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2. 18.
눈이 내린다.
입춘이 지났고 내일이면 24절기 중 두 번째인 우수(雨水)구나.
난 지금 눈 속에서 겨울이 사라지는 소리를 듣는다.
밝게 지혜를 기울여 진정한 봄의 소리를 들으니 청사총(聽思聰)인가.
산책 중 꺾어져 땅위를 뒹굴던 산수유나무를 주워 화병에 꽂아놓았더니 노란 꽃이
피었다.
혼자 보기 아까워 눈 오는 날 창문을 열고 국기봉에 꽂으니 숲속에서 휘파람새가
날아와 산수유 꽃을 보며 청량한 노래를 부르다 날아간다.
휘파람새의 노랫소리는 맑고 청량하다.
시인이 들었다면 '옥구슬이 은쟁반에서 또르르 구르는 소리'라 할 텐데
내 재주로 표현하니 유치하기 짝이 없다.
봄이 바로 목전에 다가온 모양인지 앞산에 산비둘기도 날아왔고, 동박새도 소리쳐 운다.
뻐꾸기까지 오면 제대로 봄이 온 건데 뻐꾸기는 아직 소식이 없고, 대신 어젯밤에는
솔부엉이가 밤새 울어댔지.
봄은 아랫녘 매화소식부터 온다고 했는데 나는 휘파람새로부터 봄의 신고식을
받는 거다.
2019. 2. 27. 10;00
대산 방조제를 건너 최근 트래킹 코스로 유명해진 황금산에 도착한다.
인적이 드문 황금산 들머리엔 해풍이 불어오고 포장마차엔 불이 들어올 생각이 없다.
황금산(黃金山)은 원래 항금산(亢金山)이라 불리다가 금(金)이 발견돼 황금산이
되었다는데, 잠시 서있던 몇 사람의 발길마저 끊어지자 들머리에 서있는 장승이 말없이
나를 반긴다.
인근 대산 석유화학공단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매캐한 미세먼지가 뒤섞여 분위기는
다소 어수선하지만 애써 외면을 하고 황금산으로 시선을 돌린다.
원래 섬이었다가 독곶리와 사빈이 연결되면서 육계도가 된 황금산 입구는 썰렁하다.
평일에도 600~800명이 찾고 주말에는 3000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다는 곳인데
웬일인지 오늘은 우리밖에 보이지 않는다.
왼쪽 들머리로 들어서자 다녀간 산악회의 리본이 해풍에 춤을 춘다.
숲속으로 들어서자 거짓말처럼 소음이 사라지고 산이 고요해졌다.
산이 도술을 부린 걸까, 공기도 아늑해지고 미세먼지를 뚫고 들어오는 햇살도
느리게 떨어진다.
진달래에도 생강나무에도 꽃눈이 잔뜩 부풀었다.
메마른 대지와 숲속의 나무는 단 몇 방울의 비라도 내리면 금세 꽃망울이 터질 기세다.
이젠 대지가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시간이다.
대지가 긴 잠에서 깨면 봄이 바로 올 것이고, 이 숲에 풀과 나무는 꽃을 피우고 움이
틔겠지.
봄은 새싹들의 계절이지만 소리의 계절이기도 하다.
언 땅이 풀리는 소리,
눈 녹은 개울가에 물 흐르는 소리,
새싹들이 땅속에서 흙을 밀고 고개를 내미는 소리,
개구리 동면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펴는 소리,
새들이 창공을 날며 짝을 찾는 소리 등 생명의 환희를 노래하는 소리를 오늘 들을 수
있으려나.
어려서는 만화 읽기를 좋아해 '정의 사자 라이파이' '머털 도사' 등 인기 만화의
주인공은 지금도 기억을 하고, 청년이 되어서는 무협소설을 좋아했다.
무협소설은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 무공(武功)으로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해줘
좋아했다.
