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느림의 미학 432 진안 선각산(仙角山 1,142m)에서 동숙의 노래를 듣다.

김흥만 2019. 4. 2. 10:21


2019.  3.  27. 06;00

늘 미세먼지가 장악한 잿빛 세상이라 하늘이 파란지 몰랐다.

이 새벽에 현관 벨이 요란하게 울리고 인터넷으로 주문한 황사 마스크가 든

택배상자가 도착한다.

방독면이 없으니 마스크라도 써야겠기에 서둘러 한 장을 빼서 배낭에 챙긴다.


오늘도 예외 없이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다.

국민들이 마음 놓고 숨을 쉴 수 없으니 이건 재난(災難)보다 더한 재앙(災殃)이다.

책임져야 할 환경부의 전임 장관은 인사적폐를 저질렀어도 겨우 구속을 면했고,

지금 장관은 4대강 보(洑)를 억지로 허물기 위해 너무 바쁜지 미세먼지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다.


문 대통령은 미세먼지 30% 저감 공약을 발표하고 대통령에 당선되었지만

저감은커녕 최장기 최악의 미세먼지 기록을 갱신하고 있으며,

겨우 대책이라고 내놓은 건 외출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고 입으로 호흡하지 말고

코로 숨 쉬라는 거다.


기상청에서는 바람이 불어 미세먼지가 공해상으로 빠져나가기만 기다리니

대한민국 역사상 이렇게 나쁜 먼지를 마셔본 적 없는 국민들은 무능한 정부에

대해 원성을 높여가는데 권력자들은 북한바라기만 하고 있으니 속이 타들어간다.



인천상륙작전 때 연합군이 과도한 공습으로 피해를 입혔다며 보상을 결정한 인천시의회는

북한의 평양시민에게도 보상을 하려나,

북한의 도발로 희생된 장병의 서해교전 추모 행사에 국군 통수권자인데도 북한을 의식해

참석을 피하고 대구로 대통령의 안보관(安保觀),


제주, 대구, 여순 등 좌익폭동을 민중 봉기로 보상하려는 정부,

학교 비품에 일본 전범 기업 제품이라는 딱지를 붙이려는 경기 교육청,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백년 넘게 애창되고 있는 교가를 친일파 작곡이라고

교가를 바꿔야 한다고 설치는 사람들,


국민의 세금으로 얻은 사택에 입주하고 자기 돈으로 빌딩을 산 청와대 대변인,

대통령이 3·1절 기념행사에서 빨갱이라는 말을 국어에서 뿌리 뽑고 친일잔재를

청산하자는 말 한마디에 세상은 뒤집어지고 있다.


어느 국회의원의 부친은 남파간첩인데도 경찰서의 기록을 믿지 못하겠다며 독립

유공자로 선정을 한 보훈처,

동학란도 철저히 조사하여 보상을 하여야 한다는데,

그전에 발생했던 임진왜란, 병자호란, 이괄의 난, 홍경래의 난 당시에 피해를 입은

백성들에겐 어떻게 조사를 하고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이들 진보꼰대들은 전지전능한 신(神)이라도 되는 모양이다.


이번 신임 장관 후보자 7명의 비리백태를 보면 참해도 가지가지한다라는 생각이

든다.


부동산 투기의 신, 비리의 신, 장관이 되기 위해 수십 년간 자기의 진보 철학과

소신을 손바닥 뒤집듯이 바꾸는 허언(虛言)의 신, 남들에겐 가혹한 잣대를 댔으면서

정작 자기 아들은 이중국적인 사람, 공금유용, 논문 표절의 신(神) 등

재활용 가치도 없는 진짜 쓰레기만도 못한 사람들을 골라도 기가 막히게 골랐기에

국민들은 냉가슴을 앓으며 임기가 끝나길 기다려야겠지.


안볼 수도 없는 신문과 TV등 매스컴을 대하면 가슴이 답답해지기에 신문의

헤드라인만 고 배낭에 수납을 한다.


11;00

오늘은 가슴 뜨겁게 봄을 맞으려 선각산에 왔다.

계치로 올라 삿갓봉 정자를 경유해 오르는 완만한 길을 선택하지 않고,

왼쪽 급경사로 오르는 등산로를 택한다.


