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 24.
지금 기온 영하 13도,
한파주의보와 대설주의보가 같이 내렸다.
이런 날은 따뜻한 침대에서 늦잠을 즐기던지 아님 책을 보던지 해야하는데,
30년 넘은 직장생활 속에 내 몸은 노예근성으로 철저히 무장되여 네 시면 어김없이 일어난다.
팔당역행 7시 버스를 타러 나가니 눈보라가 앞을 가린다.
등산화끈을 졸라매고 10여 분 정도 정류장에 서있으니 얼굴이 시리다 못해 에리다.
팔당대교에서 하차하여 팔당역으로 뛰다시피 걸어가는데, 눈보라가 심해 안경에도 눈이 쌓인다.
역에 도착하여 플랫폼으로 들어서지만 1분 차이로 국수행 열차를 놓친다.
08;00
20분 후 8시 정각에 국수역에 도착한다.
직원들이 눈을 치우고 있고, 역이 너무 깨끗하기에 칭찬 한마디하고 커피 한잔을 한다.
30분 후에 좀 늦게 합류한 문성이와 등산로로 접어든다.
청계산(淸鷄山 658m)은 경기 양평 국수역 근처에 있는 전형적인 육산이다.
등산하며 돌을 밟은 기억이 없을 정도로 낙엽, 흙, 그리고 쌓인 눈은 발목과 무릎에 전혀
부담을 주지 않는다.
청계산은 서울 서초구, 포천, 속리산 옆에도 있는데, 이곳은 그동안 접근이 어려워 별로
알려지지 않은 산이다.
허긴 나도 엊그제 후배지점장한테 소개를 받았으니 그 친구와 오늘 하산 길에 우연히
또 만나 한잔한다.
맑은 닭 벼슬이란 뜻인가.
눈앞에 형제봉과 청계산 정상이 보인다.
굴다리를 지나 마을 길로 1km정도 들어가니 이정표가 나와 1코스로 가기로 한다.
하지만 굴다리에서 나와 바로 좌회전을 해야 1코스인데, 한참 오른 후 갈림길에서 잘못 들었음을
알게 된다.
청게산은 초행이라 눈이 쌓여 판단이 틀렸다.
위의 전경은 6시간 후 하산하여 찍은 사진이다.
몇 채의 전원주택이 아름답다.
청계산의 들머리에 있는고즈넉한 마을이 참으로 평화롭다.
이정표가 있어 방향을 잡는데 방향표시가 잘못되어 다랭이 논두렁에서 한참을 헤맨다.
멋진 소나무 옆에 꽤나 큰 오동나무가 우릴 반긴다.
오동나무는약 15m정도 크는데, 이 나무는 약 20미터 정도 되는 거 같다.
누구의 장롱을 짜려고 이렇게 키웠는지, 이 나무로 거문고도 만들며 정원수로도 일품이다.
나 어릴 적 살던 고향집 앞마당에도 어김없이 오동나무 한 그루가 있었지.
문득 고향집 생각이 난다.
그 집도 어김없이 재개발의 바람에 날아갔으니 아련한 추억 속으로 스러진다.
갈대에 눈꽃이 피었다.
이리 갈까 저리 갈까?
갈림길이 나온다.
아직도 2,800m 남았구나.
어차피 2시간 50분이 걸리니 천천히 가자.
리기다소나무가 울창하다.
이 상태에서 바람이 세게 불면 마찰열에 산불이 날 수도 있어 적당한 간벌이 필요하겠다.
소나무 사이에 생강나무가 한 그루 있다.
생강나무는 녹나무 과로 잎이나 가지를 꺾으면 생강냄새가 나며, 이른 봄 산에서 가장 먼저
노란 꽃을 피운다.
산수유와 같이 피나 꽃자루가 더 길다.
강원도에선 동박나무 또는 동백나무라고도 하며 열매로 기름을 짜 머릿기름으로 쓴다.
이른 봄에 산수유와 같이 노랗게 피어 구분하기 힘드나 줄기에 피면 생강나무요,
가지에 피면 산수유인데 지금 한겨울엔 구분이 거의 안 된다.
멋진 소나무가 용트림을 하고 서있다.
요즘 시세로 아마도 1억 5천~2억 원 가까이 하겠지.
잠시 휴식하며 옆을 보니 산초나무와 화살나무의 팻말이 붙어있다.
산초나무는 약2~3미터 자라며 봄에 새잎은 국거리로 씨는 빻아서 추어탕 등 민물고기의
향신료로 쓰기도 하며 초피나무와 구분하기 힘들다.
근데 층층나무에 '화살나무'라고 명찰을 잘못 붙여놨다.
화살나무는 껍질이 약간 지저분하고 특징 있게 일어났으며 어린잎은 나물로 가지는 지팡이,
화살대로 쓰기도 하며, 한방에선 지혈제, 치풍제 또는 광증치료제로 쓰기도 한다는데, 기왕
붙이는 거 정성을 요한다.
철탑공사가 한창이다.
리프트를 설치해 자재를 나르니 이곳엔 헬기 수송이 안 되는가 보다.
정상이다.
하늘이 너무나 파랗고, 쌓인 눈에 우리가 첫 발자국을 찍는다.
여기는 한강기맥의 한부분이다.
흘러가는 구름아래 유명산, 소구니산, 서너치고개, 중미산, 곡달산, 황방산, 뾰루봉이 조망된다.
동쪽으로 검단산 예봉산 운길산 등이 조망되며 동쪽으로 양자산이 조망된다.
꼬박 3시간이 걸렸으니 이제 막걸리 한잔해야지?
봉길이 5병 짊어지고 왔으니 각1병이 넘어 다른 산객에게도 한잔씩 인심을 쓴다.
하산 길 형제봉에 들르니 단체로 온 사람들이 버너를 피워 라면을 끓인다.
대표자를 찾으니 아무도 안나선다.
이러면 안된다고 나무랬더니 왜그러냐 하면서 여기는 국립공원이 아니라고 대꾸를 하기에
신분증을 보여주니 그제서 미안하다고 하며 날이 워낙 추워서 이해를 해달란다.
양평군청에 단속반을 올려 달라고 요청하고 씁쓰레 돌아선다.
오늘 같이 바람 부는 날에 산불이 얼마나 무서운데 눈이 왔다고 불을 피운다.
물론 사진을 여러 장 찍었으니 연휴가 끝나는 즉시 양평군청에 제출해야겠다.
삼거리에서 당초 오르기로 했던 약수터(1코스)길로 가기로 한다.
빽빽하게 들어선 소나무 참나무 등이 원시림을 이룬 산길은 너무나 정겨운 우리네 산길이다.
급하지도 힘들지도 않은 산길에서 노래라도 부르고 싶다.
약수터가 나와 약수 한잔을 마신다.
한 시간 반을 내려오니 장군묘가 나오는데 전형적인 장군대좌형의 진혈이다.
당초에 이코스로 올랐으면 더좋은걸 찍었을 텐데 아쉬움 속에 5시간의 산행을 마치고
국수리의 맛있는 국수집으로 향한다.
원래 국수리는 국화 국(菊) 빼어날 수(秀)자를 쓴다.
장수막걸리가 없어 소주 한 잔에 만두와 녹두전으로 안주를 삼는다.
된장 칼국수가 감칠맛이 나고 눈길은 다 녹았다.
화요일 번개팅으로 대모산행을 약속하고 전철에 오른다.
2009. 1. 24. 양평 청계산 에서
석천 흥만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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