나이 들어서는 밀리터리(military) 소설을 좋아해 특히 김민수· 김경진· 윤민혁 작가가
쓴 책은 발간되자마자 초판을 거의 다 구독해 읽었고,
지금도 수백 권을 소장해 틈틈이 서너 번씩 읽었기에 내용을 거의 외우다시피 한다.
세상을 살며 내공(內功)을 쌓는 방법은 두 가지인데,
첫째는 앉아서 하는 여행으로 독서(讀書)이고, 두 번째는 돌아다니면서 내공을 쌓는
여행이다.
산에 다니며 나름대로 '느림의 미학'이란 유산기(遊山記)를 쓰지만 나중에 읽으면
유치해 영 마뜩잖다.
그래도 한 달에 한번은 원정 산행을 한다.
아직은 돈, 시간, 취미, 건강이라는 네 박자가 맞기에 진행을 하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할지는 모르겠다.
전에는 여행지의 유명 먹거리를 찾아 식도락을 즐기기도 했지만 점점 숙소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늘어난다.
휴양림에서 자고 식사를 하면 주식(住食)에 대한 경비가 줄어드니 궁즉통(窮則通)이다.
10;07
잔뜩 물이 오른 나무의 수피(樹皮)에 아주 미세하게 연둣빛이 비치기 시작한다.
죽은 듯 숨을 죽이고 충분히 겨울잠을 잔 나무들이 꿈틀거리는 거다.
나는 지금 겨울과 봄 사이에서 겨울을 배웅하고 봄을 마중하러 산에 오르는 걸까.
어쩌면 내 마음은 겨울배웅 쪽으로 기우는지도 모르겠다.
숲에 꽃과 움이 트면 기적이라 경탄을 하기보다는 자연의 제행무상에 고개를 끄덕여야겠지.
바닷가 쪽으로는 주상절리와 편마암이 잘 발달된 기암절벽인데 산길엔 옹골찬 바위
하나 보이지 않는 전형적인 육산이다.
품격이 제법 높아 보이는 소나무가 가지를 잔뜩 늘어뜨리고 솔 향내를 솔솔 흘린다.
햇볕이 스며든 숲속의 대기(大氣)는 아침보다 한결 부드러워졌다.
겨울을 유난히 좋아하는 나,
나는 가는 겨울이 아쉬워 절벽의 끝에 섰다.
여기서 한 발짝만 앞으로 나서면 천길 벼랑이라 생(生)과 사(死)의 경계선이다.
황금산은 육계도(陸繫島)이다.
파랑에 의해 육지를 향한 쪽으로 모래·자갈 등이 퇴적되면서 발달한 육계사주(陸繫砂州)에
의해 육지와 연결된 섬이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육계도는 성산일출봉과 서해안의 안면도, 강원도 고성군 해안, 영흥만의
호도, 양양의 죽도, 원산만의 갈마반도·호도반도가 대표적이라는데 나는 전형적인 육계도의
벼랑 끝에 서있는 거다.
쪽빛바다는 정지된 풍경이다.
황금산 오름길에 만난 가로림만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행복을 느낀다.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
경제적인 가치로만 따질 수 없는 행복이란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도덕적인 이상에 도달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이 행복에 이르는 길일 수도 있겠지만
주어진 삶에 만족하면 그게 행복이 아닌가.
나는 산에 오르며, 특히 오늘같이 산에서 바다를 볼 수 있으면 더 행복하다.
힘들여 산에 오르며 나의 존재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이 나에겐 진정한 행복이기 때문이다.
삶에 대한 만족은 행복의 중요한 요소이다.
돈과 건강, 일을 할 수 있으면 행복하다고 하지만 이건 행복의 조건이지 행복 자체는
아니다.
즉 즐거운 마음으로 음식을 먹고, 좋은 사람을 만나고, 힘든 일도 기쁘게 할 수 있는 거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나는 처음부터 즐거운 일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산에 오르며
'피할 수 있는 불행'에 대해 숙고를 하는 거다.
산신령과 임경업장군의 초상화를 모신 사당인 황금산사(黃金山祠)가 외롭다.
