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 31. 07;45
제1구간 팔당역~예봉산 정상
예봉~적갑~운길산 종주산행을 하자고 제의하니 9명이나 집합한다.
도상거리 약 12.5km지만 실제거리는 약 14km 정도가 된다.
오늘 첫 번째 오르는 '예봉산(683m)'은 원래 '운길산'으로 불리던 산이고, 동네사람들은 '예빈산'
또는 '사랑산'으로 불렀다.
왜정시대 예빈산의 예자와 봉안마을의 봉자를 따 '예봉'이라 하였고,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운길산'은 '조곡산(早谷山)' 또는 '초동산', '수종산'으로 불리었다 한다.
전국의 산지명이 일제강점기하에 바뀐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하루빨리 제 명칭을 찾아야할 텐데,
허긴 북한산도 삼각산으로 바꾼다고 방정떤 지 10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그대로이다.
이 '예봉산'은 한북정맥상의 '운악산'과 '수원산'사이 서파고개에 맥을 두고,
철문봉(632m) ~에봉산 정상(683m)~율리봉(587m)~직녀봉(589.9m)~견우봉(590m)~승원봉(475m)로 이어지는 큰 산이다.
한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검단산'(동악 숭산)과 함께 한성 백제의 강역을 수비하던 산이고,
조선시대엔 임금이 주관하던 기우제를 봉행하던 명산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형제들이 이 산을 오르내리며 웅지를 키우기도 하고, 즉 예봉의 북봉에
해당하는 철문봉에는 정약용형제가 조안면 능내리에서 능선을 따라 이곳 까지 와서 학문의 도를
밝혔다 한다.
최근엔 항일의병을 도모했던 몽양 '여운형선생'이 남쪽 끝머리 견우봉아래 천연동굴에서 피신을
하기도 했다.
다소 교통이 불편해 이곳은 꾼들만 찾았고, 나도 한적하게 등산을 즐기고자 할 때는 이곳을
곧잘 찾았는데 이젠 전철이 개통되어 주말엔 엄청난 인파가 몰린다.
10여 개 등산로가 있는데,
전철에서 가까운 코스는 피하고, 우리만 즐길 수 있는 상팔당~사슴사육장~율리봉~벗나무쉼터~
정상~철문봉으로 결정한다.
등산객들은 이 코스를 6코스라 하는데, 우린 사람들을 피하기 위해 변형된 등산로를 택한다.
새로 신축된 팔당역이 너무나 멋있다.
등산로 안내판과 예봉정이라는 식당 사이 길로 들어서서, 철길굴다리를 빠져나가 좀 올라가면
싸리나무집 삼거리가 나온다.
이 집은 생닭을 잡아 팔며, 순두부 등 음식가 좋아 하산 시 막걸리로 피로를 풀며 해단식을
하기로 하고 '승원봉'아래 인민당사 같은 축사를 보며 오른다.
6~7분 오르면 밤나무 밭이 있는 차단기가 나오며, 첫 번째 계류를 건너면 오른쪽에 사슴목장이
나오고, 이제부터 본격적인 등산이다.
등산로에 돌이 많지만 급경사가 아니라 위험한 구간은 없다.
하필이면 임기만료와 대우조선 인수가 틀어졌으니 태영이 요즘 마음고생을 많이 할 텐데
낯빛이 밝고 의연하다.
그동안 열심히 했으니 충분히 복과 행운을 받아 난 유임되리라 믿는다.
진인사대천명!
경기상고졸업장으로 서울, 연, 고대 출신들이 즐비한데도 임원생활을 5년 넘게 했으니 경이롭다.
지난번 정년퇴직과 임금 피크제 사이에서 갈등하던 나를 격려해주고 힘을 돋아줘 무척이나
고마웠지.
세상사 새옹지마라!
순리대로 살자, 힘든 때만 지나면 아무 것도 아니다.
난 산에 오면 참 좋다.
내가 바로 선인(仙人)이 되고 올라갈 목표와 길이 뚜렷해서 좋다.
은행지점장 10년 넘은 세월이 끝나 조직의 목표는 없어져 시원하나,
개인의 목표가 없어지니 갑자기 설 땅이 없어져 허전할 때마다 산에만 오면 마음이 편하다.
