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1. 30. 07;00
여행 마지막 날 아침.
어디서 착오가 있었는지 여행사에서 준 식권이 없기에 카드키를 보여주니 식당 입장을
허용한다.
융통성이 있는 사람들이 많은 국가는 희망이 있다.
08;00
하롱베이에서 호치민으로 이동한다.
웬만한 집에는 국기가 걸려 애국심을 보여주는데, 특이하게도 길가의 집은 가로는 좁고
세로는 길다.
주민이 서로 길가에 집을 지으려 해서 길가에 짓는 집은 폭을 4m 이내로 제한을 하고
길이는 무제한이라고 한다.
따라서 4m 가 넘으면 과도한 세금을 물리기에 웬만한 집은 4m를 준수한다고 하니
부동산에 관해 사회주의 성격이 강하다.
08;40
아프리카에서는 우간다 등에서 새마을운동이 활발하지만, 동남아에서는 베트남의
새마을운동이 제일 활발하다고 한다.
이들은 "새마을운동은 도시와 농촌의 격차를 줄이고 동반 성장을 이룰 수 있는 지구촌의
모델"이라며 박정희 전 대통령을 숭모(崇慕)한다.
베트남 농촌개발정책전략연구소 소장은 베트남이 1980년대 중반 개방, 개혁 정책의 실시 이후
경제성장이 본격화되면서 심각한 국가과제로 떠오른 도농(都農)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받아들였고,
베트남 공산당은 농민을 개발의 원동력으로 여기는 한국의 새마을운동에 큰 자극을
받았다고 말한다.
새마을운동은 소득 증대나 환경 개선을 넘어서 인간과 사회 개조를 꿈꾼 것인데,
정권이 바뀌었다고 새마을 지원 사업을 접으려던 현 정권은 베트남과 여러 나라의 칭찬을 듣자
부랴부랴 깎았던 예산을 다시 증대하는 등 해프닝을 연출한다.
하노이가 가까워질수록 한국에서 투자한 공장이 잇달아 보인다.
거대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공장은 버스가 한참을 달려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현재 호치민과 하노이 등에 330여 기업이 진출해 베트남 총 수출의 12%를 점유한다는데,
그동안 싱가포르, 대만, 일본에 이어 4번째 투자진출국으로 부상하였다가 최근 중국에서 턴한
기업들이 들어와 실제로 우리 기업이 베트남의 1번 투자진출국이 되었다는 소식이 들어온다.
베트남에서 여권을 보이지 않고 출입을 할 수 있는 한국사람이 두 명인데 김우중 전 대우 회장과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이라며 안내자는 설명을 한다.
11. 30. 11;30
우리나라 진달래와 비슷한 꽃을 우연히 만난다.
꽃이 핀 거는 맞지만 이 꽃은 분명 나를 찾아 왔기에 포커스를 맞추다가 슬그머니 손으로
어루만진다.
길가에 사원도 보이지만 차가 너무 빨라 앵글을 잡지 못한다.
사회주의지만 교회도 보이고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데,
베트남의 풍속과 관습에 위배되는 외국인의 선교활동과 종교활동은 엄격히 금한다.
우리와 같이 9라는 숫자를 신성시하며, 13을 액운의 상징으로 여기니 이는 기독교의
영향일 거고, 끝 숫자가 5로 끝나면 위험하다고 기피를 하는데 우리가 4자를 죽을 사(死)자와
연계하여 기피하는 것과 같이 성향이 비슷하다며 수많은 전쟁을 겪었기에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말은 삼가 해달라고 안내를 받는다.
13;30
홍강을 건너며 베트남 전쟁을 소재로 만든 영화를 생각한다.
디어 헌터, 지옥의 묵시록, 플래툰, 인간중독, 하얀 전쟁, 배트21, 킬링필드, 님은 먼 곳에,
국제시장, 알 포인트, 위 워 솔저스(we were soldiers) 등이던가.
지금 홍강의 풍경을 어느 영화에서 분명히 봤는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사람보다 많은 오토바이,
차보다 많은 오토바이가 도시의 차도와 인도를 점령 했다.
인구비율은 남자대 여자 4;6이라 하며
30세 중반 미만 60%이며, 40세 미만 기준 70%의 모계사회인 베트남 사회주의 공화국의
종교는 70~80%가 불교이며 카톨릭은 15% 정도이다.
한반도의 1.5배 면적으로 남한의 세 배에 달하는데 데모가 없는 나라로 유명하니
앞으로도 무한히 발전하겠다.
오토바이에서 내뿜는 배기가스로 도시의 공기는 마스크가 필수품이 될 정도로 혼탁해
눈이 따갑고 목구멍이 아프다.
신호는 중국과 같이 아예 무시를 하고 머리를 우선 들이민 차나 오토바이가 통행 우선이다.
그래도 요란한 경적을 울리거나 배기통의 소음기를 제거하여 큰소리를 내는 차와 오토바이가
없어 다행이다.
이 사람들은 서로 부딪혀도 큰 상처가 없으면 소리를 내지 않고 싸우지 않는 낙천적이라 한다.
14;00
전동차를 타고 시내관광을 한다.
수백 수천 대의 오토바이에서 뿜어내는 매연이 심각하다.