사람들이 이곳에서 풍어제와 기우제를 지냈다고 전해진다.
빈대 때문에 망했다는 절터와 옹달샘이 어디에 있는지 기웃거려도 충분한 예습을
하지 못해 어딘지 모르겠다.
현자(賢者)들은 가을은 산꼭대기에서 내려오고 봄은 바다 건너에서 온다고 했다.
부드러운 해풍이 봄을 데려와 내 몸에 실린다.
해풍에 실린 햇살은 겨울의 뒷모습마저 사라지게 한다.
문득 지나간 나의 삶도 이 햇살에 잘 씻어 말리고 싶다.
전설 속에 황룡(黃龍)이 연평도로 간 조기떼를 몰고 와 고기가 많이 잡혔기에 황금바다로
불리는 바다를 바라보니 가슴이 탁 트이며 내가 이 세상의 중심이 되었다.
매년 4월 1일 고기를 부르는 풍어제(豊漁祭)를 지낸다는 곳에서 거친숨을 고르며
물살이 급한 황금바다를 지나는 배들의 안전운항을 빈다.
상상의 동물인 황룡(黃龍)이라, 용(龍)은 어떤 종류가 있을까.
신들이 사는 하늘을 지키는 천룡(天龍), 복장용(伏藏龍), 수로(水路)를 지키는 지룡(地龍),
비와 바람을 다스리는 신룡(神龍), 얼음을 다스리는 백룡, 불을 좋아하는 화룡과 적룡,
싸움을 좋아하는 석룡, 울기를 좋아하는 명룡(鳴龍), 물의 신인 수룡, 바람을 다스리는 풍룡,
이밖에도 어둠을 다스리는 흑룡 등 많은 종류가 있다.
조선시대 임금의 옷인 곤룡포와 일월오봉도엔 황룡이, 근정전 천정에도 황룡이 그려져
있으니 아마도 우리나라에선 황룡이 최고를 상징하는 모양이다.
10;27
30분도 안 걸려 황금산 정상(156m)에 올랐다.
해발 200m도 되지 않는 낮은 산이면 어떤가.
지난달 바래봉(1,165m)에 올랐으니 낮은 산도 좋다.
2월말이면 해빙기이기에 높은 산이나 악산(嶽山)엔 낙석(落石)사고가 많이 날 수 있어
가급적 안전한 산을 택한 거다.
사람들은 이 탑을 쌓으며 무엇을 빌고 무엇을 원했을까,
민초들의 염(念)과 원(願)이 쌓인 돌탑을 어루만지며 나는 정민 한양대 교수의 글인
비서십원(悲誓十願) 중 첫째인 '원일절인안락(願一切人安樂)'을 빈다.
나만 좋고 나만 잘 살면 무슨 재미인가, 모든 사람이 편하고 즐거웠으면 좋겠다.
둘째 '원일절인이고(願一切人離苦)'라,
사랑하는 사람이 자잘한 근심과 괴로움에서 벗어나 웃으며 함께 한 세상을 건너갔으면
좋겠다.
셋째 '원난행능행(願難行能行)'이라,
진실을 위해 낸 용기가 짓밟히지 않는 세상에서 행하기 어려운 것을 능히 행할 수 있기를
원한다.
넷째 '원난사능사(願難捨能捨)'라,
아깝고 버리기 어려운 것을 능히 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밖에도 원(願)하는 건 많지만 돌탑이 부담스러워할 거 같아 네 가지만 바래야겠다.
돌속에 숨어 엄동설한을 견딘 생명들이 비서십원(悲誓十願) 중 네 가지를 원하는
나의 염원을 알아듣고 스멀스멀 기어 나올 수도 있겠기에 귀를 돌탑에 대본다.
눈에 보이는 곳마다 민초들의 애환이 서리고, 그 애환이 전설로 이어진 황금산 정상에
서있는 신갈나무도 하늘을 향해 몸부림을 치니 이 나무도 하늘에 빌 게 많은가 보다.
