된 생각이 없는 무상(無相)은 행복함을 만들어내며,
머무름이 없는 무주(無住)는 자유로움을 만들어내는 지름길이라고,
그래서 나는 지금 3무(三無)를 생각하는 거다.
살아가며 간혹 흔들려보기도 하고, 강해지려 애쓰기도 하던 삶은 이곳에서 아무 소용이
없으니 그 욕심은 무욕(無慾)으로 변한다.
무욕은 궁극(窮極)을 벗어나 무극(無極)으로 향하는 건가.
권력싸움에 여념(餘念)이 없는 사람들,
권력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과 권력을 빼앗으려 탐욕(貪慾)이 가득 찬 사람들에게
이렇게 무념무상(無念無想)을 즐길 수 있는 산에서 땀을 흘리길 권유해본다.
세상만사(世上萬事)가 다 티끌인 것을 삼라만상(森
인간들만이 그 것을 모른다.
지금 촛불을 들어 옳고 그름을 시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촛불이 보다 미래를 밝히는
큰 지혜의 등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다.
어느 노스님은 동안거(冬安居)에 들어가면서 다섯 가지 청규(淸規)를 말한다.
쓸데없는 바깥출입을 삼가는 금족(禁足),
벽을 거울삼아 쓸데없는 말을 줄이는 면벽(面壁)과 묵언(默言),
끝없이 나 자신을 낮추는 하심(下心),
흥청망청하지 않는 불식(不食)을 말하는데 요즘 사회를 빗대 깊이 새겨야 할 의미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스님이야 팔자가 좋아 동안거에 들어가서 보기 싫으면 안 보고, 듣기 싫으면
안 들어도 때 되면 주는 음식을 먹고 참선이나 하고 있으면 되지만,
동안거에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팔자가 사나운 백성들은 안 볼 수도 안 들을 수도 없기에
스님의 말이 오히려 사치로 들리니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13;31
태양빛이 사라진 땅바닥을 밟으며 먼 하늘가를 바라본다.
삶과 죽음을 넘어서는 빛이 사라진지 오래고 빗물에 떠밀려 빠른 걸음으로
올랐더니 숨이 차다.
숨이 차다는 것은 살아 있기 때문이겠지.
지금 내가 가는 백두대간 길은 나쁜 생각을 먹을 수도 없지만, 나쁜 생각을 품고
세상에 어떤 해악(害惡)도 끼칠 수 없는 성(聖)스러운 땅이다.
나뭇잎이 다 떨어진 나목(裸木)사이로 보이는 풍경,
산의 속살이 보이는 겨울산행을 하며 주변 명산을 조망하는 즐거움은 덤인데
오늘은 그 덤을 누리지 못한다.
13;31
삼국시대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천제단이 있는 장군단에 선다.
세찬바람 속에 눈발이 날린다.
바람은 천제단에서 빨리 벗어나라고 재촉을 한다.
천제단에서 제(祭)는 삼국사기 때부터라 한다.
'원근(遠近)에서 다투어 태백신에게 제사하는데 반드시 태백신사에 소를 바쳐야 하며,
소원하는 바를 빌고는 곧 일어나 뒤를 돌아다보지 말고 가야한다.
만약 돌아다보면 소가 아깝다는 뜻이 되어 신(神)이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 소를 퇴우라 하는데 이 소가 신사아래 득시글거려 산 아래에 사는 사람들이
잡아먹어도 아무 탈이 없었다.'라는 전설도 있다.
올 때마다 기도하는 사람, 절을 하며 치성을 드리는 사람, 도를 닦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던 장군단엔 우리 일행과 바람만 가득 찬 곳이 되었다.
바람을 피해 단(檀) 옆으로 서니 천제단은 고요함으로 나를 흡입한다.
잡아먹을 듯 험악하게 인상 쓰는 암벽도 없고 그냥 두리뭉실한 바가지를
엎어 놓은 듯한 모습의 태백산은 나를 묘하게 끌어당겨 항상 그립게 했지.
