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느림의 미학 350 석천 3월을 노래하다

김흥만 2018. 4. 18. 22:05


2018.  3월.

대부분의 사람들은 맑고 청명한 날을 좋아하지만 나는 비 오는 날을 더 사랑한다.

창밖에 비가 내리면 왠지 나도 모르게 마음이 설레어 우산을 쓰던 비를 맞던 무작정

나가고 싶어지니 아직도 소나기 소년의 감성이 남은 모양이다.


굵은 장대비라도 쏟아지면 벌거벗은 몸과 맨발로 비 오는 세상을 만끽하고 싶은

유혹을 강하게 받는다.

매년 3~4월이 되면 극심한 가뭄으로 세상이 타들어갔는데 이번 봄은 유난히 비가

자주 와 내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준다.


폰의 S노트에 메모를 시작하며

지금 내리는 비는 보슬비일까, 는개일까, 작달비일까, 안개비일까,

창밖에 내리는 비에 이름을 붙이려는 나를 발견한다.


3월의 시(詩) 모음


           작달비

 

일비가 메마른 대지를

두드리면

농부의 가슴이 설레려나.


주룩주룩 밤새 내리던 주룩비

겨울나무의 환호성에

작달비로 얼굴을 바꾸더니

사정없이 대지를 적시는구나.


시린 목덜미에 고였던 겨울을

밀어내는 작달비가 산수유 꽃망울을

터뜨리게 하는 이른 아침.


문설주에 달아 논 땅콩그릇에

눌러 앉았던 참새가

뽀르르 숲속으로 사라진다.


빗소리와 새소리가 어우러진

숲의 소리는

자연의 오케스트라이다. 

                      2018.  3.  15.  석천


          는개


바람도 없이 작은 알갱이가

허공에 날리니 보슬비인가.


보슬비가

보슬보슬 소리도 없이

메마른 대지를 적시더니

어느새 는개가 되었구나.


처마 밑에 날개를 접고

쉬던 직박구리가

애처로운 눈망울을 남기고

허공을 맴돌다 사라진다.


치웠던 땅콩 통을 슬그머니

허공에 다는 내 모습을

숨어서 지켜보려나.

                2018. 3.  19.   

는개가 대지를 지배하는 이른 아침 석천


           삼월의 아침


삼월의 아침은 시끄럽다.

참새들이 시끄럽게 와글거리고,

땅바닥에선 새 생명들이 아우성치는 소리가 시끄럽더니

학교 담장 밖으로 새나오는 아기들의 합창소리도 시끄럽다.


봄을 따뜻함을 시샘하는 꽃샘바람도 시끄럽고,

나무에 걸리는 안개소리도 시끄러우니,

자연의 시끄러움은 만물이 약동하는 소리구나.


세상의 시끄러움이 아름답게 들리는

3월의 어느 날 아침

봄의 소리를 아름답게 만든

마법의 햇살이 빗살 되어 가슴속으로 스며든다.

                    2018.  3.  20

햇살이 스며드는 치과의 창밖을 우두커니

내다보며        석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