10;42
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꿈틀거리는 정상에서 내려온다.
코끼리 바위를 향해 내려가는 길은 전형적인 구릉지성 숲길이다.
해송과 참나무가 적당히 섞여있고 다람쥐가 재빠르게 지나간 곳에 노루귀나 복수초가
숨었을까 두리번거리지만 아무 것도 찾지 못한다.
비록 지금 노루귀, 복수초 한 그루 볼 수는 없지만 계절의 변화는 지극히 단순하게 시작하고
천변만화(千變萬化)한다.
겨울 추위와 어둠에 주눅 들어 지낸 몸에 훈풍(薰風)이 와 닿는다.
지금 내 목덜미를 스치는 훈풍은 숲에 무슨 비밀이 숨어 있을까 서둘러 찾지 말고
기다리라고 속삭인다.
봄꽃이 때 되면 나타나는 게 자연의 법칙이라는 걸 잠시 잊고 마음만 조급해졌던 모양이다.
10;50
코끼리 방향 삼거리에 도착하지 바다소리가 들린다.
거리상으로 370m가 남았다는데 여기에서 들리는 바다의 소리는 소음이 아니다.
추위가 지난 자리, 칙칙한 겨울색이 떠난 자리에 여기저기서 봄꽃의 함성이 들릴 날이
바로 앞에 다가왔다.
10;59
새싹들의 기운찬 함성을 고대하며 바닷가로 내려선다.
겨울의 끝 무렵 나는 바닷가에 섰다.
파도는 넘실대고 끝 모르는 바다는 짙푸른 몸짓으로 꿈틀댄다.
파도가 쉴 새 없이 밀려와 몽돌을 두드린다.
딸그락 딸그락거리는 소리는 바닷물과 몽돌이 싸우는 소리가 아니다.
바람소리, 파도소리와 합쳐 몽돌이 내는 소리는 환상적인 오케스트라가 대자연의 교향곡을
연주하는 소리다.
오랜 세월 바다의 침식과 풍화작용으로 만들어진 몽돌 해안은 소중한 자연의 유산이라
돌 하나하나에 정감이 간다.
해식애(海蝕崖)와 파식대(波蝕台)가 모식적(模式的)으로 발달한 해변이라고 전문가들이
말하니 표준이 되는 전형적인 형식에 따라 발달한 해안이다.
암석 해안이 침식 작용을 받으면서 해식애 아래 평평한 파식대에 생긴 촛대바위
sea stack에 동심으로 돌아가 오른다.
이 철제계단을 넘어가야 Sea arch인 코끼리 바위를 볼 수가 있다.
겨울의 끝 무렵 서해바다는 짙푸른 몸짓으로 꿈틀댄다.
황해(黃海)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푸른색이니 묘한 생각이 든다.
엷은 해무를 뚫고 내려온 햇살에 따라 바다색은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연초록은 구름이 가리자 회색으로 변하더니 다시 검푸른 빛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울릉도 코끼리바위, 운악산 코끼리바위, 백령도 코끼리바위를 봤어도 여기
코끼리바위가 코끼리와 제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을 찍어 단톡에 올리니 어느 친구는 '악어바위'냐고 묻는데,
보는 방향과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서는 이빨이 보이니 악어바위라고 해도 괜찮겠다.
해안 침식 지형으로 Sea arch를 그린 코끼리바위 앞에 잠시 서서 숨을 고른다.
여기서 코끼리바위가 Tor라면 내 앞에 송곳처럼 서있는 바위는 애추(崖錐)이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파도는 여기에도 sea stack을 만들었다.
송곳처럼 뾰족해 감히 올라갈 수가 없으니 송곳바위라 이름을 지어야겠다.
화강 편마암에 규암 등 편암류가 관입된 형태의 수십 미터 절벽은 날카로운 기세로 나를
압박한다.
직각으로 된 절벽에 내가 오를 수 있을까.