산은 거친 암산(岩山)과 부드러운 육산(肉山)이 섞여있어야 제 맛인데
그러한 바위덩어리 하나 없는 장군봉(將軍峰)이 묘한 매력을 주니 나도 모를 일이다.
세상에선 아무리 용을 써도 세파(世波)를 피해 갈 수가 없다.
미친바람이 이곳에까지 와서 춤추는 걸 각오를 하고 왔지만 대단한 바람이다.
살면 보면 인생의 세파는 여러 가지가 있지.
은퇴, 암(癌), 부도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세파에 시달릴 때마다 산에 들어오면
포근하게 안아준다.
수없이 펼쳐지는 봉우리와 골짜기,
만학천봉(萬壑千峰)이 수없이 펼쳐지고 그 속에 숨어 살고 싶은 운심처(雲深處)로
삼고 싶은 곳도 여러 곳인데, 짙은 비구름과 안개로 내다볼 수 없어 아내의
사진으로 갈증을 푼다.
해와 달이 조화를 이룬 곳,
삼라만상(森
도립공원으로 27년이란 세월의 기다림 끝에 국립공원으로 승진한 태백산,
백두대간의 중심에 내가 섰다.
햇볕 한줌이 소중한 날 민족의 영산이라 하는 '태백산(해발1567m)'의 최고봉에 올랐다.
태백산의 최고봉인 장군봉이 수더분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자연석으로 된 정상석 앞에 서니 온갖 잡념(雜念)이 사라진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일출과 낙조는 천상계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길래 20여 년 전
일출을 기다리다 체감온도 영하 28도에 노출된 얼굴이 동상에 걸려 수포(水泡)가
생기는 바람에 고생을 한 기억이 새롭게 떠오른다.
지금 동해바다의 조망은커녕 시계(視界)는 50m도 되지 않는다.
잿빛하늘과 산 그리고 나,
영겁의 세월이 흐른 봉우리와 일렁이는 능선은 비구름 속으로 숨었고,
비를 맞는 천제단이 외롭다.
13;40
오르고 또 올라 도착한 곳.
산객의 발길이 허용된 곳으로 제일 높은 곳.
구름신(雲神)과 바람신(風神)의 정원에서 오름의 여정을 끝내고 하산해야겠지.
이곳에서도 얼굴에 부딪치는 빗방울은 숨을 몰아쉬게 하고 변화무쌍한 날씨는
태백의 신비로움을 더한다.
'크고 밝은 뫼'라는 뜻의 이름을 지닌 태백산은 영(靈)이 많아 신령스러운 무속(巫俗)의
성지(聖地)로 꼽히는데 날씨가 나쁜 탓인지 무속인은 없고 우리만 태백산을 지킨다.
바람이 하늘을 밀어내고 그 자리엔 거친 바람이 남았다.
어디선가 종소리 들려온다.
저 아래 망경사에서 보내는 종소리인가.
< 고독
가을날 낙엽 지는 소리에
텅 빈 가슴이 되더니
오늘 호되게 맞는 미친 바람에
덧없이 흘러가버린 세월이 그리워진다.
잊었던 세월이
흘러가 버린 그 세월이
잃어버린 그 세월이
찾기엔 너무 늦어버린 세월이라
찾을 수도 없겠지만,
엄동설한의 가운데 자락에서
비바람 소리가 커질수록
쓸쓸함과 고독도 함께 깊어만 가는구나. 석천 >
이젠 고단한 몸을 거칠게 받아주던 태백에서 하산을 해야겠지.
백단사 주차장까지는 3.7km라 한 시간 반이면 하산하려나.
억울하게 죽어간 뒤 태백산 산신령이 된 단종을 그리는 비각도 산안개와 구름 속으로 숨고,
유려한 단청도 지워지는 속에 탄허 스님의 친필로 알려진 단종비각(端宗碑閣)의 현판이
외롭다.