오른쪽은 섬진강의 발원지인 데미샘으로 오르는 천상데미산이다.

수년 전 삿갓봉에 오를 때 오계치에서 천상데미란 이정표를 보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데미샘은 섬진강 발원지로 212.3km를 흘러 광양만으로 흘러간다.

'데미'는 이 고을에서 봉우리를 뜻하는 '더미'에서 왔다는데 주민들은 샘동쪽의

봉우리를 천상데미(1,080m)라 부른다.

즉 섬진강에서 천상으로 올라가는 봉우리라는 뜻으로 천상봉에 있는 옹달샘은

천상샘이다.


전국을 헤매며 수백 개의 산(山)을 다녔어도 '천상데미'라는 이름은 그 어느 이름보다

아름답다.


지난 여름은 한반도에서 기상이 관측된 이래 113년만의 폭염(暴炎)이라 했다.

폭염이 오는 해 겨울은 유난히 춥다기에 혹한(酷寒)을 기대한 상인들은 동계올림픽 당시

대유행을 했던 롱 패딩 코트를 대량으로 만들었다가 느슨한 겨울이 오는 바람에 큰 손해를

보았다고 아우성이다.



큰 추위도 없던 겨울이 슬그머니 물러서고 그 자리를 봄이 메꾸려 한다.

그래도 계절처럼 무서운 것이 없다.

느슨했던 겨울처럼 봄도 나사 풀린 듯이 느슨해 유별난 꽃샘추위도 없이 슬그머니

다가오는 거다.


봄이 오는 길목에 선다.

새로운 계절의 향기를 맡는다는 것은 신나는 일이다.

그것도 산에서 맡는다는 것은 더 축복이다.


바람소리 요란하다.

봄은 소리의 계절이지.

먼 하늘가를 돌며 까악 대는 까마귀소리 메아리친다.


특히 봄에는 바람처럼 살고 싶어 역마살(驛馬煞)을 주체하지 못한다.

겨우내 준비했던 산속 봄의 모습은 어떨까.

눈부신 설경은 아니라도 봄이 오는 모습이 보고 싶어 잠시 눈을 감고 바람을 느껴본다.


겨우내 묵묵히 대지를 지켰던 나무들이 향기로운 꽃을 피우고 연초록의 생명력을

발휘할 때가 가까워진다.


겨우내 땅속에서 움츠리고 있던 야생화들이 봄기운을 전할 텐데 오늘은 무슨 야생화를

보게 될까 가슴이 두근거린다.


눈을 뚫고 나오는 설연초인 복수초를 만나게 될까,

무수한 솜털을 부스스 흔들며 땅속에서 노루귀가 튀어나올까,

온갖 생명이 꿈틀거리며 천지가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으려나.


11;20

지도를 보니 정상까지 급경사다.

7~8대에 걸쳐 재상과 장군이 나올 선인무수(仙人無袖)와 장군대좌형의 천하명당을

숨겼다는 선각산 자락으로 스며든다.


태백의 대덕산 같이 먼 훗날 내 혼백(魂魄)을 뿌릴만한 산인지 눈여겨봐야겠다.


봄은 눈 녹은 물 따라서 산에서 내려온다.

봄의 정취는 봄꽃에서 느껴야 제격이지만 오늘은 황량한 산속의 물소리에서 찾아야겠다.


많은 물이 흘러내리지는 않지만 크지도 않고 졸졸거리는 작은 소리가 가슴에 스며든다.


'돌양지꽃'이 피기 시작한다.

지난번에는 일본인 '나카이'라는 식물학자가 경박하게 이름을 지은 개불알꽃 등에 대해

논(論)하였으니 오늘은 상식적인 야생화 이름을 말하고 싶다.


야생화의 이름에는 토박이 사투리, 외래어, 식물에 대한 느낌, 생태적 특성,

사람과의 관계, 잘 자라는 곳, 신화나 전설, 동물이나 식물 등에 비유해 이름이 지어진다.


'갯'이 들어가는 갯개미취, 갯메꽃, 갯질경이, 갯방풍 등은 해안이나 갯벌 등에서

자라는 종류이며,

벌개미취, 벌노랑이, 벌등골나무의 이름에서 '벌'은 확 트인 벌판을 말한다.