벗나무 쉼터와 율리 고개 삼거리가 나온다.
벗나무 쉼터 직진코스는 시간은 단축되지만 너덜지대에 급경사라 오른쪽 율리 고개로 향한다.
약 1km정도 더 돌지만 길은 낙엽과 흙길이다.
물푸레, 철쭉, 진달래군락지에서 잠시 휴식을 한다.
정상까지 3.6km.
도상거리를 잘못 계산해 2.3km를 더 돈다.
아까는 분명 1km정도였는데 각도가 너무 우측으로 틀어진 모양이다.
삼거리에서 정상까지는1.3km 남았어도 내색을 하지 말아야지.
괜히 알려졌다간 산에서 곤혹을 당할 수 있다.
율리봉으로 오르는 길이 경사가 50도가 넘는다.
야호!
율리봉에서 잠시 휴식이다.
여기서 옆길로 우회하지만 경사가 만만치 않다.
드디어 정상 469m 남은 '벗나무 쉼터' 삼거리이다.
곧장 왔으면 좀 더 단축되었을 텐데 아무튼 힘들다.
산에도 유치환 시인의 시가 걸려 있으니 우리나라 참 좋은 나라다.
여기서 부터 400m 는 경사가 급해 믾이 힘들지만, 벗나무 쉼터에서 정상까지 왼쪽 사면엔
두릅과 더덕이 많다.
만우 혈색이 아주 좋다.
당수치가 정상치로 굉장히 좋아졌다고 한다.
서로 싸이클이 달라 전에는 자주 못보고, 한참 후에 볼 때는 굉장히 피곤해 보였는데,
지금 얼굴색이 좋으니 기분이 좋다.
우리 둘 사이엔 40여 년 전 금호동에서 자취할 때 같은 골목에 살았던 아련한 추억이 있다.
오늘 우리 7명 중 네 명은 건강을 잃고 매우 혼났지.
희천이 위 수술, 문성이 폐 수술, 나는 뇌 수술, 만우 당뇨, 봉길이 탈장 등,
등산은 건강회복의 특효로서 난 지인들이나 후배들에게 등산 1회는 산삼 한 뿌리보다도 좋다고
이야기한다.
10;00
예봉산 정상(683m)에 도착한다.
오늘 종주할 능선의 주봉인 '운길산'이 오른쪽으로 조망된다.
저길 가려면 '적갑산'을 거쳐 아홉 봉우리를 넘어야 하는데, 다들 가기로 합의했으니 가보자.
뱃속이 불편했던 희천이 쉬는 틈에 하늘을 쳐다보니 솔개 두 마리가 멋있게 활공을 하고 있다.
평소엔 등산객 손에까지 올라와서 땅콩이나 과자를 먹던 새들이 다들 대피해서 새들이 보이지
않았구나.
물 한잔과 회장이 건네주는 찰떡을 먹으니 원기가 보충된다.
이제 철문봉을 거쳐 적갑산으로 가야겠지.
평소 정상까지 직선 길로 두 시간 넘게 걸렸는데, 오늘은 2.3km를 더 돌고도 한 시간 사십 분
걸렸다.
제2구간 예봉~철문봉~적갑산~새우젖고개
정상에서 잠시 쉬었으니 또 운행해야지.
낙엽 아래 숨은 얼음으로 제법 미끄러워 밧줄을 잡고 천천히 안전하게 내려간다.
'철문봉'으로 내려서는 길에 노송 한 그루가 자태를 뽐낸다.
아직도 적갑산까지는 1.2km가 남았구나.
이정표를 확인한다.
철문봉에서 잠시 휴식하며 미사리, 아차산, 불암산, 수락산, 도봉산, 북한산을 바라본다.
길은 육산으로 너무나 편안하다.
소나무가 멋있어 셔터를 누르니 희천이 '벌린 소나무'란다.
11;00
드디어 적갑산 정상이다.
이곳 적갑산(561m)은 예봉산보다 다소 낮아도 족보상으로는 예봉산의 형님뻘 되는 산이다.
