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느림의 미학 26 흰 눈 속의 검단산<657m>

김흥만 2017. 3. 21. 20:08


2009.  1.  18.

오늘은 애니메이션고교에서 검단산 정상을 거쳐 팔당댐으로 하산하는 종주산행이다.  

 

소나무 숲속으로 접어든다.

영하 5도인데 손이 많이 시리다.


좌우에 조림된 소나무와 단풍나무가 많다.

단풍나무가 많은 곳은 한국일보 고 '장기영 전 총리'와 한국일보 '장강재 회장'묘소이며,

우측 소나무가 많은 곳은 고 '정주영 회장'묘소이다.


두 곳 아직 개방이 되지 않아 능참봉이 지키고 있다.  

작년에도 정주영 회장 묘소에 막걸리 한잔 올리고자 접근했으나 덩치가 큰 사람한테

거절을 당해 참배를 하지 못했다. 

 

이곳은 '유길준  선생' 묘소도 있는데, 풍수쟁이들 말로는 대단한 명당자리로

금계포란(金鷄抱卵)형이며 '복치형'이라고 한다.

금계란 천계를 말하며, 천계가 아침 일찍 우렁차게 울어야 하는데 고 정주영 회장은

여기에 묻히려고 새벽부터 일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진혈은 닭의 형국으로 알을 품은 곳이라며,

'복치형국'은 주산인 검단산 정상의 독수리 바위의 형상을 보고 말하는지.

어쨌든 주산을 검단산으로 하고, 객산을 아차산, 좌 청룡을 검단산 북릉으로, 우 백호를

미군 콜번 캠프가 있는 남릉으로, 임수를 산곡천으로 하였으니 가히 천하명당자리라 한다.  

 

빽빽히 들어선 낙엽송 사이에 난 부드러운 등산로로 접어든다.

 

낙엽송에서 떨어진 낙엽으로 만들어진 황금 길을 흰 눈이 덮고 계곡물은 꽁꽁 얼었다.

 

눈 쌓인 등산로가 많이 미끄럽다.

 

 

옛날 곱돌광산의 쉼터가 나온다. 

인부들이 쉬던 막사인데 느티나무가 잘 자라있어 여름엔 시원한 그늘을 준다.

 

한 시간 만에 곱돌 약수터에 도착해 약수 한잔으로 갈증을 해결하는데

이 약수는 곱돌광산으로 미세한 돌가루가 있어 많이 마시는 건 안 좋다고 안내를 한다.

 

안개가 끼어 조망은 흐린 가운데 조정경기장이 희미하게 보인다.

 

졸참나무 군락지이다.

 

며칠 전 보도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기후가 온대에서 아열대 기후로 바뀌고 있다며

우리나라 대표 수종(樹種)도 소나무에서 졸참나무로 바뀔 거라고 한다. 

이곳은 이미 졸참나무 등 참나무가 거의 다 장악했는데, 학자들의 판단이 너무 느린게 아닌지

모르겠다.

 

내가 보기엔 참나무를 지나 서서히 서어나무 과인 물푸레나무, 오리나무 등이 영역을 점차 더

넓히는데, 암튼 졸참나무가 참나무 중에선 생존력이 제일 강하다 하며, 도토리 중에도 졸참나무

도토리가 제일 맛있다는 기사를 떠올린다.

 

지난 12월에 예산 밀어내기 사업을 해 등산로가 잘 정비 되었다.

 

정상 110m 전이다.

에고! 힘들어.

 

검단산 정상(657m)이다.

 

흰 눈과 적막 속에 묻힌 고추봉과 용마산이 조망된다.

명절이 끝나면 약 5시간 정도 걸려 도마삼거리로 종주 해야겠다.


등산로는 부드럽고, 특히 용마산 정상 근처엔 야생대마초가 많다.

 

이곳은 정상 간이주점이다.

등산객들이 막걸리 한잔하며 꽤나 시끄럽고, 다행이 담배 피우는 사람들은 없다.

 

서울 장수막걸리를 각 1병씩 마시고, 배알미리 쪽으로 하산한다.

경사가 급한데 아이젠을 차지 않아 안전로프를 잡고 조심하며 내려간다.

 

이쪽 등산로는 당단풍나무와 진달래, 철쭉나무가 많다.

따라서 봄엔 진달래, 철쭉 가을엔 단풍을 지천으로 볼 수 있다.

 

따다다다~따다다다!

딱따구리 두 마리가 열심히 나무에 구멍을 파고 있다.

살그머니 접근하니 한 마리는 날아가고 남은 한 마리가 열심히 쪼아댄다.

망원렌즈로 잡아야 하는데, 유감스럽게 내 카메라는 콤팩트형이라 잡을 방법이 없다.

 

딱따구리는 주로 참나무 또는 고사목에 부리로 쪼아 구멍을 내서 나무속에 있는 애벌레를

잡아먹는데 혀가 약 10~15cm되어, 하루 약 100여 마리 정도 잡아먹는다 한다.

더 신기한 것은 머리가 이중 완충장치가 되어있어 아무리 쪼아도 뇌진탕이 안 걸린다니

자연의 조화가 신비롭기만 하다.

 

오늘 하산 길에 처음으로 두 사람을 만나니 너무 반갑다. 

카메라를 부탁하고 친구들과 포즈를 취한다.

 

이 등산로는 별로 알려지지 않아 등산객이 거의 없다.

몇 년 전에 태영, 봉길이하고 종주한 적이 있고 조용하고 위험하지 않은 산행길이다.

몇 해 전 온통 매스컴을 장식한 여대생 하모양이 공기총으로 피살된 곳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세상에 웬일이랴!

새집이 있어 사진을 찍으며 만져보니 비닐로 방수까지 했으니 정말로 놀랍다.

새들이 방수하는 법을 어떻게 배웠을까?

혹시나 바람에 날아와 붙은 것이 아닐까하여 떼어내려 해도 이미 바닥에 깔고 집을 지어

떼어지지 않는다.

 

배알미리에 도착하니 수자원공사 안쪽에 자라고 있는 메타세콰이어가 하늘을 찌른다.

 

메타세콰이어는 중국이 원산지이나 미국으로 건너가 많이 개량되었다 한다.

삼나무 과로 나무 전체는 원뿔모양이며 갈잎바늘잎으로 전라남도 담양 금월리 가로수가

유명하다.

 

여기 배알미리는 옛날 벼슬아치들이 지방에 부임하면서,

도성이 마지막으로 보이는 이곳에서 임금님이 계신 곳을 향하여 절을 4배하고 갔다하여

'배알미리'라 한다.

살아있는 사람한테는 1배, 죽은 사람한테는 2배, 부처님한테는 3배, 임금한테는 4배이니,

임금이 부처보다 윗 계급인가?


중국의 황제는 9배를 받으니 절 가지고도 백성을 힘들게 하는데 황제나 왕을 존경해야 할까? 

허긴 매스컴에서도 대통령은 가벼운 목례지만 상대방은 90도 각도로 절을 하니 예전엔

오죽했으랴. 

 

하남으로 가는 버스가 한 시간 정도 배차 간격이라 술 한 잔을 마시며 시간을 맞춘다.

 

                                2009.  1.  18.  태백산을 못간 아쉬움을 달래가며

                                                         검단산에서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