물매화, 물봉선, 물머위, 물미나리아재비, 물양지, 물참대, 물달개비 등은 습기가

많은 곳이나 물가에서 잘 자라는 꽃이고,

돌이 많은 곳에서 자라는 돌양지, 돌바늘꽃, 돌단풍, 돌마타리, 돌나무 등이 있으며,

바위에서 잘 자라는 바위솔, 바위채송화, 바위국, 바위구절초가 있다.



진짜라는 뜻을 가진 '참'자가 들어가는 참나리, 참개별꽃, 참바위취, 참취, 참으아리,

참비비추, 참좁쌀풀, 참나물 등이 있고,


기준으로 삼은 식물에 비해 품질이 낮거나 모양이 다르다고 '개'자가 붙은

개나리, 개박쥐나물, 개미취, 개쓴풀, 개쑥부쟁이, 개여뀌, 개망초가 있으며,


가시를 가지고 있는 가시여뀌, 가시연꽃, 가시엉겅퀴 등이 있고,

식물의 일부분이 길기에 '긴'이 붙은 긴담배꽃, 긴잎쓴풀, 긴오이풀이 있다.


끈끈한 즙액이 나오면 끈끈이대나물, 끈끈이주걱 등이 있고, 꽃의 모양새에 따라 노루귀,

노랑앉은부채가 있다.



이밖에도 식물의 크기로

크기나 키가 작은 각시붓꽃, 땅채송화, 애기나리, 좀꿩의다리, 병아리난초가 있으며,

크기나 키가 커 큰까치수염, 왕고들빼기, 말냉이, 수리취 등이 있는데,


여기서 '각시' '땅' '애기' '좀' '병아리'는 크기나 키가 작음을,

'큰' '왕' '참' '말' '수리' 등의 이름이 들어간 것은 크기나 키가 큰 것을 말한다.


요즘은 혼자서 하는 혼밥, 혼술, 혼놀, 혼행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혼자 하는 여행도 좋지만 1,000m가 넘는 높은 산을 오를 때에는 나홀로 산행이 좋지 않다.

반드시 동행이 있어야 서로를 믿고 안심을 하며 산행을 즐길 수 있다.


불교에서 자비(慈悲)란 자타불이(自他不二) 사상을 바탕에 두고 있다.

"나와 네가 둘이 아니며 또한 세상과 내가 한 몸이다."라는 뜻인데, 오늘같이 높은 산에

오를 때에는 상호간의 의존성이 있기에 다소 생뚱맞은 표현이겠지만 자타불이(自他不二)라는

말이 생각나며 웃음이 나온다. 


선각산은 소나무 등 침엽수가 보이지 않는 특이한 산이다.

굴참나무, 서어나무 등 활엽수가 99%이상 숲을 지배했고 초록은 조릿대뿐이다.


산을 오르며 황금산편에서 논했던 비서십원의 4개를 제외하고 나머지 6개를 생각한다.


다섯째는 세상을 살다보면 참기 어려운 것이 있기 마련인데 능히 참으라 한다.

원난인불인(願難忍能忍)이라, 위정자(爲政者)의 무능과 미세먼지를 참고 있는데,

계속 불의에 타협과 굴종하지 않고 내가 옳다고 믿는 가치에 헌신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여섯째는 원난신능신(願難信能信)이다.

믿기 어려운 것을 능히 믿을 수 있기를 바란다는 말인데,

얄팍한 지식으로 지혜와 초월의 세계를 함부로 재단하지 않는 신중함을 갖춘다.


일곱째는 원제증애(願除憎愛)라, 사랑이 넘치면 증오가 되고, 증오는 집착을 부르고

나를 태운다는 말인데 따라서 증오와 집착을 없앨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여덟째는 사람들은 서로 속지 않으려 속이고 속고 나서 속인다.

서로 속여 함께 지옥에 빠지기에 속임이 없기를 원하는 원무기광(願無欺誑)이다.


아홉째는 언제나 다른 사람의 뜻에 차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원상만인의(願常滿人意)이며,

열째는 원상의본분(願常依本分)으로 늘 본분에 따라 살고 싶다는 말로 정민교수는

비서십원(悲誓十願)을 말한다.


황혼인생에 넘치는 것 바라지 않고 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지키며 사는 삶이야말로

아름다운 마무리의 삶이 아닌가,

4년 전 올랐던 삿갓봉의 정자를 바라보며 비서십원(悲誓十願)을 생각한다.