예봉산과 운길산의 유명세에 가려 종주 중 잠시 들리는 산으로만 알려져 있는 적갑산은
엄연히 한북정맥상의 산으로 예봉산과 독립된 산군이다.
계속가면 새재고개로 왼쪽으로 '갑산'이요, 오른쪽은 '운길산'이다.
멀리 '축령산','주금산'이 희미하게 조망된다.
이제부터는 '왕철쭉군락지'이다.
서리산보다 규모는 못하지만, 이곳의 철쭉꽃은 처연하리만큼 아름답기도 하거니와
가을의 단풍도 일품이다.
운길산 입구 새우젓고개이다.
지도상에서는 새재로 표기되었어도 여긴 새우젓고개가 맞다.
'새재'는 운길산 아홉 봉우리 중 네 번째 넘어 두릅군락지에 있다.
이곳은 옛날 새우젓 장사들이 넘다든 고개로 팔당과 도곡리로 이어지는 고갯길로서
조그맣게 장도 섰다고 한다.
지금은 임도와 작전도로로 쓰고 있는데 남양주시청에 시정을 요구해야겠다.
벌써 시간이 열두시 다 되어간다.
부지런히 서두르면 세시까지는 종주가 끝날 텐데,
제3구간
새우젓고개~운길산~수종사~운길산
11;40
마지막 구간이다.
이제부터 아홉 봉우리를 넘어야 정상인데 아직은 다들 씩씩하다.
운길산 종주산행은 대부분 진중리~세정사~새우젓고개~운길산 정상으로 하는데,
거꾸로 수종사에서 정상으로 넘어와 우리의 반대방향으로 가는 사람도 많다.
임도로 라이딩 하는 몇 사람이 올라온다.
첫 번째 봉우리를 우회한다.
운길산은 해발 610.2m로서 예봉산 편에서 기술했듯이 '초동산' 또는'수종산'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구름이 산에 걸려서 멈춘다.' 또는'길상한 구름에 뒤덮인 산'이라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종주구간 끝머리에는 조선조 세조 때 창건되고, 다성 '초의선사'의 발자취가 배어있는 '수종사'가
자리해 아주 인기가 좋다.
예전부터 해돋이 명소로 인기 있는 이 산은 특히 수종사 종루에서 조망하는 서정적인 '두물머리'의
강변풍광과 양평, 여주 방면으로 떠오르는 일출이 일품이다.
어떤 학자는 '해동 제일경'이라 해, 나는 여기서 정월 초하룻날 해돋이 행사를 자주한다.
산의 분위기는 예봉산과 비슷한데 예봉산은 계속해서 올라가나 운길산은 아홉 봉우리를 오르내린다.
굴참나무, 철쭉, 진달래 군락지이다.
작년 11월 말 이곳에서 진달래꽃이 만개한 것을 발견하니 한겨울에 너무나 어이도 없고 좋았기에
오늘도 볼 수 있으려나 두리번거려도 없다.
며칠간 강풍과 추위가 닥쳐서 꽃눈이 열리지 않은 모양이다.
하지만 지금 꽃눈 상태로 봐서는 2~3일이면 필 거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7 번째 봉우리를 넘어 너무 배가 고파 허기지는데, 오늘도 어김없이 나타나는 장수막걸리 9통.
저 무거운 걸 짊어지고 오는 봉길이 힘에 감탄을 한다.
한잔 쭉 마실까?
막걸리가 일순배하니 흥에 겨웠는지, 은행친구가 메모지 두 장을 주기에 읽어보고 재미있어
소개하기로 한다.
우리나라에는 3병신과 5등신이 있단다.
3병신
1.이혼하고도 전 남편 빚 갚아 준: 강금실
2.야구방방이로 얻어맞고 이혼한: 이경실
3.위자료도 못 받고 이혼한: 고 최진실
5등신
1.북한에 퍼주고도 환영 못 받는: 대중이
2.서울대 경기고 나오고도 상고 나온 사람한테도 못 이긴: 회창이
3.몇 시간도 못 참고 대통령 후보를 잘못 점쳐 망한: 몽준이
4.대중이 믿고 한나라당에서 나와 오리 알 돼버린: 학규
5.동영이 키워주고 배신당한: 무현이
다 일리 있는 말이다.
