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9.
호랑이 울음소리가 자주 들렸다는 '호명산'을 가며, 잠시 들린 '피아노 화장실'이 이채롭다.
여긴 화도읍 '쓰레기 및 분뇨처리장'인데, 화장실이 피아노 모양으로 설계되어, 관광객 및
여러 도시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화장실 계단을 밟으며 올라가니 도, 레, 미, 파~ 멜로디가 나온다.
높이 61.5m에 이르는 인공폭포가 우리를 압도한다.
하수 처리된 물을 양수기로 끌어올려, 아침 9시부터 아래로 내려 보내는데, 아직도 20여 분을
기다려야 되기에 보지 않고 그대로 출발한다.
양수리~금남리~대성리로 이어지는 길.
주변에 식당과 모텔이 무지하게 많으며 볼만한 관광시설은 별로 없고 영화촬영소 하나가 있다.
이 길은 오로지 마시고, 섹스하고, 드라이브를 즐기는 길이다.
누군가 여기서 춘천까지 모텔이 약 5,000여 개라 하는데, 좀 과장된 숫자이고 족히 500개는 되겠지.
청평 호반 북쪽 호명리길은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멋지고 아름다운 길이다.
식당도 별로 없고 모텔도 한군데 밖에 보이지 않고 아까 지나온 길보다 훨씬 신선하다.
등산로 입구 지도를 보며 3코스를 선택하는데 도상거리 9.4km에 약 5시간 소요된다.
막걸리 안주가 부족하여 오징어 두 마리를 사 배낭에 넣고 호명산 들머리로 들어선다.
황사가 심하다.
'호명산'은 경기도 가평에 속하는 산이지만, 멀리로는 명지산(1,267m)과 연결되는 산이다.
남으로 약 30km 거리인 청우산(620m)까지 길게 이어지는 능선이 불기산(601m)과
주발봉(489m)을 빚은 후, 남서로 뻗어 마지막으로 빚어 놓은 산이 호명산이다.
문성이는 이를 '명지지맥'이라 한다.
이 산의 산세는 크지 않지만 서쪽 산자락 아래에 멀리 명지산으로부터 발원한 물줄기인
조종천이 남쪽에 끼고 굽이쳐 흐르며, 동쪽으로는 가평을 경유해 흘러 내려오는 북한강을
끼고 있기 때문에 주능선에 오르면 섬 위에 오른듯한 환상적인 파노라마가 전개되는데,
오늘 황사가 심해 그 아름다운 풍광을 볼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미세먼지가 각종질환을 유발하고 컴퓨터 및 기계류 등에 나쁜 영향을 주지만 황사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대형 황사 1회에 약 10조 원씩 일 년에 약 50조 원 정도 경제효과를 가져온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산성토양을 중성화 시킨다는데 어떻게 계산한 건지 이해가 어렵다.
3코스 2.2km에 달하는 등산로는 경사가 매우 급하다.
수시로 숨을 몰아쉬어야 하는 된비알이라 잠시 휴식을 하자.
정상 1km 남은 이정표 앞에서 잠시 숨을 몰아쉰다.
계속 급경사를 올라왔으니 많이 힘들고 남은 구간도 만만치 않다.
이 산도 중부지방의 전형적인 육산이며, 참나무와 서어나무가 90% 이상 장악한 산이다.
소나무는 어쩌다 보이고 잠시 참나무의 갈라진 틈에 남근석을 끼워준다.
나무도 사람처럼 성적 감응을 느낀다 하니 남근석를 끼워 주며 시집을 보낸다.
신기하게 나무도 감정이 있다.
예뻐하면 윤기 있게 잘 자라고, 미워하던지 죽인다고 이야길 하면 나무도 몹시 불안해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운길산 편에서 이야기 했듯이 나무 한 그루라도 항상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겠지.
옛 부터 나무는 하늘과 지상을 연결해 주는 우주수(세계수)로서 신성시 해왔다.
우리나라 단군신화의 신단수는 '박달나무'이며, 북구라파 신화의 나무는 '물푸레나무'요,
수메리아 신화의 나무는 '버드나무'이다.
경주 천마총에서 출토된 장니(말이 달릴 때 튀는 흙을 막아주는 흙받이)는 '자작나무'의 수피로
만든 것이다.