12;10

바람이 분다.

고도가 1,000m에 가까워지니 훈풍(薰風)이라고 하기보다는 아직은 시린 바람이다.


가슴을 파고드는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더니 산길을 오르며 금세 달아오른 몸은

옷의 지퍼를 내리게 한다.


인적이 끊어진 산,

산에서 우리는 하나의 풍경이 되었다.


서울에서는 산수유, 매화, 생강나무의 노란꽃이 봄이 시작되었음을 알렸다.

여기 땅바닥에서도 봄의 정령들이 일제히 튀어나와야 하는데 늦잠을 자는지 소식이 없다.


집주위에서 개불알꽃의 신고식은 이미 받았다.

얼레지, 붓꽃, 바람꽃, 꽃다지, 쇠별꽃, 개별꽃, 꿩의바람꽃, 앉은부채, 깽깽이, 솜방망이도

만나야 하는데,


제비꽃, 각시붓꽃, 광대나물, 은난초, 금난초, 애기나리, 금강애기나리, 감자난도 만나야

하는데 보일 기미가 전혀 없다.

내가 너무 욕심이 많아 나타나지 않는 모양이라 서두르지 않고 서서히 만나야겠다.




12;30

복수초와 매화소식이 남녘에서 신나게 올라오기에 진안까지 내려오며 많은 기대를 했다.

새싹이 꼬물거리며 올라오고 올망졸망 키 작은 봄꽃들이 올라와 산과 들에 파릇하게

덮여가고 있을 줄 알았는데 전혀 오산(誤算)을 한 거다.


파릇파릇한 풀은커녕 겨울이 그대로 남아 바람소리는 세상을 진동한다.

 

사뭇 가파른 길을 올라오니 정상까지 700m가 남았다는 이정표가 나를 반긴다.




저 앞에 소나무가 보이는 봉우리가 정상이구나.

신선이 춤추는 형상의 상선각봉이 가까운 듯 멀고 시린 풍경을 만들었다.


겨울엔 산이 높고 골이 깊을수록 눈이 더 쌓이는 법인데, 여기는 겨울바람이 쌓여

모자가 날아갈듯 드세다.



현재고도 1,100m라,

이제 42m만 고도를 높이면 정상이다.


마지막 오름길에서 뒤를 돌아보니 사방이 탁 틔였고 데미샘이 있는 천상데미 산줄기가

너울너울 춤을 춘다.


2015년 4월 23일 올랐던 삿갓봉(1,114m)이 눈앞에 웅장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저곳에 오르며 별꽃, 제비꽃, 양지꽃, 얼레지, 말냉이꽃, 왜당귀와 두릅을 만났는데

금년엔 한 달이나 앞서 이 지역에 왔으니 아무 꽃도 만나지 못한다.



장안산(1,237m) 능선도 미세먼지와 박무에 쌓여 희미한 하늘 금을 그린다.

저곳에 언제 올랐지?

눈길의 급경사에서 10여m를 굴러 떨어진 장안산,


눈앞이 하얗게 변하며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죽는 게 참 쉽다는 생각이 들게 한 산,

배낭끈이 나무 등걸에 걸려 구르기가 멈추고 대롱대롱 매달려 수초동안 혼절했다가

간신히 살아 난 장안산을 언젠가 올랐었지.


눈이 허벅지까지 쌓였던 날인데, 2012년 1월 26일이니 7년이란 세월이 흘렀구나.

뜬 구름은 뜬 인생과 같다.

흘러가는 세월을 잡지 못했으니 환화(幻花)와 같은 세계 속에서 뜬 인생이 한순간이 되었다.


13;07

산의 모습이 선인이 춤추는 명당인 선인무수(仙人舞袖) 형국이라는데,

선인의 머리에 해당하는 선각산(仙角山) 정상에 올랐다.


북사면에 독진암(獨陳巖)이라는 바위가 진을 치고 있고,

그 동쪽에는 이 산을 보호하기 위해 망을 본다는 망바위(望巖)가 있다는데

여기서는 보이지 않는다.