'물박달나무'가 군락을 이룬다.
구룡산에도 꽤 많은데 이 나무와 자작나무는 껍질에 기름이 많아 탈 때 검은 기름 연기가 나며,
차세대 대체에너지원으로 한창 연구 중이다.
제 8봉의 계단이다.
지난 11월엔 없었는데, 연말 밀어내기 예산으로 공사를 한 모양이다.
어쨌든 위험한 구간이었는데 안전하게 만들었으니 좋다.
정상 올라서기 전 멋진 소나무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한다.
등산객 두 명이 이 멋진 소나무를 보며 "수명이 얼마나 되었을까 잘라 볼까? 하며 떠든다.
나무도 감정이 있다고 설명해주니 이 사람들 역시 산객이라 금방 이해를 한다.
나무에 초음파탐지기를 달고 나무한테 "너 죽는다 잘라버리겠다."라고 하니 불규칙한 그래프가
나타나고, 다시 "너 예쁘다 오래 보살펴 주겠다."라고 하니 그제서야 그래프가 정상으로 돌아온
실험결과가 작년에 발표되었다.
'락'을 들은 콩나물은 거칠게 자라지만, '클래식'을 들은 콩나물은 아주 예쁘게 자란다고 한다.
말 못하는 식물들도 감정이 있으니 자연이 신비하다.
마지막 정상 올라가는 발걸음이 무겁다.
이미 막걸리 한 병을 마셨으니 숨도 가쁘고, 뒤에서 빨리 올라가라 재촉을 한다.
14;20
야호!
정상(610m)이다.
오늘 지나온 율리봉~예봉~철문봉~적갑산 ~운길산의 여덟 봉우리가 시원하게 조망된다.
정상에서 만난 지점장 후배가 건네주는 복분자 한잔을 더한다.
하산 길은 매우 가파른 계단의 연속이다.
조심하며 내려가다 넘어져 무릎이 많이 아프다.
참고 내려가는 중 한 예쁜 아주머니가 다리가 아파 움직이지 못하고 남편이 옆에서 쩔쩔맨다.
배낭에서 에어파스를 꺼내 뿌려주니 아주 고마워한다.
장거리 산행 시엔 필수적으로 휴대하는데 전에 설악산에서도 여러사람에게 도움을 준 경험이 있다.
수종사 경내의 전나무가 일품이다.
수종사엔 세조가 심은 500년 된 은행나무도 있고 경치가 참 좋은데 너무 힘들어, 봉길이만 대표로
물을 뜨러 올라간다.
세조가 피부병을 고치러 다녀오다 이곳에서 맑은 종소리가 들려 확인했더니 18나한상에 물이
떨어지며 나던 소리라 절을 짓고 수종사(水鐘寺)라 이름을 지었다는 유래가 있다.
'석불입상'을 보며 일주문을 통과하여 하산 길로 접어드니 아주 오래된 묘와 비석이 서있는데
판독하기가 힘들다.
위에는 병조판서, 조금 아래엔 공조판서와 관련된 묘인데 글자가 희미하고 없어져, 내력을 모르겠다.
16;20
길이 어긋나 운길산역에서 기다리니 봉길이 온다.
새로 멋있게 지어진 '운길산역'이다.
역시 예쁜 여인은 이럴 때도 책을 본다.
못난 여인은 휴대폰을 들고 수다를 떨 텐데 말이다
장어 안주에 소주 한잔을 마신다.
다들 종주했다는 뿌듯한 감정을 갖고 18:11분차에 오르는데 태영이 빠졌다.
18;35분차로 알고 있구나.
오늘 토요일인데 일요일 시간표를 봤으니 낭패로다.
내일 열시에 '대모산' 집합인데 자신이 없다.
하고 싶었던 예봉~운길산을 종주 하고 나니 너무나 기분이 좋다.
다음엔 무갑산~관산~앵자봉 10시간 무념(無念)의 구간이 우릴 기다린다.
2009. 1. 31. 석천 흥만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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