즉, 신라시대의 지배계급은 이 자작나무를 신수로 숭배하였다니 기마민족의 기상일까?
조금만 가면 정상이 나온다.
집터인지 성터인지 돌이 가지런하게 군데군데 쌓였으며 소나무 사이로 잠시 여유를 찾는다.
은퇴 후 잠시 어두웠던 태영이 얼굴이 환하다.
정상까지 300m 남았는데 편안한 길이다.
낙엽 쌓인 전형적인 흙길이다.
에고! 드디어 정상(632.4m)이다.
황사가 심해 조망이 거의 불가능하다.
건너편 '뾰루봉'이 희미하게 보이고, 맑은 날이면 삼악산, 봉화산, 대금산, 연인산, 화야산,
용문산, 축령산, 운악산 등 환상적인 파노라마가 전개될 텐데 아쉽다.
그래도 지난번에는 등산 중 비가 많이 와 힘들었는데 그에 비하면 훨씬 낫다
정상주는 역시 막걸리가 최고!
오징어 다리와 사과, 떡 등으로 요기를 하며 휴식을 취한다.
산에서 급할 건 없다.
대부분 정상에 올라서자마자 바로 내려가고 몇 시간 걸렸다는 둥 큰 소리 치는 사람들이 많다.
이건 정말 재미없는 산행이 아닐까?
산행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충분히 산에 머물러 있어야 제 맛이다.
하산은 기차봉으로 해서 봉우리 5개를 넘어 호명호수길 7.2km를 선택한다.
아마도 세 시간 이상 걸리겠지.
노송 능선 길에 수령 백 년 정도 추정되는 큰 소나무가 늠름하게 서있다.
기차봉 올라가는 길이 만만치 않다.
급경사라 로프를 잡고 올라가도 숨이 막힌다.
막걸리 한 통 이상씩을 마시고 봉우리를 올려치려니 보통 힘든 게 아니다.
드디어 '기차봉'이다.
왜 기차봉일까 유래를 모르겠다.
이 바위를 '아갈쉼터 바위(619m)'라고도 하는데 주변을 둘러봐도 이에 대한 설명이 없다.
이 생각 저 생각에 정처 없이 내려오니 '장자터 고개'다.
호명호수는 여기 철문을 지나 수리봉으로 300m 를 올라가야 하는데 힘들어 망설여진다.
막걸리 마신 게 아직도 소화가 안 되었으니 정말 힘들다.
여기 안 올라왔으면 평생 후회할 뻔하였다.
수리봉 정상에 이렇게 드넓은 호수가 있을 줄이야!
호명산은 물과 인연이 많은 산이다.
주능선 꼭대기에 백두산 천지를 연상케 하는 호명호수는
지난번 소개했던 점봉산 양수발전소보다 규모는 작으나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축조된
양수발전소이다.
발전소의 낙차는 468m이지만, 발전용 물은 732m 길이의 수압관철로를 통해 지하발전소로
쏟아져 내렸다가, 호명산을 관통하는 2,475m 길이인 방수로 터널을 거쳐 다시 청평호
하부저수지로 보내진다.
청평호의 물은 전력소모량이 가장 적은 심야에 다시 상부저수지로 끌어 올리는데
현재 발전기 2대에서 20만kw가 생산된다.
하늘에 솔개 두 마리가 두 날개를 활짝 펴고 활공을 한다.
비상은 고독한데 높은 곳에서 우리를 주시하며 돌고 있다.
설마 우리를 먹이로 보는 건 아니겠지.
장자터고개로 다시 내려서니 덕근이 이 나무 저 나무를 물어본다.
허긴 미국생활이 오래 되었으니 우리나무에 대해 궁금한 게 많을 거다.
계곡 여기저기 두릅나무가 지천이다.
기도원을 지나 범울이 계곡 포장도로로 내려선다.
여기서 주차장까지 도상거리 4km 이상이다.
주변에 전원주택과 펜션 건축이 한창이다.
6시간 여 산행을 마치고 대성리 식당에서 올갱이국과 전을 곁들여 하산주를 하며
다음 산행지에 대해 상의를 한다.
2009. 3. 9. 호명산 산행을 마치고
석천 흥만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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