주는 마스크를 사양하고 직접 공해를 체험하고자 카메라만 들고 전동차에 오른다.
매연으로 금세 코가 알싸해지더니 목구멍이 아프기 시작한다.
수없이 울리는 경적소리,
가래도 끓어오르고 혼자 또는 둘이 타고가는 오토바이 소음에 나도 스며든다.
택시는 거의 한국제 모닝과 액션트 등이고 버스는 현대자동차에서 만든 버스가
최고 인기라며 모든 차종이 한국의 두 배 정도의 가격에 거래된다고 하니 한국 자동차의
인기를 실감할 수가 있다.
지나가는 산타페와 모닝 자동차를 보며 세르비아의 국경에서 만났던 산타페와 이에리샤의
탁구가 세계를 제패했던 사라예보에서 만난 현대자동차의 큰 건물과 공장을 보며 가슴이
뭉클하였는데 이곳에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
전쟁으로 많은 사람을 잃어서인가,
우리 또래는 찾아볼 수 없이 젊은이들만 바글거리는데 이 모습이 베트남의 미래를 밝게 해준다.
불교도가 전 국민의 80%라는데 의외로 여기도 크리스마스는 즐기는 명절인지 소품가게가
늘비하다.
각종 식당, 공구가계, 잡화상 등이 있는 거리의 풍경은 만물상이다.
교통신호도 무시한 채 질주하는 오토바이와 차량들 사이에 교통사고가 날만도 한데
나름대로의 묘한 질서에 신선한 충격을 받는다.
서울의 남대문시장에 필적할 만큼 수많은 인파가 뒤섞이고, 유럽이나 미국계 사람들은
그 사이를 요리저리 빠져나간다.
과일을 운반하는 분주한 아낙네를 보며 셔터를 누르니 빛의 감응속도가 늦어 카메라 셔터가
제때 반응을 하지 못한다.
시장 복판에 전통 지게를 어깨에 올리고 걷는 여인을 본다.
베트남에서는 남자선호사상이 강해 여자들이 농사일이나 힘든 일은 거의 도맡아 한다고 한다.
16;17
식당 앞마당에 핀 꽃을 바라보며 우리나라의 당아욱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무한한 자연의 보고를 가진 나라,
많은 젊은이를 가진 나라,
하롱베이 같은 세계 7대 경관을 가진 나라,
거리에 오토바이가 질서 없이 질주하지만 묘한 질서를 느끼게 하는 역동적인 나라,
비록 일주일도 머무르지 못한 나라지만 묘한 정을 느낀다.
19;30
1,000여 명을 동시에 수용하고, 100여 가지 이상의 베트남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초대형 센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마지막으로 모든 일정을 끝낸다.
12. 1. 01;30
스모그로 하늘엔 별이 숨었다.
내가 탄 비행기는 땅을 박차고 창공으로 오르고 지상의 불빛이 가물거린다.
내 나이 벌써 60대 후반에 접어 들었는데 다리 성성할 때 다시 올 수가 있을까.
반짝이는 불빛을 토해내는 지상의 세계를 천상의 세계에서 바라보며 상념에 젖는다.
금세 탑승객들의 코고는 소리가 요란하고,
나는 여행을 마무리 하면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을까 되돌아보며 메모를 시작한다.
에필로그)
12. 4.
짜증나는 소식 중에 모처럼 신선한 소식이 들어와 기분을 좋게한다.
2008년 유학길에 올랐던 한 초등학생,
캐나다와 미국에서 살던 대학생 홍찬의 이병이 SAT에서 2400점 만점을 받아 하버드대
전자공학과에 합격을 한 후 한국 해병대에 입대하였다.
그는 "내게 해병대의 가치는 하버드보다 크다"며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귀국,
체력을 길러 해병대에 합격하여 입대를 하였다.
대체복무를 택하지 않고 해병대를 선택한 이유는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해병대 장병이 목숨을 걸고 K-9 자주포로 대응 사격을 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은 그는 가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해병대에 입대를 하였다.
분명히 대한민국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휴전상태다.
홍찬의 이병은 연평도 해병처럼 앞장서서 조국을 지키고 싶은 거다.
특정 종교의 성향에 의해 양심적 거부라는 비양심적인 청년들이 병역기피를 하고 감옥에 가는
젊은이가 많지만 우리는 홍찬의 같은 젊은이가 있는한 정치판이 썩었어도 희망이 보인다.
어느날 전쟁이 나면 나도 총 한 자루 들고 전쟁터에 뛰어들어 목숨을 걸어야겠지.
2017. 11. 27.~12. 1. 베트남 여행을 다녀와서
석천 흥만 졸필
'여행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느림의 미학 342 철원 한탄강의 포성은 14번에서 멈췄다 (0) | 2018.01.26 |
---|---|
느림의 미학 340 진천 두타산(頭陀山 598m)을 오른 후 농다리(籠橋)를 건너다. (0) | 2017.12.19 |
느림의 미학 338 베트남의 보석 하롱베이 (0) | 2017.12.10 |
느림의 미학 337 석천 베트남으로 길을 떠나다. (0) | 2017.12.10 |
느림의 미학 335 설악산 신선대<645m>에 불이 났어요. (0) | 2017.10.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