전형적인 육산으로 돌을 거의 밟지 않고 오른 선각산,

이 산뿐만 아니라 삿갓봉, 장안산에서도 바위와 너덜을 별로 보지 못했으니

낙석 사고가 많이 나는 해빙기와 산불방지 보호기간에 오르기가 매우 좋은 산이다.


360도 전방위로 보이는 전망은 한 눈에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아득히 멀고 넓어서 

끝이 없는 일망무제(一望無第)를 연출한다.


오계재와 삿갓봉(1,134m), 투구봉(972m), 덕태산(1,113m), 성수산(876m),

팔공산(1,151m)과 장안산이 눈앞에 우뚝 서있다.



13;57

오르면서 별로 느끼지 못했는데 참 경사가 급한 산이다.

급경사의 묵직함으로 고개를 계속 숙이고 내려올 수밖에 없어 목이 뻐근하다.


꽃망울이 잔뜩 부풀은 진달래가 금세라도 터뜨릴 것만 같은데 언제 피려나,

영취산이나 바닷가쪽도, 서울 근교도 활짝 피었는데 여긴 1,000m가 넘는 고원지대라

늦는 모양이다.


전문가들은 꽃이 피기까지 필요한 온기의 총량인 가온량을 측정했다.

개나리가 84.2도, 벚꽃은 106.2도이며 진달래는 96.1도라니 금세 피겠다.


가온량(加溫量)은 날이 따뜻해지면서 식물이 받는 온기가 얼마나 되는지를 계산한

수치인데 닭이나 새들이 일정 기간 알을 품으면 부화가 되듯이 꽃도 일정한 가온량이

되어야 핀다니 자연의 이치란 참 신기하다.


더 신기한 것은 겨울이 너무 따뜻해도 봄꽃이 피지 않는다는 거다.

식물이 겨울잠에서 깨려면 일정 수준의 추운 날씨를 경험해야 된다는 냉각량(冷却量)을

채워야 한다나.


2014년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개나리의 냉각량은 -90도, 가온량은 128.5도,

벚꽃의 냉각량은 -100도, 가온량은 158도라고 산출된 기록이 있는데 지구온난화로

겨울은 짧아지고 봄꽃 개화시기는 점점 앞당겨지니 전문가들도 계산하기에 고충이

크겠다.


집근처와 낮은 지역에서 매화가 가장 먼저 피는 꽃이라면 산에서 가장 빨리 피는 꽃은 

생강나무인데 노란 꽃망울이 잔뜩 부풀었다.


봄의 색깔은 분홍색일까, 아님 노란색일까.

매화처럼 겨울이 다 가기 전에 핀다 하여 황매목이라고도 불리는 생강나무에서

막 피려는 노란 꽃망울을 바라보며 어느 색이 봄의 색일까 생각이 스쳐간다.


개나리도 노란색이요, 산수유, 양지꽃, 동의나물, 애기똥풀 등이 순수한 노란색으로

봄을 대변하니 노란색이 압도적이겠다.


가지를 잘게 썰어 다려 먹으면 위와 간을 튼튼히 하고 복통과 해열에도 효과가 있으며

꽃잎은 말려서 차로, 어린잎은 봄나물로 열매는 기름을 짜서 머릿기름으로 썼다.

중부 이북지방에서는 생강나무를 산동백나무라 부르고 머릿기름으로 쓰며 동백기름이라

했다.


14;47

산행도 끝나간다.

여기에서 십분만 내려가면 숙소이다.



21;00

불루투스에서 애절한 사랑을 이야기 하는 '동숙의 노래'가 흘러 나온다.


            <      석천이 부르는 동숙의 노래


                내가 이 나이 되어서 무엇을 알랴.

                산에 핀 별꽃 개별꽃이 나를 알아보려나,

                이 꽃 저 꽃에 대고 나는 누구냐고 물어도 답이 없고,

                너는 누구냐고 물어도 대답이 없네.


                달빛 교교한 산중에서 문주란이 동숙의 노래 나오는데             

                나는 술만 마시는구나.            


                먼 옛날 익숙했던 묵직한 저음의 노랫소리에

                빠져드는 나는 누구인가.

                나도 나를 모르는 새 반세기가 훌쩍 흘렀구료.


                나는 어디로 갈까,

                오계치 오르는 길목

                몰아지는 동남풍에 가는 길 몰라 오늘도 헤매었소. 