14;00
앉아서 멀리 울릉도가 보인다는 망경사 경내도 인적(人跡)이 끊겼다가 우리가 들어서니
라면을 파는 문이 살짝 열린다.
한국의 명수(名水) 100선 중에서도 으뜸이라는 망경사 용정(龍井),
사람들은 개천절 태백산에서 천제를 지낼 때 제수로 이 샘물을 쓴다.
용 두 마리가 똬리를 틀고 샘을 감았다.
동해의 용왕신이 거주한다더니 샘(井)을 감았구나.
용왕신에게 허락을 받고 한 모금을 마시니 금세 뱃속이 짜릿해진다.
태백의 안개 바람에는 결이 있다.
윙윙 거리는 소리는 산사(山寺)에서 울리는 범종(梵鐘)의 맥놀이와 닮았다.
모자가 귀를 덮었어도 그 소리에는 지문이 새겨져 있다.
추위 속에 망경사에서 컵라면으로 요기를 한다.
뱃속에 뜨거운 라면국물이 들어가니 얼었던 손에 금세 온기(溫氣)가 돈다.
천년만년의 숲,
서로 능선을 맞댄 봉우리들이 안개 속으로 사라지고 새들도 사라졌다.
날씨가 고약해도 마음이 편하니 산은 내 친구가 아닌가.
힘이 들 때면 늘 산이 그리웠기에 지난겨울엔 한라산과 덕유산 , 봄엔 속리산,
여름에는 천등산, 가을엔 지리산에 오르고 다시 찾아온 겨울엔 태백산엘 올랐다.
이렇게 또 일 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겨울은 천천히 깊어만 가는구나.
백단사로 내려가는 길은 나약한 영혼을 달래는 길인지 사뭇 부드럽다.
혼잡한 세상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올라 세상의 번뇌와 고뇌를 버리고,
나는 신(神)들의 땅에서 서서히 멀어진다.
군데군데 돌무지 탑이 서있다.
후미진 산모퉁이에 누군가 터를 잡아놓으니 지나던 산객들의 손들이 소망 담은 돌을 얹으며
모두의 탑이 되었다.
서로 다른 '비나리'가 모아져 만들어진 돌무지 탑에는 사람들의 소망과 수많은 생명이
비비며 산다.
산새들도 가끔 쉬어가는 돌무지 탑에 나도 가슴 속 담았던 소원을 담아 돌 하나를 얹는다.
생김생김이 서로 다른 비나리의 돌,
소원들이 모여 이룬 비나리 돌에도,
비는 소원만큼, 지은 죄 뉘우치는 비나리 돌도 있으려나,
돌무지 탑은 사람들이 힘들면 힘든 삶만큼 더 높이 쌓이겠지.
어떤 이의 소원 위에 내 소원이 얹어질 때 돌 틈새 지나던 바람이 슬그머니 내 소원에
귀를 기울일까.
14;50
어느 산이든지 올라가는 길은 힘이 들지만 내려가는 길은 언제나 즐겁다.
태백산의 마지막 여정이 끝나는 풍경은 역시 바람이다.
어디선가 '우~웩'하는 고라니 울음소리 들린다.
제어미를 찾는 건지, 동료를 부르는 건지 투박한 소리엔 슬픔이 배었다.
이 엄동설한에 먹이라도 제대로 먹을 수 있을까 괜히 걱정이 된다.
15;35
약 4시간의 산행을 마치고 도착한 백단사 주차장엔 빗줄기가 점점 더 굵어진다.
12. 23. 07;00
밤새 강풍이 창문을 뒤흔들고 숲은 밤바람에 울부짖는다.
폭설주의보가 내렸는데 얼마나 쌓였을까.
바람이 멈췄는지 거짓말처럼 새벽의 세상은 고요하다.
