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5. 17. 04;00
꽝꽝꽝!
세상을 파멸시키는 듯 요란하게 들리는 우뢰 소리에 잠이 깬다.
창문을 여니 양동이로 퍼붓듯 쏟아지는 장대비에 가로등마저 숨을 죽였다.
1초를 기다리지 않고 동시다발로 치는 번개는 하늘을 수천갈래로
찢어놓더니 날카로운 흰색과 황색이 오묘하게 겹쳐 동서남북을 가리지 않고
하늘에 수(繡)를 놓아 천상의 컬렉션을 펼친다.
이렇게 하늘을 뒤흔드는 번개와 천둥은 이 나이 되도록 처음 본다.
다시 내 고막을 후벼 파는 특이한 파열음이 들리니 지근거리에 벼락이
떨어진 모양이다.
몇 번이나 번개가 쳤을까?
수천 번, 수만 번?
아니 수를 헤아릴 수가 없겠지.
때로는 붉게, 때로는 차디찬 흰 색으로 펼치는 불꽃의 향연은 전쟁영화에서 포탄이
작렬하는 장면보다 더 리얼하게 가슴을 후벼 판다.
피해가 궁금하여 TV를 켜니 비 피해소식은 없고 북한이 남북 고위급회담을
취소하였다는 머리기사가 뜬다.
이유는 궁금하지 않다.
어차피 그들은 양두구육(羊頭狗肉)을 파는 사람들이니 기대도 하지 않았기에
하나의 과정이라는 생각을 한다.
가게 앞에는 양 머리를 걸어놓고 실제론 개고기를 파는데,
그럴 듯한 간판으로 사람을 속이는 행위를 고사성어로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고
한다.
춘추시대 도척은 남은 것을 훔치는 걸 전문으로 하는 도둑인데도 입만 열면 의리와
용기를 말해 대도(大盜)였다고 하는데 남을 것을 훔쳤으니 도둑은 도둑이다.
잠시 후 청와대에서 NSC(국가안전보장회의)가 열린다고 또 자막이 뜬다.
북한을 믿은 관계자들이 얼마나 허망하였을까.
북한이 판을 깨니 미국은 황당하고 한국은 당황을 하며허둥지둥 댄다.
지록위마(指鹿爲馬)는 사슴을 말이라 하는 위록지마(爲鹿指馬)와 맥을
같이 한다.
진나라 두 번째 황제 조고는 사슴을 사슴이라 말한 신하는 죽이고 사슴을 말이라고
한 신하는 죽이지 않으며 황제에 대한 충성을 시험한다.
내로남불이라는 말도 부족해 문로남불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이상한 세상에
지록위마와 위록지마로 충성을 하는 사람들의 고뇌에 찬 얼굴이 보인다.
세상에서 말하는 종북 주사파들도 나름대로 생각이야 있겠지만 우왕좌왕 하지 말고
지록지록(指鹿指鹿) 지마지마(指馬指馬)를 말할 수 있어야 인간세상은 정상으로 돌아간다.
폭우가 쏟아지고 천둥 번개가 세상을 삼켰어도 시간이 되니 어둠이 물러나며 먼동이
트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허둥지둥 대도 자연은 정직하게 자연의 법칙을 지키는구나.
2018. 5. 17.
석천 흥만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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