                                                                             석천     > 


창문으로 차디찬 달빛이 흘러 들어오고 취한 내 몸뚱이는 휘청거린다.


2019.  3.  28. 08;40

마이산 가는 길가에 서있는 만육(晩六) 최양 선생의 유허비가 외롭다.

정몽주의 조카로 과거에 장원급제하였던 수재 최양 선생은 정몽주가 선죽교에서

살해되자 벼슬을 버리고 이곳에 은거하였다가 진안 팔공산으로 들어갔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여러 차례 불렀으나 불사이군(不事二君)으로 벼슬길에 나가지

않고 팔공산 7부 능선에 있는 돈적소라는 굴에 은거한다.

돈적이란 달아나 자취를 감춘다는 뜻이고, 돈적소는 만육이 돼지처럼 살았던 굴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내년 산행지로 잡아야겠다.


요즘같이 쓰레기만도 못한 간신배들이 설치는 나라에서 살려면 이름 높은 충신들의

발자취를 더듬어가는 것도 힐링의 방법으로 괜찮겠지.


유허비 옆으로 네 그루의 느티나무 고목이 최양 선생을 보호한다.


430년 수령이 된 느티나무를 1982년 보호수로 지정하였으니 지금은 470살이 다돼가고

둘레 4.3m, 수고(樹高) 19m는 하늘을 찌른다.


마이산의 두 귀가 쫑긋하다.

2013년 2월 28일 올랐던 마이산 자락을 6년만에 다시 찾는다.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 9번 2악장인 'going home'을 들으며 찾았는데

오늘은 뒷좌석에서 친구의 코고는 소리를 듣는다.


산과 물이 절묘하게 배합이 된 마이산 자락의 호수는 파문도 없이 고요하다.

산자락이 반영된 호수에 대형 잉어들이 한가롭고 우리의 발자국 소리를 들었는지 우르르

몰려든다.


잉어들이 지나가는 관광객에게 먹이를 많이 받아먹었는지 태연하게 접근을 한다.


백악기 시대 형성된 역암(礫岩)으로 8천m 지하에서부터 생성되었다는 마이산,

여기에서 역암은 유수나 빙하, 또는 화산활동에 의해 자갈이 진흙이나 모래에 섞여

굳어서 된 퇴적암이다.


중생대 후기 약 1억 년 전까지 담수호이었으나 대홍수시 모래 자갈 등이 물의 압력에

의해 형성된 수성암으로 약 7천만 년 전 지각변동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마이산 자락으로

들어선다.


수성암(水成巖)은 지표면의 암석이 상온, 상압에서 풍화작용으로 분해 이동되어

지구표면에 쌓이는 퇴적작용으로 만들어진 암석을 말한다.



효령대군의 16대 손인 이갑용 처사가 제갈공명의 팔진도법으로 쌓은 중앙탑, 일광탑,

월광탑, 용궁탑, 신장탑이 마이산 계곡의 공간을 지킨다.


'건, 곤, 감, 리, 간, 손, 진, 태의 순이던가?

그는 상문, 경문, 휴문, 사문, 개문, 등사장, 생문, 두문으로 108개의 탑을 완성시켰지만

지금은 80여 기의 탑만 남았다.


벌집구조같이 생긴 풍화혈,

타포니(Tafoni)는 지금도 풍화가 빠르게 진행된다고 한다.



09;50

그동안 통제되었던 암마이봉(686m)의 등산이 허용된다니 조만간 오르겠지.


글을 정리하는 중 산을 너무 도전적으로 다닌다는 지인의 지적에 이어

췌장암으로 투병 중인 친구가 생(生)을 정리 중이라는 안타까운 소식과 함께

또 한 친구는 매우 희귀해서 병명도 생소한 암(癌) 발병 소식이 들어와 가슴이

먹먹해진다.


살아가며 겪는 팔고(八苦)에서 벗어나는 길은 무엇일까.

어차피 누구든지 생고(生苦), 노고(老苦), 병고(病苦), 사고(死苦), 애별리고(哀別離苦),

원증회고(怨憎會苦), 구부득고(求不得苦), 오음성고(五陰盛苦)를 피하지 못하는 삶이라

산에 다녀왔어도 괜히 우울해진다. 


                                                  2019.  3.  27~28 선각산을 다녀와서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