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느림의 미학 25 대모산~ 구룡산을 종주하다

김흥만 2017. 3. 21. 20:06


2009.  1.  10. 08;00

기상상황을 확인하니 영하 10도까지 떨어진다고 한다.

날도 추운데 어제 만우 아들 결혼식에 참석해 다들 피곤하지도 않은지 15명 씩이나 번개산행에

집합한다.


일부는 새벽 네 시까지 마셨다고 하는데 대단한 체력들이다.

집에서 깨지지나 않았는지 궁금한데 웬일인지 인영이도 나타난다. 

금족령이 해제되었는지 다리가 괜찮다고 사기를 쳤는지 아무튼 모를 일이다.

 

장갑도 없이 나타난 준채 때문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는데, 봉길이 회장이 선뜻 자기 장갑을

내준다.


대모산은 편안하고 넉넉한 마음을 일깨워주는 모습 때문에 옛 사람들은 할미산 또는 태고산

(太枯山)이라고 불렀다.

헌인릉 (태종과 그의 비인 원경황후를 모신 헌릉, 순조와 순조의 비인 순원황후를 모신 인릉)이

이 산의  남쪽에 자리 잡으면서 큰어머니 산 즉, 대모산으로 바뀌었어도 넉넉하고 편안한 품은

변함없이 여전하다.


 

전형적인 육산으로 낙엽 쌓인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니 볼이 시리다 못해 쓰리다.

무지하게 추운 날씨이다.

 

난 겨울 산이 참 좋다.

감춤과 꾸밈이 없이 산 그대로의 모습인 산의 속살을 볼 수 있는 겨울 산은

우리네의 벌거벗은 모습과 같지 않을까?

 

희천이의 발걸음이 가볍다.

위암이라는 큰 수술을 하고 건강을 완전히 회복했으며 분당의 불곡산에 자주 간다고 한다.


작년에 동창이 5명 씩이나 별세하여 다들 힘들었다.

앞서가는 여인들의 씰룩이는 궁둥이를 보며 한 시간 걸려 정상(해발 291.6m)에 도착한다.

 

날씨가 추워도, 어제 밤에도 만난 친구들인데도 무슨그리 할 말이 많은지,

다들 표정이 행복해 보인다. 


군사보호지역이라 벙커가 군데군데 보이고 내리막길을 거쳐 '구룡산'으로 향한다.

'구룡산'은 해발 306m로 이상하게도 이 산에 대한 자료는 별로 없다.

단지 아홉 마리 용의 형상을 닮아 구룡산이라 한다는데 구룡산도 대모산 못지않게 부드러운

능선이다.

 

능선은 부드럽지만 마지막 안부의 급경사가 꽤나 힘들게 하기에

산의 정상과 숫처녀는 호락호락하게 내주는 게 아니다 라고 했더니, 그래서 "정복할 가치가

있는 것 아니냐." 라는 대꾸가 나올 정도로 산과 숲은 우리 친구들을 더욱 더 묶어주며 강한

유대감을 갖게 해주는 매개구실을 한다.


09;40

1시간 40분 걸려 구룡산 정상(306m)에 올라선다.  

 

이어지는 막걸리 한잔에 다들 신이 난다.

봉길이 회장이 날 추워 안 가져온다고 고집 피우는 걸, 불참하겠다고 억지를 부려 7병씩이나 

가져왔는데 역시 고집을 잘 피운 거 같다.

즐거워하고 표정들이 매우 밝으니 다들 잘 생겨 보인다.

 

 

 

 

 

하산 길이다. 

손이 시려 장갑을 벗지 않으려고 물박달나무 군락지를 그냥 지나친다.

지난번에도 찍으려 했는데 오늘도 그냥 지나치자.

 

대모산 쪽 보다는 이쪽 구룡산에 물박달나무가 군락을 이룬다.

이 나무껍질에 꽤 많은 기름 성분이 있어 바이오 연료를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할 거다.

학자들은 옥수수나 감자 또는 유채보다도 더욱 좋은 효과를 기대하는데

이 나무와 껍질을 불에 태우면 까만 기름연기가 나온다.

 

승길이가 지난번 선자령 산행기에서 자작나무를 단풍나무 과로 잘못 분류하였다고 지적한다.

나의 잘못된 지식을 바로 잡아주니 정말 친구의 역할이 중요하다.


길이는 산과 숲에 대해서 정규교육을 받아 전문가이다.

은퇴 후 숲 해설사도 계획하고 있는 듯 나도 전문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공부하기는 싫고,

조직에 얽매이기도 싫어 그냥 자연 속에 묻혀 내 방식대로 공부를 해야겠다.

 

11;00

식당에 내려오니 술상을 벌써 봐났다.  

 

 

 

 

막걸리 한 순배가 돌아가니 화제는 군대 이야기다.

원래 순서는 섹스~ 군대 이야기~ 군대에서 축구 찬 이야기로 이어지는데

공교롭게도 해병대 선, 후임 4명이 모여 군기를 자랑한다.

 

선임의 여유와 후임의 군기 들은 모습을 재연하며,

해병대 최선임인 송만우 선임이 최익선 후임에게 술을 따르고 받는 모습에 다들 자지러진다.

 

 

후임인 익선이 선임인 만우에게 공손히 술을 따른다.

두 손과 한 손이라 만우와 익선인 18기수(18개월) 차이구나

 

다시 전세 역전 후임인 두희가 선임인 익선에게 두 손으로 공손히 술을 따르고, 익선인 졸병한테

큰 소리 친다.

 

 

 

 

구로와 두희는 익선이보다  7 (7개월)기수 늦다고 했나?

나도 술이 취하고 흥이 겨워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다  젊은이가 된 하루다.   

                            

                            2009.  1.  10.  매우 추운 날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