깊은 잠에 빠졌다가 이름 모를 새소리에 잠이 깼다.
추위를 피하느라 숙소의 처마 밑으로 숨어든 모양이다.
밖으로 나오니 세상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다.
하늘엔 구름 한 점 없고 산마루는 붉게 물들었지만 맑은 하늘에서 눈이 내린다.
일출이 임박하고 눈이 0.5cm 정도 쌓였다.
카메라 렌즈 캡을 찾으려 눈 쌓인 산길을 혼자 오르다 이내 멈춘다.
여기서 나 혼자 더 올라가면 무엇을 할 건가.
08;00
차단기가 내려가고 달려오던 기차가 쏜살같이 지나간다.
시계를 보니 08;00시다.
문득 나도 모르게 '기차는 8시에 떠나가네'라는 곡을 흥얼거린다.
카테리니행 기차는 8시에 떠나가네.
11월은 내게 영원히 기억 속에 남으리,
내 기억 속에 남으리.
카테리니행 기차는 영원히 내게 남으리.
함께 나눈 시간들은 밀물처럼 멀어지고
이제는 밤이 되어도 당신은 오지 못하리
당신은 오지 못하리
비밀을 품은 당신은 영원히 오지 못하리.
기차는 멀리 떠나고 당신 역에 홀로 남았네.
가슴 속에 이 아픔을 남긴 채 앉아만 있네.
나치에 저항하는 그리스의 한 젊은 레지스탕스를 위해 만들어진 연가(戀歌),
카테리니(Katerini)로 같이 떠나기로 했지만 레지스탕스로서 중대한 임무와 목적을 가진
청년은 자기를 기다리다가 혼자서 기차에 오르는 사랑하는 여인을 숨어서 지켜본다는
노래를 소프라노 조수미의 애절한 목소리로 들으며 여러번 하모니카를 연습했지만 제대로
불 수 없는 곡이 내입에서 애잔하게 흘러나온다.
눈비가 그치고 바람이 잦아들고 햇빛이 환하게 들어오는 아침이 왔어도 마음을 둘 데가 없는
현실사회,
내 마음 갈 곳을 잃었어도 눈 내리는 아침에 기차는 기적을 울리며 어디론가 떠나간다.
유례없이 길었던 폭염, 태풍, 경주지진, 대통령 탄핵, 촛불시위, 고병원성 AI가 전 국민을
힘들게 한 병신년의 한해,
대통령과 정치인, 주변인물들이 전 국민을 병신으로 만든 병신년이 지나고 정유년이 오면
나쁜 날만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닭의 해라 여전히 '여인'들이 세상을 시끄럽게 하겠지.
다가오는 변화를 인간의 힘으로 막기는 힘들다.
해가 바뀌어 무위(無爲)의 세상에서 유위(有爲)의 힘과 합치면 좋은 일들이 나타나리라고
기대를 한다.
뒤숭숭하던 한해의 마지막 달이다.
그리고 며칠 남지 않았다.
이맘때쯤에는 누구든지 반성과 새해의 계획들로 머리가 복잡하다.
지난 세월 삶의 갈림길에서 잘못된 선택이 없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보며
이번에는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으려고 한다.
내가 잃은 것이 때로는 더 귀하게 될 수도 있겠지.
사라졌던 겨울햇살이 잠시 올라와 산으로 스며든다.
삼척 가곡리를 달리며 응봉산 덕풍계곡의 기묘한 모습에 언제 저곳을 오를까 마음속에
메모를 한다.
눈이 내리고 그 위에 바람이 누르면 세월이 얼마나 더 쌓일까.
내 인생에서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생각을 해본다.
이것저것 떠올려 봐도 마음에 끌리는 일이 별로 없다.
오로지 산에나 다니고 책을 읽어도 연말이 되면 왠지 나도 모르게 허전하고 쓸쓸할 뿐이다.
2016. 12. 23. 태백산을 다녀와서
석천 흥만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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