파식 작용에 의해 해안 사면이 육지 쪽으로 후퇴하면서 형성된 절벽인 해식애(海蝕崖)에서
해빙기 낙석 위험도 있을 수 있어 조금 떨어져 바라본다.
파도와 조류의 영향으로 침식, 풍화를 거친 해식동엔 누군가 불을 지펴 검게 그을린
흉한 모습을 보여준다.
인적 없는 바다의 매력은 여백인지도 모르겠다.
바닷새들의 분변으로 뒤덮인 작은 섬을 망연(茫然)히 바라본다.
귀와 심장으로 알파음이 들어온다.
석모도 석가산의 해수관음보살도 나와 같은 소리를 듣고 있을까.
뜻밖에도 나는 해조음(海潮音)인 알파음을 듣는다.
남해 보리암, 여수 향일암, 양양 낙산사도 아닌 평범한 이곳에서 알파음을 듣는 거다.
몽돌해안이 끝나는 곳에서 아득한 수평선이 펼쳐지고 거대한 배들이 오락가락한다.
바다는 하늘과 경계가 희미해지는 곳에서 소실점을 만들었고, 나는오랜만에 외로움과
호젓함을 찾았다.
황금산 트래킹도 끝나간다.
돌탑에 매달려 흔들리는 리본을 보며 고갯길을 올라간다.
나는 오늘 산과 바다를 넘나들며 광음막한과(光陰莫閑過)를 하였을까,
빈둥거리며 일없이 보내지 않고 트래킹과 사색을 즐겼으니 일없이 보낸 거는 아니다.
영인산 숲길과 참 많이도 닮았다.
바람 한 줄기가 등을 떠민다.
겨울이 떠나가며 서로 가야할 길을 잃지 말라며 통 큰 인사를 건넨다.
11;57
산과 바다가 서로를 껴안은 황금산,
두 시간도 걸리지 않은 황금산 트래킹 중 심념막망상(心念莫妄想)을 경계하여 망상(妄想)을
하지 않았으니 마음에 찌꺼기와 얼룩이 다 사라져 해탈(解脫)을 한 기분이 든다.
12;13
하늘에서 전투기 나는 소리가 들린다.
이어서 꽝하는 이상한 소리가 들리고 소리가 사라졌으니 음속돌파는 아니다.
하늘에서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갑자기 불길한 생각이 든다.
13;17
안면도 바닷가 상공을 나는 정찰기 소리가 심상치 않다.
뉴스를 검색하니 KF-16D 전투기가 이 근처 태안 앞바다에 추락했다는 기사가 떴다.
다행히 조종사 2명은 추락 직전 비상 탈출해 인근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어선 거성호
선원들에 의해 구조됐다고 한다.
작년 4월에도 F-15K 전투기가 추락해 조종사 2명이 순직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였는데,
이번엔 어선이 신속하게 사고 현장으로 이동, 조종사 2명을 구조하여 해경 경비함정에 인계
했다니 고마울 따름이다.
귀가 너무 밝아도 문제다.
비행기 소리가 불길하게 들리기에 나는 이미 사고를 예감했다.
당구를 치며 미리 파울을 예감할 때의 심정과 같아 묘한 떨림이 온다.
경남 합천호에서 산불진화 훈련 중이던 소방헬기도 추락하였으나 탑승자 3명 전원이
모두 구조되었다는 소식도 이어서 들어오니 마음이 괜히 심란해지며 나라꼴을 걱정한다.
세상만사에서 사람의 목숨만큼 중요한 거는 없다.
무사히 구출된 전투기 조종사들이 추락의 트라우마에서 신속히 벗어나 국가의 안보에
더욱 힘써줄 것을 마음속으로 빌며, 소방헬기 조종사들도 흔들림 없이 근무를 잘해줄 것을
기대한다.
썰물이 되어 빠져나간 바닷물이 되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갈매기들이 끼륵 대고 인적이 끊어진 바닷가에는 쓸쓸한 바람이 모래톱을 스치며
비명을 지른다.
2019. 2. 27. 황금산에서
석천 흥만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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